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채광 살리고, 친환경 요소 더하니…사각지대서 ‘핫플’로 변신[E-마이스]
코엑스 다목적 전시이벤트 공간 ‘더플라츠’ 문 열어
낮은 천장고, 바닥하중 단점 ‘친환경’ 콘셉트로 극복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연간 3000건에 육박하는 전시컨벤션 행사가 열리는 삼성동 코엑스(COEX). 이곳에서 아무것도 볼 게 없어 ‘사각지대’로 불리던 2층 공간이 최근 새로운 ‘핫플’(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1988년 개장 때부터 25년간 무역회사 800여 곳이 입주해 있던 상사 무역전시관에 다목적 전시이벤트 공간인 ‘더플라츠’(The Platz)가 문을 열면서다.
기존 전시장, 회의실과 다른 콘셉트의 ‘힙한’ 공간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개장 두 달여 만에 ‘코엑스 안에 새로운 코엑스’, ‘코엑스 내 최고의 유니크베뉴(이색 회의시설)’, ‘성수동 코엑스’라는 타이틀도 붙여졌다. 개장 이후 ‘이탈리안 패션 데이’, ‘웨딩박람회’, ‘크래프트 서울’, ‘패션코드’ 등 꼬리에 꼬리를 물듯 행사가 이어지면서 연말까지 일정표의 절반이 이미 채워진 상태다.
이런 추세라면 개장 첫해인 올해 가동률 50%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코엑스는 예상한다. 통상 전시장과 회의실 가동률은 연간 50%가 넘으면 수요가 최대치에 다다라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간주한다. 전미령 코엑스 컨벤션마케팅팀 팀장은 “비수기인 7월과 8월도 거의 매주 예약이 잡힌 상태”라며 “행사 유형도 전시·박람회, 세미나·콘퍼런스부터 패션쇼, 발표회, 상담회 등으로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개장 첫해 가동률 50% 무난할 듯
착공 6개월 만인 올 2월 1단계 개장한 더플라츠는 면적 기준 코엑스 2층 리모델링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5000㎡)다. 2019년 ‘스타트업 브랜치’(800㎡)로 첫발을 뗀 코엑스 2층 리모델링은 하이브리드 행사 공간인 ‘스튜디오159’(300㎡)에 이어 올 연말 더플라츠가 완전 개장하면 6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스타트업 브랜치’는 신생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조성한 지원시설이다. 내부에 사무공간과 피칭센터, 컨설팅존 등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와 비즈니스 상담을 지원하는 시설을 갖췄다. 2022년 1월 문을 연 ‘스튜디오159’는 기존 소극장이던 공간을 500인치 대형 고화질 LED 스크린 등 최신 방송·영상 장비를 갖춘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한국무역협회와 코엑스는 2층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이 될 더플라츠 연내 완전 개장을 목표로 2단계 공사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단계 시설 운영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내년께나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던 2단계 공사는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과 높은 수요에 일정이 앞당겨졌다.
코엑스 2층은 최초 설계 때부터 업무시설 용도로 지정된 탓에 바닥 하중부터 천정 높이(천고), 화물차량 진출입로 등 제약 투성이었다. 처음 더플라츠 계획이 나왔을 당시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이유 역시 전시·회의 시설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하드웨어의 한계 때문이었다.
더플라츠는 이러한 태생적 한계를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채장보단’(採長補短) 전략으로 극복했다. 여기에 최근 가장 핫한 이슈인 ‘친환경’ 콘셉트를 더해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전시장에 비해 낮은 천고(최대 5.7m)는 노출 천정 설계에 자연 채광, 근접 조명 등을 활용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바닥 하중, 단 1대뿐인 화물 엘리베이터로 인한 장비 반입의 제약은 친환경 장치 서비스 ‘굿 플랜’(Good Plan)으로 커버했다. 굿 플랜은 재생 종이와 라이팅 부스, 공간 콘셉트에 맞춰 코엑스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가구, 폐기물 발생을 줄인 조립식 무대 시스템 등을 공간과 함께 패키지로 제공하는 인하우스 서비스다.
지난 3월 더플라츠에서 ‘패션코드’(Fashion KODE) 행사를 연 오현전 한국콘텐츠진흥원 부장은 “천고가 전시장에 비해 낮긴 하지만 개방감을 잘 살려 패션쇼 등 행사에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며 “친환경 콘셉트가 행사 취지에 부합하고 참가사와 방문객 사이에선 라운지 같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 하반기에도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휴공간 활용, 센터 개발 새 방향성 제시
더플라츠의 최대 장점은 편리한 접근성이다. 1층 메인 로비에서 에스컬레이터로 한 번에 접근이 가능하고, 1층과 3층 A·C홀 전시장과 회의실 중간에 있어 연계행사 등 브릿지 시설로도 활용이 용이하다. 오윤정 엑스포럼 이사는 “매년 11월 전관 전시장(A~D홀)과 E홀까지 5개 홀에서 여는 ‘서울카페쇼’는 공간이 부족해 대기 중인 전시 부스만 600여 개에 달한다”며 “가뭄의 단비 같은 더플라츠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학술대회, 콘퍼런스 등 컨벤션과 연계한 소규모 전시·박람회 등 콘펙스(Confex) 수요를 늘리는 효과도 클 것으로 업계에선 기대하고 있다. 전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전문성을 강조한 콘셉트 전시·박람회 개최가 가능하기 때문. 개최 이력이 짧고 아직 규모가 작은 신생 행사의 코엑스 진입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도 예상된다. 코엑스 관계자는 “올 연말 2500㎡ 규모 공간이 추가 개장하면 한쪽은 세미나, 다른 한쪽에선 전시회가 열리는 독립된 콘펙스 행사 개최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더플라츠는 건물을 신축하지 않고도 유휴공간 활용도를 높여 가용공간을 늘렸다는 점에서 전시컨벤션센터 개발의 새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센터 신·증축을 추진 중인 지역에선 적은 비용으로 시설 활용도를 극대화한 코엑스의 리모델링 프로젝트 전략을 면밀히 분석하고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더플라츠는 2단계 공사 포함 전체 리모델링에 100억원 안팎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장(4000㎡) 증축을 추진 중인 경주 하이코(295억원)의 3분의 1, 약 900억원을 들여 다목적 마이스 복합시설을 추가 건립하는 ICC제주의 9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윤은주 한림대국제대학원대 교수는 “더플라츠는 센터가 공간을 어떻게 조성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부가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신·증축을 추진 중인 센터들은 규모와 서비스 측면에서 호텔과 큰 차이가 없어 수요가 낮은 소규모 회의실을 더플라츠와 같은 다목적 공간으로 전환해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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