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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형태로 대기업이 점령한 태양광 발전 시장 흔든다”[이코노 인터뷰]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
전국 1790개 태양광 발전소 운영 중
조합원 운영 수익률 14% 기록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가 회사 로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그가 포항공과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취업한 곳은 대기업 시스템통합 업체였다. 이곳에서 18년 동안 일했고, 능력도 인정받았다. 이곳에서 그가 쓴 기록 중 하나가 ‘최연소 팀장’이라는 것. 사업팀장을 하면서 접하게 된 게 태양광 발전이다. 대기업이 많이 진출할 정도로 이익률이 좋은 사업이었다. 그만큼 대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했고, 2000년대 후반에는 태양광 시장이 레드오션이 됐다. 대기업은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태양광 발전에 좋은 대규모 부지를 찾고, 시설을 설치하고 잘 운영해서, 전기를 생산해 수익을 올렸다. 그는 “태양광 발전 사업이 대규모 개발 방식을 따르면서 수치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것처럼 정형화됐다”면서 “기업에 있으면서 테크 기반의 시스템을 갖추면 대기업이 점령한 태양광 발전 시장을 흔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18년 동안 일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2018년 3월 에이치에너지(HEnergy)를 창업했다. 주인공인 함일한 대표는 “우리가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곳은 대규모 부지가 아니라 건물이나 주택의 옥상과 지붕이다”라고 설명했다. 

함 대표가 대기업 우산을 과감하게 벗어난 것은 기존 사업에 크랙(틈새)을 내고 혁신할  할 자신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도전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함 대표는 “우리 구성원들에게 매번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면서 “대체 에너지 시장에서 대기업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그는 창업 2년 만에 영업이익을 냈고, 창업 5년 만에 7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창업 이후 91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이유다. 올 상반기에 30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함 대표는 “2025년에 기업가치 8000억원으로 IPO에 도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치에너지가 이렇게 빠른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플랫폼 비즈니스에 협동조합 방식을 더했기 때문이다. 



에이치에너지가 태양광 에너지 시장을 혁신한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모두의햇살’이라는 뜻을 가진 ‘모햇’은 햇살그린협동조합 플랫폼이다. 출자금 10만원을 포함해 최소 100만원을 납부하면 협동조합원이 된다. 가입비와 출자금이 바로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하는 자본이 된다. 태양광 발전 설비인 모듈·인버터 등은 모두 에이치에너지가 제공한다. 함 대표는 “태양광 발전 설비는 매뉴얼대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설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공 과정에서 에이치에너지는 사후 인허가 및 상업 운전 등의 모든 부분을 책임진다.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면적은 최소 99㎡(약 30평)이다. 이렇게 해서 설치한 에이치에너지가 운영 관리하는 태양광 발전소는 5월 현재 전국에 1790개나 된다고 한다. 함 대표는 “모햇 가입자는 8만5000여 명이고, 이 중 9000여 명의 조합원이다. 이들이 투자한 금액의 중간값은 220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평균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연평균 약정 수익률은 연 12% 정도인데, 회사가 가입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등을 포함해 첫해는 수익률이 16.4%다”며 웃었다. 

함일한 대표가 태양광 발전소 설비 중 하나인 태양광 모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경북 지역에 선보인 ‘알뜰전기요금제’ 인기

태양광 발전 설비 시공이 끝나면 운영해야 한다. 발전소에서 전력량이 잘 나오는지, 운영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에이치에너지는 이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솔라뱅크라는 이름의 솔루션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솔루션은 태양광 발전 설비의 관리 및 운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함 대표는 “솔라뱅크를 통해 설비 업자가 설치를 잘했는지 등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모듈 하나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이 있기 때문에 그 데이터를 분석하면 설치가 잘됐는지, 운영이 잘됐는지를 바로 확인하고 조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햇과 솔라뱅크 두 플랫폼을 무기로 에이치에너지는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5월 현재 생산하는 전력량은 300메가와트(MW)에 이르고, 올해 설치 예정인 설비까지 마무리되면 500메가와트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1메가와트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는 약 461가구가 생활가능하다. 

지난해 경북 지역에 선보인 ‘알뜰전기요금제’는 또 한 번 에이치에너지의 이름을 알린 도전이다. 누진 요금 없이 정해진 가격에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알뜰전기요금제는 현재 경북 지역 500세대에서 사용하고 있고, 매월 1만원에서 5만원 정도의 전기료를 아끼고 있다고 한다. 내년에는 수도권에도 알뜰전기요금제를 선보일 계획이다. 함 대표는 “2025년에 9만 세대에서 알뜰전기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고 웃었다. 

에이치에너지는 가정용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전력을 판매하고 있다. 함 대표는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국제협약인 ‘RE100’을 에이치에너지의 또 다른 기회로 보고 있다. 그는 “산업용 전기 시장은 앞으로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대체 에너지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더 많은 분야가 산업용 전기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태양광을 포함한 대체에너지는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다”면서 “2027년까지 우리가 생산하는 전력량의 60% 정도는 RE100을 대상으로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기업들이 유가가 출렁이면 겪어야 했던 경영의 어려움을 태양광 에너지로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자본이 교체되는 시기가 곧 온다”고 말할 정도다. 에이치에너지가 생산하는 전력을 미래 가격으로 거래하는 투자의 형태인 파생상품으로 만들 계획이다. 기업들이 에이치에너지가 생산하는 태양광 전력으로 유가의 위험을 방어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해외 진출도 그가 계속 시도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카드다. 첫 진출 도전 국가는 일본이다. 함 대표는 일본을 ‘에너지 시장의 실리콘밸리’라고 표현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편의점에서도 전기를 살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전기 판매 시장이 완전히 자유화가 됐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 비즈니스가 안정되면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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