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오는 ‘판의 공포’…빠르게·꾸준하게·정석으로 [이코노 헬스]
갑자기 나타나는 공황…신체 증상도 동반
쉽게 진단하기 어려워…조기 진단 중요해

유래에서 알 수 있듯 공황은 급작스럽게 나타나는 불안·공포 반응이다. 공황은 ‘공포 증상’과는 강도와 길이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공황이 오면 신체적 증상이 20~30분, 길면 1시간가량 이어질 수 있다. 갑자기 숨이 가쁘다거나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고 핑 도는 듯한 현기증이 나타나거나 구역질이 난다. 신체 반응이 격렬하게 나타나니 죽거나 미쳐버릴 것만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래서 공황은 공황 발작(panic attack)을 동반한다.
공황 발작은 환자에게 공황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이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 회피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회피 반응은 공황을 일으킬 수 있는 활동을 피하거나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환자는 공황 발작이 발생한 장소와 상황을 피하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0대 여성 A씨는 치과 병원과 진료에 대한 회피 반응을 보였다. 충치를 치료하던 중 공포감을 느꼈던 탓이다. A는 구강 장치로 입을 벌리고 있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치아를 갈아내는 기계음 등이 자신을 해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치과 치료를 받는 내내 ‘죽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는 광장 공포증으로 인한 회피 반응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광장 공포증은 타인에게 도움받을 수 없는 장소를 두려워하고 해당 장소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나 터널처럼 밀폐된 공간이나 사람이 밀집한 거리, 상점을 피하고 싶을 수 있다.
광장 공포증은 ‘혼자 있다’라는 느낌이 불안으로 이어질 때도 발생할 수 있다. 공간의 폐쇄 여부와 별개로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도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어서다. 이럴 때는 동행자가 없으면 줄서기 같은 행동을 취하기 어려워하고, 심지어 외출 자체를 곤란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40대 남성 B씨는 최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 일단 탑승하면 다음 정거장까지 내리지 못하니 속이 울렁거리고 안절부절못하게 된다고 했다. B씨는 특히 비행기가 가장 꺼려진다고 말했다. 비행시간이 긴 만큼 실내에 갇혀있는 시간도 길고 그만큼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몰려온다는 이야기였다.
공황장애는 신체 증상을 동반하지만, 내과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기 어렵다. 내과 검사는 혈액·흉강경·초음파·내시경 등으로 신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다.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 중 상당수가 신체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거나 내과·가정의학과·신경과 진료를 받지만, 증상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공황장애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진단을 늦추기도 한다. B씨는 공황 자체만큼이나 힘든 점으로 주변의 ‘몰이해’를 꼽았다. 비행기가 무섭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자신을 비웃으면서 ‘담력이 약해서 그렇다’라며 핀잔을 준다는 토로였다. 공황장애 환자에게서 광장 공포증이 자주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변 사람의 핀잔이 공황장애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비수가 될 수 있다.
실제 공황장애는 환자가 꽤 많은 질환이다. 국립나주병원에 따르면 통상 전체 인구의 3~4%는 공황 발작을 겪는다. 공황장애의 평생유병률은 미국의 경우 3.5% 내외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는 1.7% 정도다. 평생유병률은 특정 질환이나 증상을 살면서 겪어 본 사람의 비율이다. 공황장애가 ‘나와는 무관한 일이야’하고 넘길 질환이 아니라는 뜻이다.
충분한 수면·규칙적인 운동도 증상 완화에 도움
공황장애를 극복하려면 꾸준함이 필요하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단기적으로 공황발작은 약물을 쓴 이후 증상을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공황장애는 만성질환이다. 증상이 사라져도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공황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 공황 증상이 잦아들어도 치료를 8~12개월 동안 유지하는 이유다. 또, 공황장애는 약물 유지 기간이 길수록 재발률이 낮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공황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인지치료를 지속해서 이어가며 회피 반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 A씨와 B씨는 시행착오 끝에 공황 발작의 정도를 낮췄다. 예를 들어 A씨는 치과 시술에서 얼굴 덮개로 눈을 가리지 않으면 두려움이 덜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B씨는 약물 치료를 통해 공황으로 인한 신체 반응을 줄인 점이 인지 개선에 도움이 됐다.
B씨는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최근 부산 출장에 비행기를 타고 다녀왔다. B씨는 “두려움이 아예 사라졌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신체 반응이 따로 없으니 ‘(비행기를) 탈 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B씨는 “이제 큰 무리 없이 대중교통을 탈 수 있다”라고도 했다. 발작을 경험하지 않는 자체가 회피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 셈이다.
좋은 생활습관을 형성하는 것도 공황 발작을 완화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잠은 충분히 자고, 운동은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카페인이 과하게 든 음료를 자주 마시거나, 술을 즐기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흡연도 마찬가지다.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좋은 생활습관을 만들어 지속해서 유지하는 일이 단순하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 있는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황의 조기 진단과 치료다. 공황장애에서 자연적으로 회복하는 경우는 드물다. 공황 증상이 신체적으로 나타나거나 내과 검사를 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나온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최대한 빠르게 찾아가는 편이 좋다. 내원이 빠르면 빠를수록 ‘판의 공포’를 극복할 가능성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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