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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요 연일 경신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미운 오리 ‘원전’

역대급 폭염에 전력 수요 비상…원전 3기 긴급 투입 대응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원격수업 급증해 수급난 부채질
전문가 “급하니까 원전에 손 내밀어…9월까진 안심 못 해”

연중 가장 덥다는 절기상 대서(大暑)인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한국전력 서울지사에 설치된 전력 수급현황판에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 2시의 전력 소비량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올해 여름 전력 사용량이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폭염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보되면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가동을 중단한 원전 3기를 이번 주에 투입하면서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하지만 전력 운영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올여름 전력 수요 최대치 9만㎿ 경신해…예비율 10% 위협  

전력거래소는 절기상 1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인 22일 전력 사용량이 이번 여름에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최대전력수요가 9만500㎿, 공급 예비력은 8162㎿, 공급예비율은 9%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22일 오후 5시 기준, 전력수요는 9만172㎿를 기록, 전날(21일) 기록했던 순간 최대전력수요 8만9492㎿를 가뿐히 넘어섰다. 공급예비율은 9904㎿, 예비율은 10.98%까지 떨어졌다. 전력수요가 급증했던 지난 13일 기록했던 예비율 10.1%에 근접한 것이다. 전력거래소의 전망이 현실화되면 공급예비율은 이번 여름 들어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정부는 예비력이 5500㎿ 이상이면 ‘정상’으로 판단한다. 5500㎿ 이하로 내려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를 발령한다. 하지만 발전기 고장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예비력 1만㎿·예비율 10%’가 위협받을 수 있어 전력수급관리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 정부가 출범 당시 탈원전을 선언했던 원전이다. 정부는 계획예방정비로 멈췄던 원전을 순차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신월성 1호기(1000㎿)는 지난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승인을 획득해 18일부터 계통을 연결, 전력공급을 시작했고 21일인 100% 출력에 도달했다.  
 
지난 5월, 터빈 주변 설비 화재로 정지했던 신고리 4호기(1400㎿)는 원안위 사건 조사를 마치고 지난 20일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 21일부터 다시 운전을 시작해 22일 본격 가동 중이다. 계획정비 중이던 월성 3호기(700㎿)는 원안위가 재가동을 승인하면 23일부터 전력 공급을 시작한다.  
 
산업부는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 가동으로 7월 넷째 주 원전 전력 공급이 지난주 대비 215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둘러 원전 3기 투입…“정비 일정 유연성 있게 세웠어야”

원전 재가동은 예상보다 빠른 조치다. 신고리 4호기는 당초 오는 25일까지 고장정비를 예정했지만 앞당겨 재가동을 시작했다. 신월성 1호기는 정기검사 중 열전달 완충판(냉각수 주입 시 열 충격을 완화해주는 기능)이 떨어져 원자로 하부 유량분배판으로 들어간 것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지난 6월말까지 예정했던 정기검사 기간은 8월 초까지 연장됐지만, 전력 부족 우려가 제기되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점검 없이 운영하기로 결정, 원안위에 승인을 요청했다. 계획정비 일정을 모두 수행한 월성3호기를 제외하고 신고리 4호기와 신월성 1호기는 일정보다 앞당겨 재가동을 시작한 셈이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원전 재가동에 대해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전력 수급이 급하니까 원전에 손 내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계 전력 수급 계획을 세우면서 발전소 운영 관리가 더욱 꼼꼼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예정된 정비 일정을 앞당겨 재가동에 들어간 조치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지난 18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해변에 위치한 신월성 1호기. 왼쪽부터 월성 1호기, 신월성 1호기, 신월성 2호기. [중앙포토]
 
현재 원전은 총 24기 중 17기가 운전 중이다. 한울 3·4호기, 월성3호기, 한빛 4·5호기, 고리 3·4호기는 예방정비를 이유로 멈춰선 상태다. 고리 4호기는 오는 12월까지 진행되는 계획예방정비 일정 탓에 지난 21일 가동을 중단했다. 원전 중 3분의 1 가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 교수는 “여름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기간은 7월 말~8월 초, 약 3주”라면서 “연장 운전이 가능한 발전소 특성상 정비 스케줄을 유연성 있게 세웠다면 서둘러 재가동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력 위기 계속 온다 “9월 늦더위까지 안심 못 해”

전력 수급을 위해 원전 3기가 긴급 투입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역대급 폭염이 예보되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세로 재택근무·원격수업이 급증하며 수급난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용 전력 수요는 전체 수요 비중 가운데 10% 수준을 차지한다. 하지만 소폭의 전력 증가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보통 휴가철이 끝나는 8월 중순과 늦더위가 찾아오는 9월 초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력 수급의 첫 고비인 이번 주가 지나가도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2011년 9월 15일 늦더위가 닥치자 전력예비율이 5%대로 떨어졌고 정부는 블랙아웃 사태를 막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전기 공급을 순차적으로 중단하며 전력 부하를 조절하는 순환 정전을 시행한 바 있다.  
 
아울러 정 교수는 “전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변전소 등 송배전 전력망 관리 점검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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