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강한 기업들-스트롱 컴퍼니 미래산업]반도체검사기 기술 세계 최고
[한국의 강한 기업들-스트롱 컴퍼니 미래산업]반도체검사기 기술 세계 최고
순익은 매출의 30%선 육박. 간판기업들의 순익이 소수점이하에서 오락가락하는 것과는 너무 딴판이다. 단순 기능공을 뺀 1인당 종업원 순익은 무려 2억원선. 남의 빚은 거의 제로상태. 되레 회사 자본금(87억7천5백만원)보다 7배 이상 많은 현금을 은행 금고에 쌓아 둔 회사. 잘 나간다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굴지의 대재벌조차 돈이 없이 하루 하루를 연명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보면 가위 꿈같은 얘기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것도 중소기업이 살기엔 척박하다는 중소기업 불모의 땅에서 지난 14년간 한 벤처성 중소기업이 일궈낸 놀라운 성적표다. 주인공은 천안에 위치한 반도체 검사장비 테스트 핸들러 제조메이커인 미래산업(대표이사 사장 정문술·60세·본사;충남 천안시 차암동 9의2). 이 회사는 97년에 이어 올해도 국내 유수 대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최고의 우량기업으로 또다시 평가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 회사는 요즘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다. 남들다 금세 숨이 넘어갈 정도의 혹독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 속에서도 이 회사는 끄떡없다. 오히려 경쟁력이 더 커져 미국·일본·대만·이탈리아 등지에서 제품·기술수출 요청이 연일 쇄도하고 있다. 외국서 사오는 부품은 거의 없지, 모든 설계나 기계·제품은 자체 제작하지, 비싸도 제품 안 사면 손해나는 뛰어난 기술 있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환율이 오르면 더 좋다. 이통에 이 회사는 달러 한 푼이 아쉬워 온 나라가 난리인 판에도 도무지 걱정이 없다.
“회장은 무슨 회장”…비서없는 사장 국가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환율태풍에도 끄떡없는 무풍(無風)의 달러박스. 어떻게 이런 회사가 ‘한국’(?)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그 비결은 무엇일까. 리더인 창업자 정문술 사장부터가 남다르다. 정사장의 명함엔 직책이 없다. 그저 대표이사 뿐이다. 그 흔한 회장의 회자(字)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회장은 무슨 회장. 난 비서도 없어요. 남시켜 전화하는 법도 없구요. 이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나는 그저 사장일 뿐입니다. 사원이나 마찬가지로 일하는 사람이지요.” 이것이 이 회사 경쟁력의 요체일까. “기업의 경쟁력은 다른 게 아니지. 원론적인 것 같지만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이라고 봐요. IMF다 뭐다 해서 모두들 난리치고 호들갑 떨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기가 맡은 일 충실하게 잘하는 것 이외엔 무슨 묘안이 있나. 특히 중소기업들은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에 주력해야 합니다. 이것만 살길이고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력이 곧 경영이자 영업이에요.” 실제로 이 회사의 기술력과 인재들은 대단하다. 우선 제품의 품질수준이 세계적이다. 주생산품인 테스트 핸들러는 반도체 제조과정을 최종 마무리하는 장비. 반도체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를 검사하는 첨단장비다. 이 장비엔 부품만 2만2천개가 들어간다. 영하 33도에서 영상 1백27도까지의 환경에서도 64MD램 64개를 한꺼번에 검사, 불량제품과 합격제품을 순식간에 가려낸다. 그뿐인가. 합격품도 7~8개 등급으로 자동 구분해 준다. 이 기계를 만들어 내는 기술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한국의 이회사와 일본의 아드반데스트라는 회사 두 군데 뿐이다. 전세계적인 기술력. 이것이 이 회사의 경쟁력인 셈이다. 자연 제품의 부가가치도 월등히 높다.
