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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대형 오피스 투자할 땐 좋았는데 “폭탄 터질라”

해외 부동산 공모 펀드 EOD 위기에 손실 매각 나와
만기 연장하지만 손실 복구 불확실…불완전 판매 논란도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가 투자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테이트 오피스 빌딩. [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부동산 활황기 미국·유럽 등 해외 오피스 투자에 눈을 돌렸던 투자자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이어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모양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9-2호’를 자산 매각 및 펀드 조기 청산에 따른 사유로 지난 21일 상장폐지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펀드는 2016년 미래에셋운용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미국 부동산 투자 공모펀드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위치한 프라임 오피스빌딩 4개동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국 한 복판에 기관 같은 큰 손들이 투자하는 프라임 빌딩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개인들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해당 건물에 장기 임차가 확보됐던 터라 안전하다고 믿었다. 이 건물은 미국 손해보험사 업계 1위인 스테이트팜이 펀드 설정 연도인 2016년부터 2037년까지 20년간 임차하기로 돼 있었다. 당시 저금리 시기 투자로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환차익도 기대됐다. 3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9-2호(공모)는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출시 9일 만에 완판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확산하자 미국·유럽 등 해외 상업용 건물의 공실률은 날로 높아졌다. 이어 더해 미국발 금리 인상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건물의 밸류에이션(자산가치) 하락이 가팔라진 것이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는 고점이었던 지난 2022년 4월 159.8에서 올해 1월 121.1까지 내렸다. 같은 기간 유럽도 129.7에서 98.3으로 급락했다. 

고심 깊은 금융사…손실 매각 vs 만기연장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맵스 9호의 만기를 연장하는 대신 손해를 감수하고 빌딩 매각을 결정했다.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투자자로부터 받은 펀드 자금과 현지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오피스 빌딩을 9786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매입 당시보다 20% 낮은 7879억원에 매각했다. 사모로 들어간 미래에셋증권은 64%, 공모로 들어간 투자자는 42%(최근 3년 기준)를 손해 본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만기연장은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에 필요한 추가투자금액 및 이후 배당가능성, 향후 시장전망 및 자산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돼야 한다”며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 중인 상황에서 대출을 연장하거나 신규 대출을 받을 경우 건물의 담보 가치 하락에 따른 대출액 일부 상환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같은 저금리 대출이 불가능한 시장 환경에서 이자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과거 수준의 배당 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외부동산에 투자한 금융사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의 맵스 9호 사례처럼 손실을 감수하고 매각을 결정하는 대신 만기연장을 택하는 운용사들도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229호’은 지난달 말 독일 현지 대주단과 대출 유보계약(스탠드스틸)을 3개월 연장했다.

이 펀드은 지난해 11월 30일 체결한 대출 유보계약의 만기는 2월 28일까지였다. 하지만 현지 대주단과의 협의를 통해 만기일을 5월 31일로 늦춘 것이다. 해당 펀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업무지구에 위치한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한다. 이지스운용은 트리아논 건물을 매입할 당시 현지 대주단으로부터 자금을 빌렸는데, 대출 만기가 지난해 11월에 도래했다.

시장 침체와 공실률 상승 등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하자 해당 대출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고조됐다. 다행히 스탠드스틸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출 상환이 유예되고 대주단의 권리 행사도 임시로 유보했다. 펀드 만기도 한차례 연장해 2023년 10월에서 2025년 10월로 늘었다. 

두 번째 스탠드스틸 체결로 펀드는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를 일단 면하게 됐다. 이지스 측은 투자자들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건물을 매각하거나 리파이낸싱 펀드를 조성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로 한 것이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저희는 턴어라운드 할 여지가 있다고 봐서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 외 지난달 22일이 만기였던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한국투자밀라노1호’는 지난해 11월 수익자총회를 통해 만기를 3년 연장했다. 또한 지난달 29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가 수익자총회를 열고 펀드 만기를 5년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원래 만기는 이달 30일까지였으나 오는 2029년 3월 30일까지로 미뤄졌다.

업계에서는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부실로 인한 손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임대형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총 21개로 설정액은 2조28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1조 원가량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특히 만기 연장을 택하지 않고 손절매를 할 경우 투자 원금 손실을 본 투자자들로부터 펀드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홍콩 ELS와 마찬가지로 불완전 판매 여부를 개별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며 “금융당국이 판매 과정 등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등 여러 부분을 면밀히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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