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최윤범 회장 측에 힘 실어…집중투표·이사수제한 ‘찬성’
집행임원제 도입·소수 주주 보호 명문화 등도 ‘찬성’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로 주목을 받은 국민연금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를 제한하는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17일 제1차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이같이 결정했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 등을 결정하는 기구다. 위원 3분의 1 이상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회부를 요청하면 투자위원회로부터 의결권 행사 권한을 넘겨받게 된다.
국민연금은 안건 중 제1-1호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정관 변경의 건과 제1-2호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신규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서는 고려아연 측 후보 3명과 영풍·MBK파트너스 측 3명에게 의결권을 행사하며 균형을 맞추기로 했다. 고려아연 측에서는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최재식 등 후보 3인에 대해 찬성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에서는 권광석, 김용진, 변현철 등 후보 3인에 대해 찬성한다.
그 외 집행임원제도 도입 및 소수 주주 보호 명문화 등 나머지 안건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했다.
국민연금 수책위의 결정으로 핵심 안건인 집중투표제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최 회장 측과 기타 소액주주들이 보유표를 집중해 일부 이사를 새로 선임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지분율 우위인 영풍·MBK 측이 당장 이사회를 장악하기 어려워진다.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주주별로 최대 3%의 지분율 까지만 표결에 사용할 수 있는 일명 ‘3% 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수관계인과 우호세력으로 지분이 더 잘게 쪼개져 있는 최 회장 측의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 수 19인 상한 제한 또한 최 회장 측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모두 찬성 입장이어서 외국계 기관의 지지를 받기 수월할 것이란 관측이다. 외국계 기관이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율은 발행 주식 수 기준으로 7%에 달한다. 해당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 영풍·MBK 측이 14인 신규 후보를 진입시켜 과반을 확보하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6일 고려아연 지분 2.98%를 처분했다. 하지만 여전히 4.51%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막판 표심을 가를 수 있는 주요 주주로 꼽혀왔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먼저 투표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사외이사 후보 투표 방식을 결정하고 당일 사외이사를 선출할 계획이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소수주주 보호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는 몰각되고, 최윤범 회장 자리보전 연장의 수단으로만 악용될 것”이라며 “집중투표제 도입 시, 1대 주주와 2대 주주간 지배권 분쟁 국면은 장기화 될 것이며, 이와 같은 상황은 회사는 물론 주주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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