생산제품값 g당 3백50원 “최고급 승용차의 g당 가격은 2백50원 정도인 것으로 압니다. 우리기계는 g당 3백50원이지요.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지요.” 최고급 승용차보다 더 비싼 기계. 이것을 만드는 최첨단 기술과 고급인력을 갖는 것은 그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정말 미래산업은 우연의 결과가 아닙니다. 남보다 먼저 인재를 확보하고 키우고 가르친 결과지요.” 46세의 늦깎이 창업. 기술도 돈도 사업경험도 없이 세계적인 수준의 회사를 키워낸 정문술 사장의 사업궤적은 바로 남다른 기술확보·인재확보의 노력에 다름 아니다. 그것도 상식을 깬 파격적인 방식으로. “지난 83년 창업 당시 밑천이라곤 하나도 없었지요. 돈이 있나 인재가 있나 기술이 있나. 그저 반도체가 효자산업이 되겠구나고 생각한 것 뿐이었지요. 나중에 한국종합기술금융(KTB)자금 7억5천만원을 가까스로 얻어냈지요. 문제는 사람이었습니다. 일본의 퇴역기술자 1명을 수소문 끝에 당시로선 파격적인 대우를 해 모셔왔지요. 그리고 시골학교를 뒤져 공고생 3명을 확보했어요. 좋은 대학 출신은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었구요.” 퇴역 일본인 기술자 1명과 공고생 3명. 초창기 회사인력 구성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었겠지만 그 자체가 기존 상식의 파괴였다. 당시 뽑은 공고생 3명은 지금 미래산업의 핵심멤버. 그 밑에 석·박사들이 수두룩하게 포진해 있다. 정사장은 이것을 기존 교육에 대한 반란이라고 부른다. “현재 회사인력 3백여명 중 10명 정도가 회사를 이끌고 간다. 그중 1번부터 3번까지가 바로 공고출신이다. 나는 당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이 인력으로 사업을 일으켰다. 교육제도에 대한 일종의 경종이었다. 앞을 내다보고 이것을 실천에 옮겼다. 그리고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정사장의 인재관(人材觀)은 이처럼 남다르다. 모범생은 “노”다. “이제 모범생시대는 지나갔다고 봐요. 공부 잘 하고 좋은 대학 나온 모범생이 인재가 못 되는 시대지요. 전산 수준만 해도 그래요. 숭실대, 중앙대 순입니다.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그래요. 초등학교때부터 컴퓨터에 미쳐 다른 공부할 시간도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지요. 저는 이런 인재들이 필요합니다. 사실 기술자도 타고 나야 합니다. 베토벤이나 피카소처럼 예술감각이나 천부적인 창작 소질이 있어야 해요.” 끝없는 호기심-. 사실 정문술 사장 자체가 호기심 덩어리다. 산간 오지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의 말대로 ‘후진 학교’만 다녔다. 그리고 군대생활. 남들은 죽지 못해 시간때우는 시간이지만 그에겐 언제나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어요. 훈련도 열심히 받고…행정학교에서의 경험도 재미있고 유익했고.” 그 같은 남다른 호기심은 제대 후 인연을 맺은 중앙정보부 시절에서도 계속된다. “지난 70년인가 일본 오사카 엑스포 박람회를 갔지요. 첫 해외나들이었지요. 그때 본 컬러TV는 지금도 못 잊어요. 귀국때 도시바 단파 라디오를 하나 샀지요. 그 위에 IC 라디오라고 쓰여 있었어요. 이게 뭐냐. 그때부터 관심을 가졌지요. 이것이 지금 돌이켜 보면 반도체 관련사업과의 운명적인 첫 인연이 아닌가 싶어요.” 그의 경영술도 독특하다. 6개월 전에 문을 연 분당연구센터. 초일류 엘리트 두뇌들로 구성된 연구인력은 모두 40명. 이곳은 사업계획도, 예산도 스스로 짠다. 결제도 안 받는다. “절대 보고하지 말라”는 정사장의 특별 엄명 때문이다. “처음엔 설마하더니 점차 불안한가 봐요. 관행이 몸에 배서 그렇지요. 그러나 나중엔 자신 마음대로 자율적으로 움직여요. 돈도 마음대로 쓰라고 했지요. 6개월간 40억원쯤 썼나 봐요. 국내 최초로 미국 프로엔지니어에서 해석시스템을 구입했지요. 이 시스템은 대기업조차 없어요. 국내 최초로 도입된 첨단기계지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그렇게 사달라고 졸랐는 데도 못산 기계라고 모두들 좋아합디다.” “막고 품어라-.” 