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불안에 지난해 12월 이후 외인 자금 ‘탈출행렬’
외국인 증권투자 순유출 2020년 3월 이후 최대
이달 13일까지 美 달러 대비 원화 변동률 -5.2%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주식시장으로부터 대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탈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반도체 성장세 둔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무역 장벽 우려에 국내 정국 불안 등이 맞물린 결과다.
환율도 출렁였다. 비상계엄과 대통령과 국무총리 탄핵 등 국내 정국 불안에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에 따른 달러 강세까지 맞물리며 원·달러가 큰 폭으로 상승했고, 변동성도 확대했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자금은 38억6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지난달 평균 환율인 1434.4원으로 계산하면 5조6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12월 외국인 자금 순유출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이 가장 컸던 2020년 3월(-73.7억 달러)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규모에 해당했다. 전월(-21.4억 달러)에 이은 2개월 연속 순유출 기록이기도 하다.
외인 투자자금 순유출 5.6조원, 4년 9개월 만 최대
한은 측은 비상계엄 선포, 해제 여파와 관련한 외국인들의 우려가 컸던 것으로 풀이했다. 순유출은 국내 증권 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음을 뜻한다. 주식 자금의 경우, 지난해 12월 25억8000만 달러 순유출로 나타났다. 이로써 같은 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 순유출 행진을 이어갔다.
채권 자금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12억8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이는 전월(8.1억1억 달러) 순유입에서 순유출로 돌아선 것이다. 한은 측은 “국내 반도체기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글로벌 금리 인하 지연 우려 등으로 순유출을 지속하고 있다”며 “채권은 연말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가 둔화된 가운데 국고채 만기상환, 낮은 차익거래유인 지속 등으로 순유출로 전환했다”고 봤다.
국가 신용 위험을 보여주는 한국 국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12월 평균 36bp(1bp=0.01%포인트)로 한 달 전(34bp)보다 2bp 상승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 또는 기업이 부도를 맞을 경우 손실을 보상해 주는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 상승은 해당 국가 또는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다만 미국 통화 긴축기였던 2022년 10~11월(59bp) 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당시였던 2023년 3월(43bp)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한은은 평가했다.
여기에 원화 값도 큰 폭으로 절하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말 1394.7원에서 올해 1월 13일 1470.8원으로 5.2% 올랐다. 같은 기간 100엔당 원화 환율은 929.5원에서 933.8원으로 0.5% 올랐고, 원·위안 환율은 192.7원에서 200.02원으로 3.7% 상승했다.
환율 변동성도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중 전일대비 원·달러 환율 변동 폭은 5.3원으로 11월(4.7원)보다 소폭 확대됐다. 변동률은 지난해 12월 0.37%로 전월인 11월(0.34%)보다 컸다. 지난해 3분기 중 변동 폭은 평균 4.6원(0.34%), 4분기에는 5.0원(0.36%)를 기록한 바 있다.
한은 측은 “원·달러 상승에 대해 매파적이던 12월 FOMC(공개시장운영위원회)와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 등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비상계엄부터 대통령과 국무총리 탄핵 등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부각에 큰 폭으로 올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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