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월세? 그래도 ‘전세’…계약 비율 서울 아파트값 폭등 직전 수준
금리 하락 기대감 매매 수요 자극하나
6월 평균 매매 5000건 넘어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올해 2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비중이 3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동결과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완화 가능성에 세입자들이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부동산R114가 8일 전월세거래신고제가 시행된 2021년 2분기 이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전세 계약 비중은 61.1%를 나타냈다. 1분기 58.6%보다 2.5%포인트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2021년 2분기(62.2%)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월세 계약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분기부터 50%대 수준으로 내려왔다. 2022년 7월과 10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두 번이나 밟으면서 같은 해 4분기 전세 비중은 52.1%까지 하락했다. 전세 세입자의 경우 보증금의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을, 대출을 받아 충당하는데, 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전세보다 월세를 택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후 집값이 하락하고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는 역전세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고개를 돌리는 세입자 비중도 함께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에서는 기준 금리를 내리고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동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언제든 금리가 내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전세 비중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전세 계약 비중은 각각 60.2%, 60.0%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소폭 내렸지만, 2분기에는 전세 비중이 과거 금리 인상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올해 2분기 전세 계약 비중을 살펴보면 동작구가 67.8%로 가장 높았다. 도봉구·은평구는 각각 67.7%, 금천구(67.4%), 양천구(67.2%), 광진구 65.3%가 뒤를 이었다. 금액대별로는 전체 전세 계약 중 3억∼6억원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46.9%, 6억∼9억원 이하 22.7%였다. 전체 전세 거래에서 3억∼9억원 이하의 계약 비중이 70%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하락 기대감에 따른 전세 수요 증가가 매매 수요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전세 계약이 는다고 반드시 매매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 부담 감소는 주택담보대출을 고려하는 아파트 매수자에게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9일 기준 총 5188건으로, 5000건을 넘어섰다. 6월에 계약한 건수는 이달 말까지 신고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매 계약 신고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대개 부동산 시장에서 월평균 매매 계약이 5000건을 넘기면 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본다. 계약일 기준 월간 거래량이 5000건을 돌파한 것은 2021년 5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당시 계약 건수는 5045건이었다.
지역별로는 강동구가 438건, 성동구 376건, 마포구 276건, 영등포구 264, 동작구 248건, 양천구 215건이었다. 상대적으로 비인기 지역으로 분류되는 관악구(154건), 도봉구(141건), 성북구(278건)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중 은행 주담대 금리가 최저 3% 안팎까지 나오고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적용 시기를 7월에서 오는 9월로 두 달 연기하기로 하면서 아파트 매수자들이 먼저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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