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에 묶인 돈만 18억원”…형사 고소 나선 ‘티메프’ 셀러들
[구영배 신화는 왜 무너졌나]②
티몬·위메프 입점 셀러 피해규모 수억원
정산 못 받은 금액 외 ‘유보금’ 피해 속출
정부 대책 내놨지만…“대출 이후가 문제”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티몬에 묶인 돈만 18억원입니다. 절반이라도 받고 싶어요.”(식음료 셀러 김모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가운데, 두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공급해 온 판매자(셀러)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5월을 기준으로 두 플랫폼의 미정산 판매대금을 파악한 결과, 이들 업체가 셀러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판매대금은 200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피해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6월과 7월에 정산되지 못한 판매대금을 합하면, 셀러들이 받지 못한 판매대금의 규모는 조 단위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플랫폼이 미정산 금액 외 셀러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판매대금이 또 있다. 티몬이 ‘고객 보호’를 명목으로 쌓아둔 ‘유보금’이다.
티몬에서는 셀러가 제품 판매를 종료하지 않으면 유보금 형태로 셀러 매출의 20%를 쌓아둔다. 셀러 입장에서는 매출의 80%만 정산받는 셈이다. 제품 판매를 종료하면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판매 건수와 리뷰 등이 사라지기 때문에 셀러는 판매를 종료하지 않고, 최대한 기한을 늘린다. 사실상 티몬 셀러 상당수가 매출의 20%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티몬에서 식음료 제품을 판매해 온 김모씨(34)는 “티메프 사태로 인한 피해 금액은 18억원 정도이고 이 중 유보금만 16억원”이라며 “티몬에서 판매(딜) 단위 정산 방식을 선택한 셀러는 매출의 20%를 유보금으로 내야 해서 (유보금이) 쌓인 것”이라고 했다.
티몬이 유보금을 쌓아두는 이유는 고객의 환불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셀러가 딜 단위 정산 방식을 선택하면 판매대금을 주 단위로 받을 수 있어, 두 달여를 기다려야 하는 다른 정산 방식(파트너 단위 정산 방식)보다 판매대금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
김씨는 티몬 입점 이후 2019년부터 현재까지 유보금을 단 한 번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제품 판매를 종료하면 유보금은 받을 수 있지만 고객의 리뷰와 누적 판매 수 등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다”며 “고객들도 (제품 판매를 종료하면) 주문 내역을 타고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통상 (제품 판매를) 살려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딜 한 건을 진행하면 판매 건수만 50만 회에 달하는데 얼마나 많은 고객의 데이터가 쌓였겠느냐”며 “6월 미정산 대금만 2억원 정도지만 유보금이라도 먼저 받고 싶다”고 했다.
“정부 대책 한계…실질적 지원 필요”
정부가 티몬과 위메프 등으로부터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지원에 나섰지만, 이조차 피해규모가 큰 셀러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셀러가 대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도록 해, 피해규모가 큰 업체는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현재 셀러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소상공인진흥공단을 통해 판매대금 정산 지연 규모나 한도 내에서 3%대의 금리로 자금을 대출할 수 있다.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협약 대출 프로그램에도 셀러 지원을 위해 3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6억원의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셀러 이모씨(47)는 “정부가 대출 형태로 셀러들을 지원한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대출 한도가 10억원 정도라 피해규모만 십수억원에 달하는 셀러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며 “차라리 파산하는 게 손해를 덜 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김씨도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당장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불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수억원의 마이너스를 안고 사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직원 월급도 줘야 하고, 제품도 공급해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했다.
티몬과 위메프가 7월 29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셀러들이 판매대금을 돌려받기는 더 요원해졌다. 기업회생은 법원이 지정한 기관이 기업 활동의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제도다. 파산 직전의 기업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모든 채무 상황이 동결돼 원금과 이자 지급이 중단된다. 셀러가 판매대금을 돌려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뜻이다.
일단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은 티몬과 위메프의 대표를 불러 회생 가능성 등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다만 재판부는 일단 기업과 채권자가 자율적으로 협의부터 해보라며, 회생 절차를 한 달 동안 보류하기로 했다.
법원이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회생을 결정하지 못하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이들 기업이 파산을 신청한다면, 셀러들이 피해 보상을 받기가 더 어려워져서다.
셀러들은 살길을 찾기 위해 티몬와 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 등을 상대로 형사 고소에 나섰다. 형사 고소를 진행 중인 셀러들의 피해규모는 수천만원에서 십수억원에 달한다. 법무법인 사유의 박종모 대표변호사는 7월 30일 서울중앙지검에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를 형법상 컴퓨터사용사기죄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도 7월 29일 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를 비롯한 5명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서울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규모의 셀러들이 사업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하면 사실상 이들 업체의 줄도산이 예측돼서다. 실제 셀러들은 이번 사태의 여파가 납품업체 등으로 확산할까 우려하고 있다.
