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는 기술 패권 다툼…“日, 포기 아닌 숨 고르기 돌입” [이코노 인터뷰]
[라인야후 사태 네이버가 잃은 것]④ 윤석빈 서강대학교 정보통신 대학원 특임교수
소강상태 접어든 ‘라인야후 사태’
日, 기술 주도권 욕심은 계속 될 것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면서 발생한 ‘라인야후 사태’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대한 ‘라인야후 지분 관계 재검토 요구’를 사실상 철회하고, 라인야후 대주주 소프트뱅크도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 요구를 단기적으로 중단하면서다.
겉으로 봤을 때 라인야후 사태는 우선 일단락 된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결정이 라인야후 사태의 매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빈 서강대학교 특임교수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라인야후 사태는 현재로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일 양국 간 AI·데이터 시장 기술 패권 다툼 속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일본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이번 라인야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기술 주도권을 향한 일본의 욕심’을 지목했다. 이번 라인야후 사태는 AI·데이터 시장의 규모가 커져감에 따라 발생하는 시장 주도권 싸움 중 일환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억9600만명 수준이다. 이 중 일본인은 9700만명으로 나타났다. 일본 인구가 약 1억2000만명인 것을 고려했을 때, 10명 중 8명은 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이 밖에도 ▲태국 5500만명 ▲대만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 등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 지역에선 높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네이버가 라인을 상대로 올린 매출도 괄목할만하다. 지난 2021년 1107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2022년 1232억원 ▲지난해 1025억원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중 대부분은 라인에 데이터센터, 보안 등의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클라우드의 매출이다. 라인이 보유한 데이터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윤 교수는 “네이버에 대한 기술적 의존도가 높은 일본으로서는 이번 라인야후 사태를 통해 주도적으로 AI·데이터 시장을 이끌고자 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 속에서 일본 스스로 과했다는 판단이 들어 당장은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포기가 아닌 지분 매각을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AI·데이터 시장의 성격 중 하나가 승자 독식이다. AI·데이터의 경쟁력을 한번 확보하면 후발주자들이 역전하기 어려운 구조다. 일본은 클라우드나 인터넷 기술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보니 네이버한테 많이 의존했다. 이제 이런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일본의 노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택의 기로 놓인 네이버
기업 간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간 마찰로 이어질 뻔한 라인야후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네이버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하나는 라인야후의 지분을 매각하고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방안, 또 다른 하나는 라인 야후를 지키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윤 교수는 네이버가 당장 결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윤 교수는 “지금 인터넷과 모바일을 넘어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셈”이라며 “네이버의 입장에서 라인야후가 보유한 거대한 데이터를 포기하기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AI 기술 퀄리티에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네이버는 고도화된 AI 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이 감탄할 만한 와우 포인트(wow-point)를 만들어야 한다. 네이버가 검색 포털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커머스,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다음 파도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라인야후 사태를 기점으로 네이버는 또다시 큰 파도를 맞이하게 됐다”며 “AI시대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라인야후를 포기하지 않고 AI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확장하는 것이겠지만, 쉽지 않을 경우 네이버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쟁 도구 발전된 라인 야후 사태
라인야후 사태는 한일전 양상의 과열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양국 정상회담에서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양국 간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게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국회의 정쟁 도구로도 사용됐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여야 의원들의 말다툼으로 인해 현안 질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라인 야후’ 매각 사태를 두고 정부의 책임 여부에 대해 공방을 벌인 까닭이다.
