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시진핑, 자국 기술주 때리기 끝낼까
[중국 증시 기지개]②
알리바바‧텐센트 등 대표 기술주 반등…분위기 변화 감지
3월 양회, 중국 증시 흐름의 변곡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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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최근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하며 중국 및 홍콩 증시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항셍지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2만2000선을 돌파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 수준까지 회복했고, 알리바바는 60%, 텐센트는 40% 가까이 급등하며 3년 내 최고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클라우드·AI 관련 기업들도 동반 상승하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 중이다.
이번 반등이 단순히 기술주 상승이라는 테마를 넘어서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시진핑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가 더욱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7일 시진핀 중국 주석은 마윈을 포함한 주요 기술 기업 창업자들과 회동하며 친기업 기조를 공식화했다. 이에 과거 규제의 타깃이었던 기업들이 다시 국가 성장 전략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AI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성장 모델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존의 부동산·인프라 투자 중심에서 벗어나, 기술 산업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적 변화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기조 변화를 중국 증시 투자의 변곡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동부유'에서 다시 '선부론'으로
핵심적인 변화는 ‘선부론’(先富論)의 부활이다. 2021년 이후 ‘공동부유’를 내세우며 규제를 강화했던 중국 정부가 최근 다시 일부 기업의 성장이 국가 전체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는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가 앞으로도 민간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 억제를 시도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AI와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을 자급화하고, AI 연구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가 차원의 기술 자립을 목표와 더불어 글로벌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단순히 빅테크 기업들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활용해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산업 전반을 활성화하려는 의도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빈 싱(Robin Xing) 모건스탠리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베이징이 민간 부문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다시 배치하고 있다”며 “이번 변화는 단순한 경기부양이 아니라 본격적인 규제 종료의 신호”라고 평가했다.
중국 기술 산업은 한때 세계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였다. 2014년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250억달러를 조달한 것은 중국 기술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후 텐센트, 메이투안, 디디추싱 같은 기업들이 급부상하며 중국 IT 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2020년 마윈이 금융 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후 중국 정부는 기술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규제에 나섰다. ▲앤트그룹 기업공개(IPO) 취소 ▲반독점 조사 ▲데이터 보안법 도입 ▲사교육 및 게임 산업 규제 등이 연이어 시행되면서 시장은 급속히 위축됐다.
특히 2021년 디디추싱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직후, 중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디디의 신규 가입을 차단하고 앱스토어에서 퇴출시키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에 항셍테크지수는 2021년 초 1만1000선에서 2022년 말 4000선까지 폭락하며 60% 이상 하락했고, 주요 기술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수천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2023년부터는 ▲디디추싱의 신규 가입 허용 ▲앤트그룹 벌금형 종결 ▲게임 산업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이어지며 분위기 반전의 조짐이 보였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정책이 언제든 다시 강경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고, 글로벌 자금은 중국 시장을 떠난 상태였다.
3월 양회…글로벌 투자자 신뢰회복 분기점 될까
중국 정부는 소비 회복과 금융 시장 안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 전기차·가전제품 등 소비재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추가 정책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내수 소비를 활성화하고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또한, 정부는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장려하는 등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도 이어가고 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정부는 지급준비율(RRRㆍ지준율)을 0.5% 인하하며 예상보다 강한 부양책을 시행했다. 또한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대형 은행들이 상장사에 자금을 공급해 자사주 매입을 촉진하는 정책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조치는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고, 투자 심리를 개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3월 양회를 기점으로 AI 및 반도체 산업의 자립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는 최근 중국 증시 반등이 단순한 기술주 랠리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증시 상승을 뒷받침할 추가적인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
유진호 신한투자증권센트럴금융센터 차장은 "딥시크가 몰고 온 중국 기술주 상승은 얼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지만, 이번 계기로 중국 주식시장이 상승의 포문을 열었다고 보여진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관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 정부도 수출 성장 보다는 소비 부양 쪽으로 큰 틀을 잡고 있어, 일종의 변곡점에 도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3월 양회를 기점으로 지준율 추가 인하 정책이 나오거나,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강력한 정책을 내놓는다면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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