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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에 허덕이는 국내 대학들, 창업 교육·보육 프로그램으로 해결 가능[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해외 대학, 창업 교육 통해 수익 채널 구축 중
일본 교토대 벤처 투자금 운용으로 수익 내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로 꼽히는 비바테크가 열렸다.[사진 AP/연합뉴스]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출산율 저조로 대학 입학생이 줄고 있다. 한 연구는 현시점 출산율이 지속되면 2040년에는 현재 운영 중인 대학의 절반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전망한다. 학생 등록금으로 재정을 충당해야 하는 대학은 재정 고갈에 직면할 게 뻔하다. 

재원 확보를 위해 대학들은 다방면으로 자구책을 찾고 있다. 국립대는 지방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통폐합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있고, 사립대는 해외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는 동시에 기업과 연계하여 특정 전공 분야를 개설하여 인력을 양성하는 ‘계약 학과’를 운영하는 등 갖가지 재정 확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렇게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들에 민간과 협력하는 창업 교육 및 보육 프로그램을 재정 확충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창업은 국내 대학 관계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제안일 수 있다. 이들에게 창업은 공적 지원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하지만 창업 교육이 민간 수요를 받아들인다면 대학은 다양한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미 해외 대학들은 창업 교육을 캠퍼스 밖으로 확장하고 다양한 수익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이 참고할 만한 의미 있는 해외 사례들을 소개하려 한다. 

캐니시어스대·파리경영대학원 등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 운영 

북미 대학의 창업 교육은 지역 사회와 함께한다. 창업이 지역 사회에 기여한다는 공감대를 기반으로 되도록 모든 접점에서 서로 긴밀하게 협업한다.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캐니시어스대(Canisius University) 사례를 살펴보자. 지역 사회 기업가들은 대학 창업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펀드를 결성하고 학생들의 창업 행사에 후원자로 참여한다. 이 외에도 창업 멘토로 활동하며 조언과 인맥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대학생들은 지역 사회 후원에 능동적으로 부응한다. 혁신 창업 아이템을 지역 사회 기업에 우선 적용해 시험해 보고, 의미 있는 연계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지역 사회로부터 받은 것 이상을 되돌려주려고 노력한다. 

지역 사회 후원을 받아 운영되는 북미 대학의 창업 교육 사례는 대학과 지역 사회의 성공한 환류 모델을 보여준다. 이는 대개 공적 자금에 의존하는 국내 대학 창업 교육에 하나의 대안이다. 특히 창업 교육을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연결하려는 비수도권 대학들에 좋은 본보기이다. 

프랑스 파리 교외에 있는 파리경영대학원(HEC Paris)의 경우도 흥미롭다. HEC 인큐베이션은 파리경영대학원이 운영하는 창업 보육 프로그램이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2017년 세계 최대 창업 보육 공간 스테이션 에프(Station F)에 입주하여 보육 대상을 확대하면서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기업과 해외 정부의 잇따른 요청이 성장의 발판으로 작용했다. 스타트업 육성을 희망하는 외부 기관들은 명성이 자자한 HEC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에 스타트업 보육을 부탁했다. 이를 계기로 HEC 인큐베이션은 외부 기관, 특히 글로벌 기관들의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을 위탁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위탁 운영 기관에는 우리나라의 창업진흥원도 포함돼 있다. HEC 인큐베이션은 창업진흥원에서 글로벌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한 국내 스타트업을 현지에서 보육하면서 유럽 진출을 돕고 있다. 현재 HEC 인큐베이션의 고객은 한국과 일본의 공공 기관, 글로벌 대기업 등으로 위탁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대학의 예시는 대학 창업 교육의 글로벌 교육 사업 가능성을 보여준다. 글로벌을 지향하는 국내 대학이나 외국 유학생들이 많은 국내 대학에서 고려해 볼 만한 사업 모델이다. 최근 국내 외국인 창업자 수는 증가하고 있기만 이들을 받아줄 창업 교육 대학은 소수이다. 글로벌 창업 교육 사업은 대학에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일 수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교토대는 벤처 투자금 운용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의학과 생명공학이 유명한 교토 대학은 관련 기술 스타트업 지원 목적으로 지역 금융 기관과 공공 기관에서 자금을 유치해 펀드를 결성했다. 펀드 운용은 대학에서 설립한 교내 벤처 캐피털이 맡았다.  

운용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펀드 결성 10여 년이 지난 지금, 투자금 회수(exit)를 포함해 이미 상당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학교의 간섭 없이 오직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에 투자한 덕분이다. 

교토 대학은 독립 벤처 캐피털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펀드를 운영한 결과, 학교에 수익을 안겨주었다. 국내 대학들도 투자를 담당하는 기술지주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개 교내 창업 활성화의 초기 지원에 머무른다는 점에서 교토 대학 사례의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 기술 창업이 빈번한 과학 특성화 대학을 비롯한 국내 교육 기관에서 참고할 만한 모범 사례이다. 

대학 창업 교육도 자생 모델을 추구할 때

대다수 국내 대학은 여전히 창업 교육과 보육을 공공 재원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 과제 수주에 성공한 대학의 창업 교육은 활발하지만 수주에 실패한 대학의 창업 교육은 곧바로 쪼그라들고 있다. 

공공 재원에 기대는 대학의 창업 교육은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여러 정황상 대학 창업 교육이 정부 재원의 의존성을 낮추고 다른 영역에서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해외 대학의 창업 교육과 보육 사업화 사례는 국내 대학들에 시의적절한 참고 모델일 수 있다. 민간 영역과 함께하는 창업 교육을 통해 대학은 부족한 재정을 채우면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대학들의 행보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해 본다.

샘 올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오픈AI 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국내 스타트업 대표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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