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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전자’ ‘20만닉스’...꿈에 부푼 국내 반도체 주가

AI 열풍 힘입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신고가 행진
미국 발 희소식…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가시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 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고공행진이 심상치 않다. 증권가에선 벌써부터 ‘10만 전자’ ‘20만 하이닉스’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9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98% 상승한 8만2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제는 8만 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넘어 안착한 모습이다. 지난 27일 삼성전자는 장중 8만100원까지 오르면서 지난 2021년 12월 28일(종가기준 8만300원) 이후 2년 3개월 만에 8만원 선을 돌파했다. 28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1.25% 오르며 8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틀 연속 8만원 선을 지켜낸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첫 거래일 7만9800원까지 오르며 주가 8만 돌파를 목전에 뒀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난 최근까지 7만원 초중반 박스권에 머물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주주들의 마음을 애태워 왔다.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2.69% 오른 18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삼성전자보다는 더 시원한 흐름을 보여 왔다. 지난해 3월 말 9만원이 안됐던 주가는 1년이 지난 지금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강세는 미국 반도체 발(發) 훈풍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AI 수요 증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크게 늘 것이란 전망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HBM은 AI 반도체의 구동을 돕는 핵심 부품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축포를 먼저 터뜨린 것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AI 칩에 필수적인 HBM의 5세대 제품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해 이달 말 AI 칩 선두주자인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에 납품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부진한 주가흐름으로 속을 끓이던 삼성전자 주주들은 더욱 애가 탔다. 하지만 8만 전자에 힘을 싣는 소식이 전해졌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HBM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면서 HBM의 공급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황 CEO는 ‘삼성의 HBM을 사용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현재 테스트하고(qualifying)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4’ 둘째 날인 지난 19일(현지시간) 전 세계 미디어와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미국 반도체 기업 發 훈풍에 양사 주가 고공행진 

이어 20일(현지시간) 메모리 반도체 업계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 소식이 전해지자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은 더욱 확산됐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다.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2분기(12∼2월) 매출액 58억2000만 달러(7조817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월가 전망치인 53억5000만 달러를 훌쩍 웃돌았다. 이 기간 순이익은 7억9300만달러(약 1조630억원)로 1년 전 23억달러(3조831억원)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42센트로 시장조사기관 LSEG 집계 전망치 25센트보다 높았다. 

양사에 대한 기대감에 외국인들이 먼저 움직였다. 외국인은 지난주 GTC2024 이후 삼성전자 주식 쇼핑에 나서며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6거래일(3월19일~26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2조92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기관도 1조원 넘게 사들였다. 이에 삼성전자 주가는 이 기간 10% 가량 상승했다. SK하이닉스도 최근 4거래일 동안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583억원과, 1226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주가가 10% 넘게 올랐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 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양사가 AI 반도체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했지만 업황 개선 기대감에 주가 상승이 본격화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디램(DRAM)의 공급 제한과 재고 감소로 메모리 반도체 업사이클 진입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 마이크론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면서 메모리 업사이클을 지지하는 쪽으로 시장 의견이 모이는 등 투심이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D램은 공급 제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업사이클은 최소 올해 말에서 내년 초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도 높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월 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9만1917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래에에셋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DB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 SK증권 등도 10만원을 제시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차세대 HBM3E 12단(36GB) 제품에 대한 샘플 공급을 경쟁사 대비 수개월 선행해 진행하고 있다”며 “8단에 대한 퀄 테스트 승인은 올해 2분기 내 완료돼 하반기부터 매출이 발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HBM 열위에 대한 과한 우려가 형성시킨 밸류에이션(가치) 괴리를 회복할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그동안 실적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한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실적이 1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확인할 것”이라며 “또한 하반기부터는 HBM 공급 우려 완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92% 증가한 5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 컨센서스(4조9500억원)를 15% 상회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 주가도 20만원을 넘고 있다. 증권사 중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발표한 곳은 다올투자증권으로 23만6000원을 제시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반도체 판매량과 가격 모두 반등해 SK하이닉스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AI 산업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가 HBM 사이클을 내년까지 주도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SK증권도 최근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22만원으로 제시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강세에 따른 HBM의 높은 성장성과 SK하이닉스의 시장 주도적 위치는 최소 내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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