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류 ‘금값’ 됐는데...그래도 마트는 웃었다
[이상기온에 울상인 유통가]②
마트 3사, 3분기 채소 매출 전년 대비 늘어
길어진 폭염 탓 채소 공급 줄고 가격 급등
사전계약·대량 매입 등 가격 안정화 노력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권모씨(37세·남)는 요즘 식당에서 채소류 가격이 급등했음을 체감하고 있다. 권씨는 “고기집에서 쌈채소를 비싸다고 조금만 준다”며 “확실히 요즘 채솟값이 많이 올랐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 중인 이모씨(62세·여)는 올해 김장을 할 것인지 고민이다. 이씨는 “매년 집에서 김장을 해왔는데 올해는 배춧값이 너무 비싸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가 소비자 먹거리를 위협하고 있다. 예년보다 길어진 폭염으로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이 같은 가격 부담은 소비자들의 채소류 구매 욕구를 떨어뜨린다. 최근 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가 채소류 가격 안정화를 위해 애쓰는 이유다. 이들은 다양한 농가와의 사전계약과 대량매입 등으로 채소류 가격 안정화에 힘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밥상서 빠지면 섭섭하다...가격 올라 부담
한국인의 밥상에서 절대 빠지면 안 되는 것이 ‘채소류’다. 서구화로 식습관이 채소류 중심에서 고기류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채소류를 적극 소비하는 편이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채소류 소비는 과거에 비해 여전히 높게 나타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채소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2022년 기준 149.5kg다. 채소류 1인당 연간 소비량이 가장 높았을 때인 2014년(176.2kg)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양의 채소류를 소비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도 채소류 1인당 연간 소비량이 2022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채소를 사 먹기 겁난다”라는 말이 나온다. 올해 들어 채소류 가격이 폭등해서다. 기후변화로 태풍 등의 자연재해와 예년보다 높은 평균 기온으로 채소류 공급량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한국의 채소류 가격 상승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이 G7(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과 유럽, 대만, 한국의 올해 1분기(1~3월) 월평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한국(3.0%)은 영국(3.5%), 미국(3.3%)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의 채소류 상승률은 10.7%로 주요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
채소류 가격 오름세는 현재진행형이다. 대표 채소류인 배추 가격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배추(1.5~2kg) 평균 가격은 10월 중순 기준 1만1874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2843원) 대비 317.7% 오른 수치다. 약 1년 사이 배추 한 포기 가격이 4배 이상 뛴 것이다.
앞을 내다본 마트...채소류 대란에도 실적 개선
채소류 가격 폭등은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마트 3사에게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을 때의 얘기다. 마트 3사는 입을 모아 “채소류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극심한 폭염이 이어진 올해 3분기에도 채소류 실적 하락 등이 없었던 마트 3사다. 올해 3분기 이마트의 채소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7% 신장했다. 이 기간 홈플러스는 채소류 중 무와 상추의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약 35%, 약 5% 올랐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측은 자사의 채소류 매출이 작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고 전했다. 채소류 가격이 ‘금값’이 됐음에도 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은 장바구니에 채소류를 담았다는 얘기다.
가격 폭등에 따른 채소류 수요 감소를 막기 위해 마트들은 다양한 해법을 마련했다. 특히 적극적인 공급처 관리가 빛났다. 마트들은 채소류를 공급하는 농가와 사전계약 맺어 물량 확보에 나섰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채소류 가격 인상의 영향을 최소화한 것이다. 마트 3사가 최근 배추 등 채소류 할인 판매를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마트는 최근 지속된 기상피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량 수급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마트는 농가와 사전 계약재배를 진행해 생산량을 전량 매입했다. 또한 영남권, 호남권 산지바이어제도를 운영해 물량 확보에 나섰다.
‘산지바이어제도’는 영호남 지역에 상주하는 직원들이 산지를 돌아다니며 실시간으로 품질관리를 하고, 농가와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본사와 산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했다.
