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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검사 디지털 혁신하려면..."제품 표준화 필요해"

기업마다 진단 판정 기준 달라
디지털 기술 적용하기 어려워
"의료기관 상호운영 기반 필요"

한국로슈진단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단검사가 제시하는 미래 의료와 혁신'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한국로슈진단]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의료진이 질병을 조기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 방향을 결정하려면 인공지능(AI)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진단검사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진단검사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기업들이 표준화된 제품을 공급하고, 의료기관은 협력을 통해 진단검사 데이터를 상호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여민 건국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단검사가 제시하는 미래 의료와 혁신'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단검사의학과에서 확보한 데이터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면 다양한 알고리즘을 개발·적용해 (진단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현재 기업마다 제품 기준이 달라 특정 지침(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령 당뇨병은 당화혈색소(HbA1c)에 따라 질환을 진단한다. 당화혈색소는 혈당이 높아질 때 포도당이 적혈구 속 혈색소(헤모글로빈)에 결합한 것이다. 당화혈색소가 정상 범위(4~5.7%)보다 높으면 당뇨 전 단계(5.8~6.4%), 당뇨병(6.5% 이상) 등으로 진단한다. 윤 교수는 "당뇨병과 고지혈증 등은 진단 기준이 명확해 기업들이 이를 준수해 제품을 개발하고 솔루션을 공급한다"며 "알고리즘을 개발해 질환의 발생 위험을 예측·예방하기도 쉽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급성 흉통과 대다수의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다른 질환은 로슈, 애보트 등 진단기기를 공급하는 기업마다 질환 판정 기준이 달라 진료 지침을 만들기 어렵고, 데이터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효율을 높이기도 힘들다. 윤 교수는 "다른 질환도 제조사가 제품이나 판정 기준을 표준화해야 당뇨병처럼 진료 지침도 만들 수 있고, 의료현장에 더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사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도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숨은 가치를 실현하고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표준화된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디지털 기술과 융합해야 한다"며 "데이터를 생성하고 관리하는 진단검사의학과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또, "이런 변화는 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선별적이고 효과적으로 받도록 해 질병의 예방과 조기 진단, 치료 결과와 예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단검사의 효율을 높이고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진단검사를 필수의료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엄채현 인제대일산백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통상 의료진은 진단검사 결과에 60~70% 정도 의존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감염병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는 무증상 감염자도 많았기 때문에 사실상 의료진의 진단검사 의존도가 100%였다"고 말했다. 의료현장에서 진단검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진단검사 비용이 진료 과목별 급여 청구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병원급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응급의학과 24.3%, 내과 19.2%, 피부과 17.8%, 소아청소년과 16.0% 등이다. 의원급에서는 산부인과 22.0%, 비뇨의학과 20.4%, 내과 17.8%로 나타났다. 엄 교수는 "응급의학과를 비롯한 필수의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진단검사가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진단검사가 수행돼야 필수의료를 비롯한 여러 진료 분야에서 환자가 정확하게 진단·치료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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