정사장이 IMF 시대를 살아가야 할 국내 중소기업들에 던진 독특한 낚시법이다. 벼농사 때 양쪽 둑을 막고 양동이로 물을 퍼내면 온갖 몰고기가 다 나온다. 붕어, 피라미, 메기…. 나중에 뻘이 나오면 그때 미꾸라지를 잡는다. 이 고기잡는 방식은 귀담아 들어봄 직하다. “고기와 1대1로 싸우는 낚시법도 있지요. 그물로 잡는 것도 있구요. 그러나 바로 물꼬를 막고 양동이로 푸는 이 방식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고기를 잡는 법이라고 봅니다.” 미래산업은 조만간 대만에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해외수출에 나설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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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은 무슨 회장”…비서없는 사장 국가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환율태풍에도 끄떡없는 무풍(無風)의 달러박스. 어떻게 이런 회사가 ‘한국’(?)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그 비결은 무엇일까. 리더인 창업자 정문술 사장부터가 남다르다. 정사장의 명함엔 직책이 없다. 그저 대표이사 뿐이다. 그 흔한 회장의 회자(字)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회장은 무슨 회장. 난 비서도 없어요. 남시켜 전화하는 법도 없구요. 이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나는 그저 사장일 뿐입니다. 사원이나 마찬가지로 일하는 사람이지요.” 이것이 이 회사 경쟁력의 요체일까. “기업의 경쟁력은 다른 게 아니지. 원론적인 것 같지만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이라고 봐요. IMF다 뭐다 해서 모두들 난리치고 호들갑 떨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기가 맡은 일 충실하게 잘하는 것 이외엔 무슨 묘안이 있나. 특히 중소기업들은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에 주력해야 합니다. 이것만 살길이고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력이 곧 경영이자 영업이에요.” 실제로 이 회사의 기술력과 인재들은 대단하다. 우선 제품의 품질수준이 세계적이다. 주생산품인 테스트 핸들러는 반도체 제조과정을 최종 마무리하는 장비. 반도체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를 검사하는 첨단장비다. 이 장비엔 부품만 2만2천개가 들어간다. 영하 33도에서 영상 1백27도까지의 환경에서도 64MD램 64개를 한꺼번에 검사, 불량제품과 합격제품을 순식간에 가려낸다. 그뿐인가. 합격품도 7~8개 등급으로 자동 구분해 준다. 이 기계를 만들어 내는 기술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한국의 이회사와 일본의 아드반데스트라는 회사 두 군데 뿐이다. 전세계적인 기술력. 이것이 이 회사의 경쟁력인 셈이다. 자연 제품의 부가가치도 월등히 높다.
생산제품값 g당 3백50원 “최고급 승용차의 g당 가격은 2백50원 정도인 것으로 압니다. 우리기계는 g당 3백50원이지요.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지요.” 최고급 승용차보다 더 비싼 기계. 이것을 만드는 최첨단 기술과 고급인력을 갖는 것은 그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정말 미래산업은 우연의 결과가 아닙니다. 남보다 먼저 인재를 확보하고 키우고 가르친 결과지요.” 46세의 늦깎이 창업. 기술도 돈도 사업경험도 없이 세계적인 수준의 회사를 키워낸 정문술 사장의 사업궤적은 바로 남다른 기술확보·인재확보의 노력에 다름 아니다. 그것도 상식을 깬 파격적인 방식으로. “지난 83년 창업 당시 밑천이라곤 하나도 없었지요. 돈이 있나 인재가 있나 기술이 있나. 그저 반도체가 효자산업이 되겠구나고 생각한 것 뿐이었지요. 