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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가는 PF대출 경고등…건설·시행사도 보릿고개 우려 [한파 불어닥친 부동산 시장③]

금리 오르고 부동산 경기 침체에 돈줄죄는 금융권
미분양 늘고 돈줄 막힌 시행·건설사, 줄도산 가시화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연합뉴스]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신호와 함께 주택 분양 시장이 거래 실종, 가격 하락을 겪는 가운데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건설사와 시행사의 재무 건전성도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은 미분양이 늘면서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미분양 주택은 올해 초 전국 기준 1만5000여가구 수준에서 8월 말 3만2722가구로 급증했다. ▶대구(8301가구) ▶경북(6693가구) ▶전남(2503가구) ▶경남(2042가구) 등 지방(2만7710가구) 물량이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대구에서 시작한 분양 시장 침체 현상이 다른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대구의 초기분양률은 18%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98.6%) 대비 80.6%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울산(35%) ▶강원(64%) ▶경북(71%) ▶충남(86%) 등 초기분양률이 급락했다.
 

미분양 늘자 수익성 악화된 시행사 대출 상환 여력↓

이처럼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면 개발사업 수익성 악화로 시행사 등의 대출 상환 여력이 줄어든다. PF 대출을 제공한 금융사가 이를 떠안으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금융권들은 신규 PF 대출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PF 대출금리는 선순위 기준 연 10% 수준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도 최근 주택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금융권이 내준 부동산 PF 대출의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PF 대출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부동산가격이 하락 전환한 상황에서 경제 여건·부동산 가격 기대 변화 등에 따라 PF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집값 상승폭이 크고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지역의 부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금융권에서도 부동산 PF 대출을 꺼리는 분위기다. 금리와 원자잿값, 공사비는 올랐는데 금융기관들이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돈을 빌릴 곳은 점점 줄고 있다. 실제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7월 시멘트 가격을 톤(t)당 7만5000원에서 7만8800원으로 5.1% 인상했고 올해 초에도 15%가량 올렸다. 이번에 한 차례 추가 인상되면서 시멘트 가격은 t당 10만원을 넘어섰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 가격은 2020년 톤당 68만원에서 올 6월 117만원까지 72% 올랐다. 철근 가격도 지난해 t당 70만~80만원 사이를 유지했지만 올해 6월 117만원까지 72% 상승했다.
 
금융감독당국도 최근 주요 저축은행장을 소집해 전년 대비 부동산 PF 대출 규모를 20%를 초과해서 늘리지 말라고 지도했다. 이에 은행과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대출을 줄이거나 회수하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본 PF 대출을 받기 전에 일시적으로 브릿지론을 통해 토지매입자금이나 사업 운영비를 충당하곤 하는데 인허가 지연이나 경기 침체로 분양 시장이 가라앉거나 공사비가 늘면 본 PF 대출이 거절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토지를 경매나 공매로 넘겨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본 PF 대출이 막힌 토지는 사업성이 없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유찰되거나 헐값에 낙찰되면 결국 시행사가 도산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PF대출 규제…돈줄 막힌 시행사·시공사 타격 ↑

그는 “부동산 PF 대출금리가 지난해 말에는 선순위 기준으로 연 3~4% 수준이었는데 최근 연 10~11%로 두 자릿수까지 올랐는데도 대주단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며 “금리와 공사비가 올라간 것도 수익성 악화에 치명적인데 금융권까지 돈줄을 막아버리니까 시행사, 시공사에도 타격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개발업계에 따르면 현재 PF 대출 금리는 ▶선순위가 연 10~11% ▶중순위가 연 15% ▶후순위는 연 20%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물류센터의 경우 입지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3.3㎡당 공사비가 지난해 말 500만원 안팎 수준에서 최근 600만~700만원대로 치솟았다. 주상복합 역시 3.3㎡당 공사비가 600만원대를 넘어 최근 750만원을 제시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시행사업 영업이익이 12~15% 정도 나온다고 검토를 하면 투자를 단행한다”면서도 “올해 들어 금융당국에서 PF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선순위 연 금리가 두 자릿수까지 올라버려서 전체 PF 대출 금리가 평균적으로 연 10%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금을 납부한 시행사들은 투자금을 날릴 위험이 커지고 있고, 사업지에 대해 브릿지 대출을 받은 시행사들은 만기가 도래해도 기한 연장이나 본 PF 대출로 넘어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결국 디폴트가 발생하면 경매, 공매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헐값에 낙찰되거나 유찰되면 시행사 에쿼티만 날리는 게 아니고 중순위, 후순위 PF 대출을 내줬던 증권사, 캐피탈까지 문제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건설사들이 문을 닫는 속도도 빨라졌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건설사 도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산한 건설사는 12개사였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8개 건설사가 도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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