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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식품 판매 나선 中 알리...쿠팡 넘을까

[‘알리’ 세력 확장] ①
알리, 신선식품 판매 및 식품 제조사 입점 이어져
수수료 면제 등 파격 조건…이커머스 시장 재편 전망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한국대표가 지난해 12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초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 1위 이커머스 쿠팡과 갈등을 빚고 거래를 중단 중인 국내 1위 식품업체 CJ제일제당이 알리와 손을 잡은 데 이어 한국 식품업체들의 입점이 이어지고 있다. 

알리가 그동안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신선식품으로까지 영토를 넓히면서 국내 유통 온·오프라인 전반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저렴한 공산품 위주로 국내 유통시장을 공략해 온 알리가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이 마지막 보루로 여기던 신선식품 분야에서도 자본력을 앞세워 최저가 공세를 펼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은 향후 3년간 한국 시장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업체를 대거 입점시킨 C-커머스(China+e-commerce·중국 이커머스)가 약점으로 꼽히던 신선식품으로 상품군을 확대하며 국내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식품 제조사, 알리 대거 입점 속내는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는 한국상품 전문관인 ‘K베뉴’에 브랜드관을 열었다. 현재까지 K베뉴 내 브랜드관에 공식적으로 자사 이름을 올린 식품사는 CJ제일제당과 남양유업 단 2곳뿐이다. 

하지만 알리의 한국 시장 공략이 가속하면서 당분간 국내 식품사들의 입점은 계속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과 남양에 이어 동원F&B·삼양식품·사조대림 등이 곧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F&B는 이달 안에 입점해 동원참치, 양반김 등을,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등 주요 제품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농심·대상·풀무원 등 다른 업체들도 입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는 지난해 10월 K-베뉴를 론칭한 이후에도 입점·판매 수수료 무료 정책을 이어오며 상품 구성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근 사용자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인 데다 수수료 부담도 없어 입점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 입장에서 새로운 유통 채널이 생겨 소비자 접점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알리에 입점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다만 알리의 식품 판매 비중이 큰 편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기존 이커머스 채널에서 알리로 갈아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 1000억 페스타 화면. [사진 알리익스프레스]

이처럼 국내 식품사들이 앞다퉈 알리 입점에 나서는 것은 알리가 수년 후에는 국내 1위 쿠팡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국내 물류센터 설립 등을 포함, 향후 3년간 한국에 11억 달러(약 1조4471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알리는 한국 소비자 공략을 위해 대대적인 프로모션도 준비 중이다. 할인 행사 비용 대부분은 알리 측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모션 비용을 식품 제조사나 개인 셀러에게 넘기지 않고, 알리 측에서 직접 지불하는 등 마케팅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셀러들은 국내 이커머스 대비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국내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알리에서 CJ제일제당의 햇반 24개들이 제품은 현재 1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쿠팡에서는 같은 제품이 2만7000원에 판매돼 알리가 8000원가량 저렴했다.
CJ제일제당의 햇반 24개들이 제품이 알리, 쿠팡에서 각각 다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 알리, 쿠팡 앱화면 캡처]

신선식품 시장에 뛰어든 알리

알리는 이달 초부터 딸기·한우·장어 등 신선식품 판매를 시작했다. 일부 가공 식품을 판매해 오던 알리가 신선식품을 공식적으로 판매한 것은 처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알리가 신선식품 판매자 입점 문의를 받기 시작하자 상품 공급을 요청한 국내 업체가 수백곳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알리는 신선식품으로 상품군을 확대하면서 배송 기간도 기존 사흘에서 이틀 정도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안에 한국 내 물류센터를 확보하면 C-커머스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던 배송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C-커머스 업체가 신선식품 시장에 뛰어든 배경엔 물류 시스템 확충 외에도 국내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최근 알리는 초기 가입자를 확보한 뒤 상품군을 늘려가는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후 가입자 수가 늘면 상품 매입가를 낮추는 데 마케팅 비용을 투자할 수 있어서다. 알리는 지난 10~12월에만 6조3000억원의 영업·마케팅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알리는 또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는 ‘제로 수수료’ 정책을 통해 국내 입점사를 늘리는 동시에 한국 상품을 점차 확대해 ‘가품 논란’을 잠재우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제조사들과 수수료 갈등을 빚고 있는 쿠팡을 견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려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가 국내에 물류센터를 짓지만 후발 주자로 들어오는 상황이라 가격 외에는 메리트를 가지는 게 어려울 것”이라며 “알리가 현재 공정위의 기준을 벗어난 상황에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규제하고 개입하는지에 따라 알리의 사업 확장성이 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이커머스 업체들이 얼마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알리가 교환·환불 등의 문제나 위생 관념 및 신선식품의 퀄리티 등 소비자 신뢰도를 충족시키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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