나중에 한국종합기술금융(KTB)자금 7억5천만원을 가까스로 얻어냈지요. 문제는 사람이었습니다. 일본의 퇴역기술자 1명을 수소문 끝에 당시로선 파격적인 대우를 해 모셔왔지요. 그리고 시골학교를 뒤져 공고생 3명을 확보했어요. 좋은 대학 출신은 구할래야 구할 수도 없었구요.” 퇴역 일본인 기술자 1명과 공고생 3명. 초창기 회사인력 구성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이었겠지만 그 자체가 기존 상식의 파괴였다. 당시 뽑은 공고생 3명은 지금 미래산업의 핵심멤버. 그 밑에 석·박사들이 수두룩하게 포진해 있다. 정사장은 이것을 기존 교육에 대한 반란이라고 부른다. “현재 회사인력 3백여명 중 10명 정도가 회사를 이끌고 간다. 그중 1번부터 3번까지가 바로 공고출신이다. 나는 당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이 인력으로 사업을 일으켰다. 교육제도에 대한 일종의 경종이었다. 앞을 내다보고 이것을 실천에 옮겼다. 그리고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정사장의 인재관(人材觀)은 이처럼 남다르다. 모범생은 “노”다. “이제 모범생시대는 지나갔다고 봐요. 공부 잘 하고 좋은 대학 나온 모범생이 인재가 못 되는 시대지요. 전산 수준만 해도 그래요. 숭실대, 중앙대 순입니다.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그래요. 초등학교때부터 컴퓨터에 미쳐 다른 공부할 시간도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지요. 저는 이런 인재들이 필요합니다. 사실 기술자도 타고 나야 합니다. 베토벤이나 피카소처럼 예술감각이나 천부적인 창작 소질이 있어야 해요.” 끝없는 호기심-. 사실 정문술 사장 자체가 호기심 덩어리다. 산간 오지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의 말대로 ‘후진 학교’만 다녔다. 그리고 군대생활. 남들은 죽지 못해 시간때우는 시간이지만 그에겐 언제나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어요. 훈련도 열심히 받고…행정학교에서의 경험도 재미있고 유익했고.” 그 같은 남다른 호기심은 제대 후 인연을 맺은 중앙정보부 시절에서도 계속된다. “지난 70년인가 일본 오사카 엑스포 박람회를 갔지요. 첫 해외나들이었지요. 그때 본 컬러TV는 지금도 못 잊어요. 귀국때 도시바 단파 라디오를 하나 샀지요. 그 위에 IC 라디오라고 쓰여 있었어요. 이게 뭐냐. 그때부터 관심을 가졌지요. 이것이 지금 돌이켜 보면 반도체 관련사업과의 운명적인 첫 인연이 아닌가 싶어요.” 그의 경영술도 독특하다. 6개월 전에 문을 연 분당연구센터. 초일류 엘리트 두뇌들로 구성된 연구인력은 모두 40명. 이곳은 사업계획도, 예산도 스스로 짠다. 결제도 안 받는다. “절대 보고하지 말라”는 정사장의 특별 엄명 때문이다. “처음엔 설마하더니 점차 불안한가 봐요. 관행이 몸에 배서 그렇지요. 그러나 나중엔 자신 마음대로 자율적으로 움직여요. 돈도 마음대로 쓰라고 했지요. 6개월간 40억원쯤 썼나 봐요. 국내 최초로 미국 프로엔지니어에서 해석시스템을 구입했지요. 이 시스템은 대기업조차 없어요. 국내 최초로 도입된 첨단기계지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그렇게 사달라고 졸랐는 데도 못산 기계라고 모두들 좋아합디다.” “막고 품어라-.” 정사장이 IMF 시대를 살아가야 할 국내 중소기업들에 던진 독특한 낚시법이다. 벼농사 때 양쪽 둑을 막고 양동이로 물을 퍼내면 온갖 몰고기가 다 나온다. 붕어, 피라미, 메기…. 나중에 뻘이 나오면 그때 미꾸라지를 잡는다. 이 고기잡는 방식은 귀담아 들어봄 직하다. “고기와 1대1로 싸우는 낚시법도 있지요. 그물로 잡는 것도 있구요. 그러나 바로 물꼬를 막고 양동이로 푸는 이 방식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고기를 잡는 법이라고 봅니다.” 미래산업은 조만간 대만에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해외수출에 나설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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