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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정밀 잡아라”…경영권 쟁탈 승부처는

[고려아연 vs 영풍의 전쟁]④
MBK‧영풍, 주가 2만원 영풍정밀 공개매수 노려
경영권 확보 시 고려아연 지분 3.7% 우위 효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이달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관훈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경영권 찬탈을 시도하는 가운데 향후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의 향방이 회사의 주인을 가릴 승부처로 지목된다. 분쟁 당사자인 양측 모두 가장 적은 자금으로 최대 지분 격차를 낼 수 있어 영풍정밀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수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과 함께 영풍정밀 주식도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 중이다. 매수 기간은 고려아연과 같이 10월 4일까지다. 영풍정밀 공개매수 목적은 ‘영풍의 경영권 확보 및 의결권 행사 협조’다.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를 우호 지분으로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매수예정수량은 684만801주(발행주식의 약 43.43%)로 유통물량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응모주식수가 매수예정수량을 하회할 경우에도 전량 매수한다. 

영풍정밀 공개매수…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연장선

1983년 설립된 영풍정밀은 아연제련 공정에 쓰이는 산업용 펌프와 유·기체 이송 배관용 밸브 등을 제조해 고려아연과 외부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 모두 최씨 일가가 맡고 있다. 

영풍정밀의 최대주주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어머니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지분 6.27%를 보유했다. 유씨가 소유한 유미개발의 지분 5.41%, 최윤범 회장 지분 2.75%를 포함해 고려아연 측이 지분의 35.25%를 갖고 있다. 영풍정밀 회장은 최 회장의 숙부인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이다. 고 최기호 창업주 4남인 최창규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MBK‧영풍 측의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영풍정밀은 최 회장의 특수관계자로 분류돼 있다. 최 회장 우호 지분에 영풍정밀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 대상으로 영풍정밀을 점찍은 배경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최대 목표 수량을 매수해도 50%에 조금 못 미친다”며 “영풍정밀 지분까지 더하면 안정적으로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의 주식 38만2508주(지분율 1.85%)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최 회장 측의 지분율과 맞먹는 수준이다. 최 회장 측은 장형진 영풍 고문 측과의 분쟁에 대비해 2022년부터 영풍정밀을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입해 현재 1.85%까지 늘었다.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신고서를 공시한 9월 13일 전날 종가(고려아연 66만6000원) 기준 지분가치는 2548억원 규모다. 

고려아연이 영풍정밀의 지분에서 앞서 있지만 영풍 측도 장형진 고문 등 장씨 일가의 보유 지분이 21.25%에 달해 상당 규모를 확보하고 있다. 시총 약 3200억원인 영풍정밀은 소액주주 지분율이 40%에 육박해 지분 매집이 쉬운 구조다.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기존 장형진 영풍 고문 지분(5.71%)를 더해 최씨 측보다 무조건 앞선다는 계획이다. 장 고문은 MBK와 지분 공동 보유 약정을 맺었다.

MBK가 공개매수로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해 고려아연 지분 1.85%를 차지하는데 성공한다면, 고려아연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보다 자본을 적게 투입하고도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공개매수 성공 시 현재 장씨 일가의 보유 영풍정밀 지분(21.25%)까지 합쳐 MBK·영풍 측의 영풍정밀 지분은 최대 65%까지 늘어난다.

MBK‧영풍 공세에…고려아연, 우호 지분 수성 ‘총력’

MBK와 영풍의 공세가 시작되자 고려아연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영풍정밀이 소송전 선봉에 서는 등 고려아연 측 입장을 적극 대변하는 모습이다. 

영풍정밀은 지난 20일 ‘영풍의 주식 4.39%를 보유한 주주’라 강조하며 “고려아연 측 대표선수로 나서 장형진과 영풍 사외이사 3인, MBK파트너스와 관계자 5인을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밀실 공모’로 이뤄진 계약으로 인해 영풍은 손해를 보는 반면 MBK와 김광일 MBK 부회장은 이득을 취하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라며 “특히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장형진 고문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정밀을 비롯해 고려아연과 주주 등은 향후에도 각종 가처분 신청과 민형사 고소 등 법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향후 고려아연 측에서도 영풍정밀의 지분을 추가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이 자금을 확보해 지분경쟁을 이어 나갈 경우, 가장 적은 자금으로 많은 지분 격차를 방어할 수 있는 부분이 영풍정밀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풍정밀을 차지하기 위한 양측의 눈치작전이 치열할 것이란 관측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3자에게는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가치가 보이는 그대로 38만2508주(지분율 1.85%)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양측은 상대로부터 1.85%의 고려아연 지분을 빼앗는 셈이다. 고려아연 3.7%(1.85%), 약 5096억원에 해당하는 지분 격차를 점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분 취득이 아닌 지분 격차가 목적이라면, 고려아연의 유통 물량 매수보다 영풍정밀 주가에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매수할 유인이 발생할 것”이라며 “최씨 일가의 대응방안에 따라 향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영풍정밀의 주가는 MBK‧영풍의 공개매수 발표 직후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25일 기준 주당 2만1400원대인 주가는 공개매수 가격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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