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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내우외환에 빛 발한 ‘오화경 리더십’ [피플&피플]

[금융산업의 숨은 조력자들] ②
고금리 장기화 직격탄 맞은 저축은행 업권
간담회 통해 어려운 현실 직접 설명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되고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그러나 자기자본과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손실흡수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지난 3월 21일 업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말한 내용이다.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555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고금리 충격에 나타난 결과다. 금융권이 ‘신뢰’와 ‘심리’에 따라 요동치는 것을 잘 아는 만큼 오 회장은 불안 심리를 불식시키고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등의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직접 나선 것이다. 업계에선 ‘현업을 잘 아는 민간 출신’이란 평가를 내렸다. 기로에 선 저축은행 업계지만, 오 회장의 지원과 리더십이 돋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50년 만에 탄생한 민간 출신 회장

오 회장은 제19대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으로 지난 2022년 2월 17일 중앙회 임시총회를 통해 회장에 선출됐다. 중앙회가 출범한 지난 1973년 이후 약 50년 만에 탄생한 첫 업계 출신 중앙회장으로 높은 관심 속에서 회장직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오 회장의 취임 당시에도 업계는 금융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업계 현안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했다.

오 회장은 1960년생으로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HSBC코리아 전무·HSBC차이나 부사장을 지냈고, 이후 아주저축은행(현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이사·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현업에서 잔뼈가 굵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임 당시 그가 내놓은 공약은 ▲중앙회 중심의 저축은행 변화와 혁신 ▲저축은행 양극화 해소 ▲예금보험료(예보료) 인하 등으로 업계가 당면한 현실을 반영했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의 독식을 줄이고, 규제 완화 등으로 저축은행 활성화를 통한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한다는 공약이다. 

오 회장 앞에 나타난 8년 만의 ‘저축銀 적자’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오 회장의 임기가 2년 차가 됐을 때 공약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시급한 상황이 발생했다. 8년 동안 이어오던 79개 저축은행의 흑자가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는 총 5559억원에 달했다. 연간 순이익 규모를 보면 ▲2018년 1조1000억원 순이익 ▲2019년 1조3000억원 ▲2020년 1조4000억원 ▲2021년 2조원 ▲2022년 1조6000억원을 등이다. 1조6000억원 흑자가 1년 만에 5559억원 순손실로 전환했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도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2년까지 유지되던 흑자 기조가 한 해 만에 사라진 이유는 2021년 9월 이후 발생한 1금융권과의 금리 경쟁이 꼽힌다. 2021년 9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으로 발생한 급격한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은행은 예금 금리를 최고 연 5% 이상 높였다. 이대로 가면 저축은행에 예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는 금리를 더 높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예금 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도 급하게 올려야 했다. 이런 이유로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2021년 하반기의 일만 없었어도 저축은행 적자가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2021년 9월 이후 저축은행에 공통으로 나타난 현상은 ▲이자비용 폭증 ▲높은 대출 이자에 따른 자산 부실화 ▲대손충당금 확대 등이다. 세 가지 요인 모두 저축은행의 순이익을 고꾸라지게 만들었다. 

“민간 출신으로 업계 현실 잘 안다”

3월 21일 열린 저축은행중앙회 기자 간담회에서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정연 중앙회 자금운용본부 상무, 오 회장, 최병주 경영전략본부 상무. [사진 이용우 기자]

오 회장도 업계 적자가 저축은행의 잘못된 영업 행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고금리라는 불가피한 금융환경 변화 때문이라는 점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고금리 환경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익이 다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불안감을 잠재워야 했다. 

이런 이유로 회장 간담회와 기자 설명회 등을 연이어 열고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오 회장은 3월 21일 간담회에서 현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서민과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 어려움이 많다”며 “사업성이 나쁜 자산들은 정리해 나가야 하는데 현 상태에서는 그런 조치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특히 오 회장은 “빠른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재보다) 더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올해가 저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시장과 업계에 버틸 여력을 확인하고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연체율 상승과 관련해서도 오 회장은 다른 시각을 내비쳤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업계 연체율은 6.55%로 전년 말보다 3.14%포인트(p) 상승했다. 그는 “저축은행 사태가 있었던 2011년과 비교하면 현 연체율 수준은 절대적으로 높지 않다”며 “당시 연체율은 25%까지 올라갔고 두 자릿수 연체율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현 연체율은 (그에 비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회장이 간담회에 나와 현 상황을 설명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적자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면서 개별 저축은행 고객들의 불안감 확대를 미리 차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민간 출신이기 때문에 업계의 현실을 잘 아는 것”이라며 “관 출신이면 낙하산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을 텐데, 현업을 잘 아는 민간 출신 회장으로 소통이 활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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