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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본골프·마뗑킴까지…매출 ‘1조 클럽’ 오른 ‘패션 재벌’ 정체는

국내 패션기업 27개사, 200개 브랜드에 투자한 ‘대명화학’
M&A 귀재 권오일 회장, 잠재력 있는 기업에 ‘가치 투자’
계열사 코웰패션·하고·하이라이트브랜즈로 매출 1조

 
 
‘마뗑킴’, ‘키르시’, ‘오아이오아이’ 등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이 모두 대명화학에 속해 있고, 말본골프에 이어 ‘어뉴골프’도 지난해 대명화학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아 관계사에 편입됐다. [사진 홈페이지 캡쳐]
 
‘말본골프’,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코닥어패럴’. 모두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브랜드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모두 대명화학 계열 브랜드라는 점이다. 이름만 들어선 일반 화학 회사 같지만 패션업계에서 대명화학은 ‘숨은 재벌기업’로 알려져 있다. 패션기업을 포함해 다양한 벤처들에 투자해 이들의 성장을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얼굴 없는 황금손’ 권오일 회장…‘패션 인큐베이터’ 역할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명화학이 자금을 투입한 국내 패션기업은 27개사, 200개 브랜드에 달한다. [사진 홈페이지 캡쳐]
 
업계에 따르면 대명화학이 자금을 투입한 국내 패션기업은 27개사, 200개 브랜드에 달한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들 외에도 ‘마뗑킴’, ‘키르시’, ‘오아이오아이’ 등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이 모두 대명화학에 속해 있고, 말본골프에 이어 ‘어뉴골프’도 지난해 대명화학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아 관계사에 편입됐다. 
 
국내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대표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대명화학의 전략은 타 패션업체들과 사뭇 결이 다른 모습이다. 일반 패션 회사들이 브랜드뿐 아니라 CEO를 전면에 내세워 신뢰도를 높이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과 달리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하고 브랜드만 보여주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전략과 브랜드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모두 창업자인 권오일 회장으로부터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패션기업을 포함해 총 300여개 회사에 투자해 성공적으로 투자 자금을 회수했다. 하지만 워낙 노출이 적어 외부뿐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도 ‘얼굴 없는 회장님’으로 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를 졸업한 회계사 출신인 권 회장은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며 업계 영향력을 키워왔다. 2010년 아울렛 기업 ‘모다’를 시작으로 2012년 ‘패션플러스’, 2015년에는 ‘코웰패션’까지 품으며 패션업계 숨은 강자로 등극했다. 2019년에는 대명화학의 ‘대명’을 영문화한 ‘하이라이트브랜즈’라는 사명의 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이 회사는 코닥어패럴과 폴라로이드, 디아도라 등을 전개하고 있다. 또 하고엘앤에프 인수를 통해 여성 패션 부문까지 영역을 확대, 이후 패션 기업 ‘모던웍스’도 인수하면서 남녀노소 모두를 아우르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지난 7월엔 택배 물류사인 ‘로젠택배’를 3400억원에 품에 안으며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 됐다. 디자인부터 제조, 온·오프라인 판매, 배송까지 유통 전 과정을 좌우할 수 있는 독자적인 패션 생태계를 갖춘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코웰패션 이순섭 회장과 인연…한국의 ‘LVMH’ 목표

 
업계에서 그는 ‘패션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패션 브랜드를 선별해 가치투자 하면서 성공 사례를 늘려간다는 설명이다. 권 회장만의 투자 방식도 확실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반에 개인 대 개인으로 투자계약을 맺다가 각 계열사에서 투자할 브랜들르 직접 찾는 스타일이다. 일례로 대명화학이 2020년 투자한 패션 플랫폼 하고엘앤에프는 14개사, 27개 브랜드에 투자하며 몸집을 키웠다. 
 
권 회장과 패션업의 인연은 코웰패션의 이순섭 회장과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투자에 밝은 권 회장과 브랜드 감식안이 뛰어난 이 회장이 협업해 패션 브랜드들을 하나둘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명화학의 중간 지주회사 격인 코웰패션은 아디다스, 캘빈클라인 등 해외 유명 브랜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곳으로 현재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액 2920억원, 영업이익 33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6%, 29% 성장했다. 
 
그의 목표는 지속적인 브랜드 인수합병으로 제2, 제3의 코웰패션을 만들고 더 나아가 ‘한국의 LVMH(루이비통에헤네시)’로 거듭나는 것이다. 패션업계 전망도 긍정적이다. 실제 루이비통과모엣헤네시 등 글로벌 최고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과 대명화학 권 회장은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패션기업으로 시작하지 않고 외부에서 투자 자본을 마련한 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은 인수합병 하는 식으로 덩치를 키웠다는 점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대명화학은 이름과 다르게 패션업을 매우 크게하는 곳으로, 최근엔 패션브랜드를 넘어 항공사와 택배사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기존에 패션을 하던 곳이 아닌데 코닥, 말본골프, 디아도라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어 업계에서도 주목하는 기업”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기준 대명화학의 연결기준 매출은 1조3301억원, 순이익은 1037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코웰패션이 60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대명화학 그룹 내 패션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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