이 외에도 이마트는 양파, 감자 등 장기 저장이 가능한 품목을 자체 신선 물류센터인 후레쉬센터에 사전 비축해 가격 인상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또한 농가와의 사전계약 및 대량 매입, 그리고 물량 사전 비축 등을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채소류를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솟값이 폭등한다고 해서 해당 품목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한국은 쌈을 싸 먹는 문화, 김장 문화 등이 있어 채소류 소비가 타 국가 대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트들이 대량 매입, 공급처 확대, 대체재 확보 등 선제 대응을 한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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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에 거주 중인 이모씨(62세·여)는 올해 김장을 할 것인지 고민이다. 이씨는 “매년 집에서 김장을 해왔는데 올해는 배춧값이 너무 비싸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가 소비자 먹거리를 위협하고 있다. 예년보다 길어진 폭염으로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이 같은 가격 부담은 소비자들의 채소류 구매 욕구를 떨어뜨린다. 최근 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가 채소류 가격 안정화를 위해 애쓰는 이유다. 이들은 다양한 농가와의 사전계약과 대량매입 등으로 채소류 가격 안정화에 힘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밥상서 빠지면 섭섭하다...가격 올라 부담
한국인의 밥상에서 절대 빠지면 안 되는 것이 ‘채소류’다. 서구화로 식습관이 채소류 중심에서 고기류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채소류를 적극 소비하는 편이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채소류 소비는 과거에 비해 여전히 높게 나타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채소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2022년 기준 149.5kg다. 채소류 1인당 연간 소비량이 가장 높았을 때인 2014년(176.2kg)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양의 채소류를 소비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도 채소류 1인당 연간 소비량이 2022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채소를 사 먹기 겁난다”라는 말이 나온다. 올해 들어 채소류 가격이 폭등해서다. 기후변화로 태풍 등의 자연재해와 예년보다 높은 평균 기온으로 채소류 공급량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한국의 채소류 가격 상승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이 G7(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과 유럽, 대만, 한국의 올해 1분기(1~3월) 월평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한국(3.0%)은 영국(3.5%), 미국(3.3%)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의 채소류 상승률은 10.7%로 주요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
채소류 가격 오름세는 현재진행형이다. 대표 채소류인 배추 가격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배추(1.5~2kg) 평균 가격은 10월 중순 기준 1만1874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2843원) 대비 317.7% 오른 수치다. 약 1년 사이 배추 한 포기 가격이 4배 이상 뛴 것이다.
앞을 내다본 마트...채소류 대란에도 실적 개선
채소류 가격 폭등은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마트 3사에게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을 때의 얘기다. 마트 3사는 입을 모아 “채소류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극심한 폭염이 이어진 올해 3분기에도 채소류 실적 하락 등이 없었던 마트 3사다. 올해 3분기 이마트의 채소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7% 신장했다. 이 기간 홈플러스는 채소류 중 무와 상추의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약 35%, 약 5% 올랐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측은 자사의 채소류 매출이 작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고 전했다. 채소류 가격이 ‘금값’이 됐음에도 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은 장바구니에 채소류를 담았다는 얘기다.
가격 폭등에 따른 채소류 수요 감소를 막기 위해 마트들은 다양한 해법을 마련했다. 특히 적극적인 공급처 관리가 빛났다. 마트들은 채소류를 공급하는 농가와 사전계약 맺어 물량 확보에 나섰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채소류 가격 인상의 영향을 최소화한 것이다. 마트 3사가 최근 배추 등 채소류 할인 판매를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마트는 최근 지속된 기상피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량 수급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마트는 농가와 사전 계약재배를 진행해 생산량을 전량 매입했다. 또한 영남권, 호남권 산지바이어제도를 운영해 물량 확보에 나섰다.
‘산지바이어제도’는 영호남 지역에 상주하는 직원들이 산지를 돌아다니며 실시간으로 품질관리를 하고, 농가와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본사와 산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했다.
이 외에도 이마트는 양파, 감자 등 장기 저장이 가능한 품목을 자체 신선 물류센터인 후레쉬센터에 사전 비축해 가격 인상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또한 농가와의 사전계약 및 대량 매입, 그리고 물량 사전 비축 등을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채소류를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솟값이 폭등한다고 해서 해당 품목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한국은 쌈을 싸 먹는 문화, 김장 문화 등이 있어 채소류 소비가 타 국가 대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트들이 대량 매입, 공급처 확대, 대체재 확보 등 선제 대응을 한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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