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건강 잡아라”…‘펨테크’에 꽂힌 진단기기 기업
호르몬 검사 및 여성질환 진단 제품 출시
특정 질환은 여성 환자 많아…R&D 필요

8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진단기기 기업 수젠텍은 이달 여성의 호르몬 진단을 기반으로 한 미용 제품을 선보이고 해당 제품을 우리나라와 미국, 중동 등에 출시할 예정이다. 수젠텍은 앞서 여성의 호르몬 5종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측정기를 선보이는 등 여성 건강과 관련한 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소변으로 배란, 임신, 폐경 등과 관련한 검사를 진행하도록 전자기기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연동한 것이다.
진단기기 기업인 비엘사이언스도 여성질환 자가진단키트 ‘가인패드’를 개발해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가인패드는 생리대 형태의 자가진단키트로,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질염 및 성병을 유발하는 성매개 감염병(STD)을 진단할 수 있다. 자가진단키트만 분석기관에 보내면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어, 여성들이 손쉽게 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진단 전문 기업 노을은 세계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자궁경부암을 진단할 수 있는 제품 ‘마이랩 CER’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자궁경부세포의 염색, 이미징, 분석을 전자동으로 구현할 수 있고, 환자는 30분 정도의 검사를 거치면 당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노을은 이 제품을 올해 상반기 상용화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 2000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3분의 2 여성
의학계에서는 여성질환이 의학 정보의 부족으로 진단과 처방이 잘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실제 미국에서는 여성이 임상시험에 피험자로 참여하지 못한다는 지침이 1977년 발표돼, 이를 폐기하는 법안이 1993년 도입되기까지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는 제한됐다. 유럽에는 여성이 임상시험에 참여해야 한다는 중요성이 알려져 있으나, 여성 단독 임상시험에 관한 지침은 없다.
문제는 특정 질환의 경우 여성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환자의 3분의 2가 여성 환자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을 기준으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료받은 환자 59만3270명 중 71%인 42만4117명이 여성 환자다. 골밀도가 감소하는 골다공증 또한 여성 환자가 사실상 대부분이다. 두 질환 외에도 여성 환자가 많은 질환이 있으며, 상관관계를 밝히려는 연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성별로 인한 보건 측면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아내인 질 바이든 전 영부인은 지난해 연간 최소 5억달러(약 7227억원)를 여성 건강과 관련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도 올해 ‘여성 건강’을 주제로 한 별도의 세션을 진행했다. 이 행사에서 바이든 전 영부인은 “여성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더 나은 해법이 필요하다”라며 “여성 건강 연구는 이제 출발점에 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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