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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주 전 태아 성감별 금지 ‘위헌’…“딸이네요” 가능해져

‘남아선호사상’의 잔재…37년만 효력잃어
국민의식 변화…성감별 금지할 이유 없어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 모습.[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남아선호사상’의 잔재로 남아있던 태아의 성감별 금지법이 37년 만에 효력을 잃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28일 ‘태아 성별 고지 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20조 2항에 대한 위헌 확인 소송에서 ‘위헌 6대 헌법 불합치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신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性)을 임신부와 가족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은 즉각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는 “태아의 성별 고지를 제한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고,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과거 남아선호사상에 따라 여아를 낙태했는데, 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2008년 헌재는 임신 기간 내내 성별 고지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각적인 무효화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피하고자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이듬해에는 결정 취지를 반영해 임신 32주가 지나면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대체 법안이 입법됐다. 하지만 저출산 심화와 함께 남아선호 사상이 사라지는 추세에서 부모의 알권리를 위해 태아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헌재는 이번 위헌 결정에서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되고 남아 선호 경향이 쇠퇴하면서 더 이상 성감별을 금지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봤다. 

헌재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함께 양성평등의식이 상당히 자리 잡아가고 있고, 국민의 가치관 및 의식의 변화로 전통 유교사회의 영향인 남아선호사상이 확연히 쇠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출산 순위별 출생성비는 모두 자연성비의 정상범위 내로서, 셋째아 이상도 자연성비의 정상범위에 도달한 2014년부터는 성별과 관련해 인위적인 개입이 있다는 뚜렷한 징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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