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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넘어…동남아서 ‘金맥’ 캐는 비법 [동남아로 뻗는 K유통③]

유통기업 주요 성장 동력…재편되는 동남아 시장
현지화 vs 한국화…현지 시장 환경 맞춰 전략 수정

 
 
#. A사는 2011년 인도네시아 요식업에 진출한 후 최대 35개까지 매장을 늘려 운영했다. 하지만 현지 시장점유율 80%를 기록 중인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제품 특화에 실패했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며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전격 철수를 결정했다.  
 
#. 프랜차이즈 업체 B사는 2003년 야심차게 중국시장에 진출한 뒤 실패의 쓴 맛을 보고 몇 년 뒤 동남아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07년 베트남 하노이에 이어 2007년 말레이시아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지인이 꺼리던 초록색을 간판에 적용하는 등 중국 현지 문화를 고려하지 못한 실패를 발판 삼아 동남아 전략은 ‘하이엔드 포지셔닝’으로 잡았다.  
 
말레이시아 CU 편의점. [사진 BGF 리테일]
발 빠르게 동남아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은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춰 전략을 수정·보완해나가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를 통폐합하는 작업에서 다시 공격적인 출점 행보로 노선을 갈아타는가 하면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로 현지 파트너를 찾아 협력하거나 고급화 전략으로 ‘동남아 큰 손’ 공략에 나서는 등 새로운 판 짜기에 한창이다.  
 

성장성 따라…오프라인 매장 줄이고 늘리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롯데쇼핑은 올해 봉쇄령 재개와 맞물리면서 다시 오프라인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해외사업 영업이익의 일등공신도 베트남 점이다. 지난해 베트남 롯데백화점 매출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성장률 역시 중국이 -15.3%로 부진한 데 반해 베트남은 7.6% 성장률을 냈다. 추가 점포 확장도 예정돼 있다.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08년 Makro 19개점을 인수하며 국내 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고 이후 현지 특성을 살려 도매형 매장과 한국식 소매형 매장 운영을 병행하며 신규 출점 전략을 펼쳤다. 2022년 상반기 기준 총 매장 수를 49개까지 늘렸다. 롯데쇼핑 외 롯데리아, 엔젤리너스를 운영하는 GRS와 롯데칠성음료 등의 계열사도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춰 점포를 줄이고 늘리는 등 현지 공략 포인트를 달리하고 있다.  
 
일찍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린 CJ제일제당은 CJ Foods Vietnam(옛 킴앤킴)과 CJ Cautre(옛 까우제), CJ MinhDat(옛 민닷푸드) 등 베트남 현지 식품업체 3곳을 인수해 한식 만두와 현지식 만두를 내세운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왔다. 이후 현지 해산물 구매와 가공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베트남을 ‘해산물 만두 수출 확대 전진기지’로 키워내는 등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SPC그룹은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적극 활용해 동남아 지역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 두 지역과 근접한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파리바게뜨 해외 점포 출점을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향후 쉐이크쉑, 에그슬럿 등의 점포 확장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국내 편의점 그대로…새 소비 트렌드 구축  

편의점 업계는 K-POP과 K-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소주와 한국 식료품 등이 인기를 끌면서 호황을 맞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CU, 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들이 현지에서도 한국 편의점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편의점은 간판뿐 아니라 상품들까지 모두 한국 편의점과 똑같다.  
 
CU 관계자는 “오히려 현지에서 한국에 있는 간판 글씨체, 제품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수출해 주길 원한다”면서 “말레이시아 CU 매장에서는 떡볶이·닭강정·핫도그 등 국내 대표 간식들을 즉석조리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골 내 CU 편의점. [사진 BGF 리테일]
‘한국형 편의점 모델’을 그대로 적용한 전략이 소비자들 니즈와 맞아떨어지면서 새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에 볼 수 없던 차별화 상품과 서비스 제공으로 실제 지난해 몽골 CU 매출은 전년 대비 80% 가량 신장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센트럴 익스프레스는 2021년 11월 몽골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몽골 IPO 사상 최대의 공모 금액(401억 투그릭)과 청약 인원(1만 여명)을 기록했다.

치열한 경쟁과 재편 반복…전략이 승부수 

전문가들은 동남아 소매시장이 성장하면서 치열한 경쟁과 재편이 반복되는 가운데 승부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우리 기업이 베트남 소매 채널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통채널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지에 맞는 제품과 가격으로 대결해야 한다”면서 “제품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에 관한 충분한 설명과 적극적인 매장 관리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KOTRA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 기업의 동남아 대응 전략으로 ▲매장운영을 통한 편리한 경험 제공 ▲친환경 제품 생산 및 지역 생산자 보호 ▲옴니채널 구축 ▲로컬업체와 협업 ▲물품 수출 전 수입 규제 확인 등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동남아 소매유통시장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안정적 경제성장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국가별로 상이한 시장 환경에 대해 사전 조사와 차별화, 틈새시장 공략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며 유력한 현지기업과의 협력이 성공의 열쇠”라고 조언했다.
 
이어 “일부 국가의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을 보유하고 있고 열악한 교통과 물류, 유통 등 인프라 환경은 약점으로 꼽힌다”면서 그럼에도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거점으로 동남아가 뜨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eola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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