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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하나·한화 이어 우리도 참전...자산운용사 ETF 160조 시장 경쟁 가속

[운용사 리브랜딩 전쟁] ①
중소형사 확산 조짐…우리 이어 키움도 교체 전망

올 들어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명 변경에 나서는 운용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올해 들어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명 변경에 나서는 운용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ETF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TIGER)의 브랜드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브랜드명을 직관적으로 교체하고 슬로건과 사업 방향을 재구축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이 160조원에 육박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7월 24일 ETF 브랜드를 ‘ARIRANG’(아리랑)에서 ‘PLUS’(플러스)로 변경했다. 플러스는 자산을 지키고 일상을 넘어선 가치를 실현해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제공하겠다는 고민과 의지를 담았다.

권희백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플러스는 ETF 시장 발전을 견인하면서 가치를 더해 나가겠다는 우리 한화자산운용의 전략적 의지를 담은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한화자산운용뿐만 아니라 다른 운용사들도 올해 ETF 브랜드 변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KB자산운용이 ‘KBSTAR’에서 ‘RISE’(라이즈)로 브랜드명을 교체했다. 라이즈는 ‘다가오는 내일, 떠오르는 투자’(Rise Tomorrow)를 뜻한다. 개인투자자들의 더 건강한 연금 투자를 돕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와 함께 하나자산운용도 올해 4월 ‘KTOP에서 ‘1Q’(원큐)로 변경했다. 원큐는 하나금융그룹의 디지털 플랫폼 브랜드다. 한 번에 모든 금융서비스를 누리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은 ETF 브랜드명을 기존 ‘우리’(WOORI)에서 ‘원’(WON)으로 변경한다. 구체적인 변경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연내에 이뤄질 방침이다. 이 밖에 키움투자자산운용도 패시브형 ETF 브랜드 ‘KOSEF’를 ‘HEROES’(히어로즈)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운용사들이 ETF 브랜드 간판을 잇따라 교체한 배경과 관련해 경쟁사들의 리브랜딩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2022년 10월 ETF 브랜드명을 ‘KINDEX’에서 ‘ACE’로 바꾸고 특색 있는 미국 채권형과 주식형 ETF를 선보이며 약진을 거듭해 온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대표적이다. 5조원대 후반이었던 ETF 순자산 규모를 반년 사이에 10조원대로 키우며 ETF 시장 내 점유율을 4.9%에서 6.7%로 대폭 끌어올리며 업계 3위 KB자산운용을 바짝 뒤쫓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새 ETF 브랜드 출범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한화자산운용]

리브랜딩 통해 벤치마킹 전략…사업 방향·경쟁력 부각


KB자산운용 역시 ETF 순자산 규모를 같은 기간 20% 이상 늘렸지만 점유율은 올해 초 7.9%에서 7.7%로 더 낮아져 브랜드명을 교체하는 등 내부적으로 변화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국투자신탁운용보다 앞서 ETF 브랜드명을 ‘스마트’(SMART)에서 ‘쏠’(SOL)로 바꾼 신한자산운용도 브랜드명 교체 당시 1%를 밑돌던 점유율을 올해 상반기 2.98%까지 끌어올리며 리브랜딩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 또한 중하위권 운용사들을 움직이게 만든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운용사들이 기존 보수 인하 전략만으로는 대형 운용사를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라며 “다만 ETF 리브랜딩 전략을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보고 리브랜딩이 잇따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리브랜딩 움직임은 다른 중소형 운용사들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국내 ETF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진 점을 리브랜딩의 배경으로 꼽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19일 기준 국내 ETF 시장 규모는 158조686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121조원) 대비 31% 증가한 수치다. 3위권 다툼을 벌이는 KB자산운용(7.7%)과 한국투자신탁운용(6.8%)의 점유율 차이는 단 0.9%포인트(p)에 불과하다. 이 외 신한자산운용(2.9%)·한화자산운용(2.3%)·키움투자자산운용(2.2%)이 5위권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운용사들의 잇단 리브랜딩에 대해 얼마나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ETF 상품을 선보이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ETF 브랜드명만 듣고도 운용사의 이미지나 정체성을 떠올릴 수 있는 상품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기관을 중심으로 돌아갔던 ETF 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며 “ETF 시장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상품 이해도가 높아진 만큼 리브랜딩을 뒷받침할 만한 경쟁력 있는 ETF 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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