라인 야후 사태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두 기업 간 문제다. 정부의 개입과는 거리가 먼 사안이다. 윤 교수는 기업 간 문제에 정치권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으로 ‘사안의 중요도’를 지목했다. 양국의 ‘기술 패권’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기업 간 다툼에 정부가 개입하는 모습은 과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양국 모두 기술 패권을 염두한 움직임”이라며 “다만 공개적으로 외교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입장을 직접 표명하기보다 물밑 작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외교를 떠나 라인 야후 사태를 두고 여야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모습도 언론을 통해 비치는데, 사실 국회 내부적으로 다툴 이유도 없다”며 “여야 모두 해당 사안을 국가 경쟁력 차원으로 바라보고 조금 더 글로벌한 시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모습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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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봤을 때 라인야후 사태는 우선 일단락 된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결정이 라인야후 사태의 매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빈 서강대학교 특임교수는 최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라인야후 사태는 현재로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일 양국 간 AI·데이터 시장 기술 패권 다툼 속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일본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이번 라인야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기술 주도권을 향한 일본의 욕심’을 지목했다. 이번 라인야후 사태는 AI·데이터 시장의 규모가 커져감에 따라 발생하는 시장 주도권 싸움 중 일환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억9600만명 수준이다. 이 중 일본인은 9700만명으로 나타났다. 일본 인구가 약 1억2000만명인 것을 고려했을 때, 10명 중 8명은 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이 밖에도 ▲태국 5500만명 ▲대만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 등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아시아 지역에선 높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네이버가 라인을 상대로 올린 매출도 괄목할만하다. 지난 2021년 1107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2022년 1232억원 ▲지난해 1025억원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중 대부분은 라인에 데이터센터, 보안 등의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클라우드의 매출이다. 라인이 보유한 데이터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윤 교수는 “네이버에 대한 기술적 의존도가 높은 일본으로서는 이번 라인야후 사태를 통해 주도적으로 AI·데이터 시장을 이끌고자 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라며 “다만 이 과정 속에서 일본 스스로 과했다는 판단이 들어 당장은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포기가 아닌 지분 매각을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AI·데이터 시장의 성격 중 하나가 승자 독식이다. AI·데이터의 경쟁력을 한번 확보하면 후발주자들이 역전하기 어려운 구조다. 일본은 클라우드나 인터넷 기술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보니 네이버한테 많이 의존했다. 이제 이런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일본의 노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택의 기로 놓인 네이버
기업 간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간 마찰로 이어질 뻔한 라인야후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네이버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하나는 라인야후의 지분을 매각하고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방안, 또 다른 하나는 라인 야후를 지키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윤 교수는 네이버가 당장 결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윤 교수는 “지금 인터넷과 모바일을 넘어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셈”이라며 “네이버의 입장에서 라인야후가 보유한 거대한 데이터를 포기하기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AI 기술 퀄리티에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네이버는 고도화된 AI 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이 감탄할 만한 와우 포인트(wow-point)를 만들어야 한다. 네이버가 검색 포털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커머스,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다음 파도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라인야후 사태를 기점으로 네이버는 또다시 큰 파도를 맞이하게 됐다”며 “AI시대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라인야후를 포기하지 않고 AI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확장하는 것이겠지만, 쉽지 않을 경우 네이버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쟁 도구 발전된 라인 야후 사태
라인야후 사태는 한일전 양상의 과열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양국 정상회담에서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양국 간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게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국회의 정쟁 도구로도 사용됐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여야 의원들의 말다툼으로 인해 현안 질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라인 야후’ 매각 사태를 두고 정부의 책임 여부에 대해 공방을 벌인 까닭이다.
라인 야후 사태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두 기업 간 문제다. 정부의 개입과는 거리가 먼 사안이다. 윤 교수는 기업 간 문제에 정치권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으로 ‘사안의 중요도’를 지목했다. 양국의 ‘기술 패권’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기업 간 다툼에 정부가 개입하는 모습은 과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양국 모두 기술 패권을 염두한 움직임”이라며 “다만 공개적으로 외교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입장을 직접 표명하기보다 물밑 작업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외교를 떠나 라인 야후 사태를 두고 여야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모습도 언론을 통해 비치는데, 사실 국회 내부적으로 다툴 이유도 없다”며 “여야 모두 해당 사안을 국가 경쟁력 차원으로 바라보고 조금 더 글로벌한 시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모습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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