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GF 2024] “韓 주식시장은 갈라파고스”…‘기업 밸류업’ 재시동 걸릴까(종합)
이코노미스트 금융성장포럼 개최…'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전략‧방안 모색
“기업 밸류업으로 '저출산·고령화' 탈출구 마련…주주환원율 제고 지속해야”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기업 밸류업이 필요한 이유는 이걸 제대로 안 하면 우리 모두 가난해지기 때문입니다.”
‘기업 밸류업’이 한국 주식시장 중심에 던져졌다. 만년 저평가를 받아온 국내 자본시장의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고자 올해 정부가 나섰기 때문이다. ‘국장(한국 주식시장)엔 희망이 없다’라는 자조적 표현을 하며 국내 시장을 떠난 개인 투자자들을 붙잡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투자처로서 적합한 시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지속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국내 주식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 방향을 전달하기 위해 4월 24일 ‘2024 금융성장포럼’을 개최했다.
“기업 밸류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위한 의미 있는 한 걸음”
포럼에 초청된 전문가들은 한국의 주식시장에 대해 ‘갈라파고스 섬’이라고 지칭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고금리·저출산·고령화 등 경제 성장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모두가 가난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히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 관점에서가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볼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도 전했다.
이날 곽혜은 이데일리M(이코노미스트 발행인) 대표는 개회사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주식시장의 취약성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언급되고 있다”며 “한국 주식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곽 대표는 “오늘 논의될 주제는 한국 증시의 오래된 과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떨쳐내기 위한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사로는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겸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본부 연구정책그룹장이 나섰다.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 임직원 100여 명에게 기업 밸류업의 필요성과 과제 사항을 깊이 있게 전달했다.
기조 연설자로 나선 신 원장은 한국 상황이 고금리 장기화와 저출산의 문제에 빠져 있다며 기업 밸류업 성공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특히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해 잠재성장률 자체가 급속히 낮아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장애”라며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런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저금리로 돌아가기는 어렵기에 관심이 커지는 분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기업 밸류업”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주식시장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낮다고 밝혔다.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1.05다. 중국의 1.13보다도 낮았고, 일본(1.42), 대만(2.41), 미국(4.55)보다 한참 뒤처졌다.
신 원장은 기업 밸류업을 통해 국민들이 은행 예·적금보다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자산 증식에 효과적일 수 있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주들한테 주주 배당을 확대하고 기업이 주주환원율을 높이도록 계속 요구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 원장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기업의 배당수익률은 1.49%로 같은 기간 ▲독일 3.24% ▲대만 3.22% ▲중국 2.69% ▲일본 2.25% 등과 비교해 낮았다. 그는 “우량한 기업에 투자하면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는다고 하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며 “선진국에서는 흔히 이를 배당 연금이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주주와의 커뮤니케이션 강화가 일본 밸류업 핵심”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두 번째 세션에서 ‘일본은 어떻게 기업가치 밸류업에 성공했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김 센터장은 “일본 거래소가 제시한 기업가치 제고 핵심은 자본 효율성을 중심으로 현재 상황을 평가하고 이후 주주들과 소통하는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 외에도 전문 투자자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영문 공시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하는 것에 있다”며 “이 관계를 ‘기업과 주주들’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여러 가지 정책에서 가장 본질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은 주주”라며 “‘주주들과 커뮤니케이션하라’가 일본 밸류업의 핵심”이라고 했다.
세 번째 강연을 맡은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외국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한국 증권 시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한국의 주식시장이 ‘갈라파고스 섬’처럼 홀로 떨어진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활력을 잃고 있으면서 배가 가라앉고 있는 모습”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 10년 동안 배당을 포함한 총주주수익률(TSR, Total shareholder return)이 연 5%밖에 안 되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11%, 미국은 10%, 전 세계 평균은 10%”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회장은 기업 경영자들의 주주환원에 대한 무관심도 비판했다. 그는 “사외이사 입장에서 기업 회장과의 첫 미팅에 나가 지난 10년의 TSR을 물어보면 대부분 모른다고 답했다”며 “주주를 염두에 두고 경영을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 주주들과 대화를 자주 나눠야 하고 그 중심엔 이사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것을 제대로 안 하면 모두가 가난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주 관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마지막 강연자로 나선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일본의 밸류업은 2013년 아베 내각부터 이뤄져 온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밸류업 정책은 지금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 투자하는 주주의 구성을 보면 개인 투자자가 90%를 넘는다며 “이런 시장은 전 세계에서 코스닥 하나밖에 없다”고 했다. 진 그룹장은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코스닥 시장에서 1년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개인 투자자 중심의 시장이다 보니 주가가 급상승·급하락했으며 단기성과에 치중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성장’이라는 것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주주환원 활성화는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코스닥 전체 회사 수 중 30%가 배당을 하고 있고 이 중 40%가 적자가 난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코스닥 시장에서 배당을 할 수 있고 밸류업을 할 회사가 적다는 설명이다. 진 그룹장은 “주주들도 기업들의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주주환원율을 높인다고 그 기업이 소통하고 신뢰받는다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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