티몬에서 생활용품을 판매하다 이번 사태로 7억원의 피해를 본 최모씨(33)는 “이번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며 “플랫폼 기업이 셀러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는 법안이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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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가운데, 두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공급해 온 판매자(셀러)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5월을 기준으로 두 플랫폼의 미정산 판매대금을 파악한 결과, 이들 업체가 셀러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판매대금은 200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피해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6월과 7월에 정산되지 못한 판매대금을 합하면, 셀러들이 받지 못한 판매대금의 규모는 조 단위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플랫폼이 미정산 금액 외 셀러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판매대금이 또 있다. 티몬이 ‘고객 보호’를 명목으로 쌓아둔 ‘유보금’이다.
티몬에서는 셀러가 제품 판매를 종료하지 않으면 유보금 형태로 셀러 매출의 20%를 쌓아둔다. 셀러 입장에서는 매출의 80%만 정산받는 셈이다. 제품 판매를 종료하면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판매 건수와 리뷰 등이 사라지기 때문에 셀러는 판매를 종료하지 않고, 최대한 기한을 늘린다. 사실상 티몬 셀러 상당수가 매출의 20%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티몬에서 식음료 제품을 판매해 온 김모씨(34)는 “티메프 사태로 인한 피해 금액은 18억원 정도이고 이 중 유보금만 16억원”이라며 “티몬에서 판매(딜) 단위 정산 방식을 선택한 셀러는 매출의 20%를 유보금으로 내야 해서 (유보금이) 쌓인 것”이라고 했다.
티몬이 유보금을 쌓아두는 이유는 고객의 환불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셀러가 딜 단위 정산 방식을 선택하면 판매대금을 주 단위로 받을 수 있어, 두 달여를 기다려야 하는 다른 정산 방식(파트너 단위 정산 방식)보다 판매대금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
김씨는 티몬 입점 이후 2019년부터 현재까지 유보금을 단 한 번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제품 판매를 종료하면 유보금은 받을 수 있지만 고객의 리뷰와 누적 판매 수 등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다”며 “고객들도 (제품 판매를 종료하면) 주문 내역을 타고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통상 (제품 판매를) 살려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딜 한 건을 진행하면 판매 건수만 50만 회에 달하는데 얼마나 많은 고객의 데이터가 쌓였겠느냐”며 “6월 미정산 대금만 2억원 정도지만 유보금이라도 먼저 받고 싶다”고 했다.
“정부 대책 한계…실질적 지원 필요”
정부가 티몬과 위메프 등으로부터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지원에 나섰지만, 이조차 피해규모가 큰 셀러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셀러가 대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도록 해, 피해규모가 큰 업체는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현재 셀러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소상공인진흥공단을 통해 판매대금 정산 지연 규모나 한도 내에서 3%대의 금리로 자금을 대출할 수 있다.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협약 대출 프로그램에도 셀러 지원을 위해 3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6억원의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셀러 이모씨(47)는 “정부가 대출 형태로 셀러들을 지원한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대출 한도가 10억원 정도라 피해규모만 십수억원에 달하는 셀러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며 “차라리 파산하는 게 손해를 덜 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김씨도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당장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불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수억원의 마이너스를 안고 사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직원 월급도 줘야 하고, 제품도 공급해야 하는데 막막하다”고 했다.
티몬과 위메프가 7월 29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셀러들이 판매대금을 돌려받기는 더 요원해졌다. 기업회생은 법원이 지정한 기관이 기업 활동의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제도다. 파산 직전의 기업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모든 채무 상황이 동결돼 원금과 이자 지급이 중단된다. 셀러가 판매대금을 돌려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뜻이다.
일단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은 티몬과 위메프의 대표를 불러 회생 가능성 등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다만 재판부는 일단 기업과 채권자가 자율적으로 협의부터 해보라며, 회생 절차를 한 달 동안 보류하기로 했다.
법원이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회생을 결정하지 못하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이들 기업이 파산을 신청한다면, 셀러들이 피해 보상을 받기가 더 어려워져서다.
셀러들은 살길을 찾기 위해 티몬와 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 등을 상대로 형사 고소에 나섰다. 형사 고소를 진행 중인 셀러들의 피해규모는 수천만원에서 십수억원에 달한다. 법무법인 사유의 박종모 대표변호사는 7월 30일 서울중앙지검에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를 형법상 컴퓨터사용사기죄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도 7월 29일 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를 비롯한 5명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서울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규모의 셀러들이 사업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하면 사실상 이들 업체의 줄도산이 예측돼서다. 실제 셀러들은 이번 사태의 여파가 납품업체 등으로 확산할까 우려하고 있다.
티몬에서 생활용품을 판매하다 이번 사태로 7억원의 피해를 본 최모씨(33)는 “이번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며 “플랫폼 기업이 셀러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는 법안이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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