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벤처’ 비켜라, ‘굴뚝벤처’ 나가신다!
강원도 원주시 태장동에 공장과 본사를 두고 있는 뉴보텍(www.nuvotec.co.kr). 지난 1990년 ‘강원프라스틱’이란 상호로 출발한 이 회사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플라스틱 파이프 생산업체다. 지난 98년 벤처기업으로 선정된데 이어 작년에 재지정까지 받았지만 어디에 내놔도 전통 제조업체, 이를테면 ‘굴뚝기업’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요즘 이런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별로 신명날 일도 없건만, 뉴보텍에서 직원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최근 있었던 코스닥 등록 예비심사에서 무난히 통과한데 따른 것이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은 지난 97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오링(O-Ring)형 고강성 PVC 이중벽관. 세계적으로도 독일·캐나다·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에 이어 4번째로 개발된 이 제품은 경질염화비닐관·콘크리트관·주철관 등 기존의 배관재보다 충격과 부식에 훨씬 강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뛰어난 제품력을 인정받아 기술표준원의 NT·EM마크와 과학기술부의 KT인증도 받아냈다. 이에 힘입어 이 회사는 해마다 4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98년 6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99년 82억원, 작년엔 1백24억원, 올해엔 1백65억원을 늘어났다. 내년엔 2백50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요즘 온갖 정책과 자금지원이 뒤따르고 있는 정보기술(IT)이나 생명공학(BT) 분야의 업체들에 비해 성장성이나 수익성 면에서 나으면 나았지 뒤떨어질 게 하나도 없다. 게다가 굴뚝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임금 경쟁력과 양적 경쟁력 면에서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굴뚝벤처’의 모습이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소재한 공장형 벤처빌딩 ‘새한 벤처월드’에 둥지를 틀고 있는 있는 평산에스아이(www.pyungsan.co.kr) 역시 ‘잘 나가는’ 굴뚝벤처다. 지난 91년 설립된 이 회사는 토목구조물인 파형강판을 생산·시공하는 회사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파형강판은 두께 2.7∼7㎜의 열연강판을 물결무늬로 가공, 강도를 높인후 용융아연도금해 내식성을 높인 것. 기존 콘크리트 구조물에 비해 건설기간이 짧고 겨울에도 공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공사비 절감효과가 크다. 이 회사가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오던 이 제품의 국산화에 성공한 것은 지난 99년. 포항제철·포항산업과학연구원·한국도로공사 등과 공동으로 5년간 연구개발한 끝에 국내 최초로 선보여 서해안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통일대교 등 수많은 도로공사 현장 등에 잇따라 납품했다. 파형강판과 관련해 24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평산에스아이는 지난해 1백5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고, 올해 예상매출은 2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종화 평산에스아이 사장은 “2004년엔 국내 구조물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차지, 1천2백억원의 매출에 2백5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겠다”며 자신 있게 회사의 비전을 밝혔다. 최근 ‘성장성과 수익성’을 기반삼아 양지(陽地)로 비집고 나오는 굴뚝벤처들이 늘고 있다. ‘제조업을 하려거든 중국에서나 알아봐라’는 냉소적인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일궈낸 성가(聲價)를 앞세워 대거 코스닥시장 진출을 모색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약 2백여개의 굴뚝벤처들이 코스닥 등록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같은 분위기는 IT벤처에 대한 중복투자에 지친 벤처캐피털업계의 투자패턴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다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KTB네트워크의 경우 작년에 총 25개사에 대한 IPO(기업공개)를 실시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 내장재를 제조하는 케이디엠을 비롯, 피혁제품업체인 쌈지, 금형 및 사출성형업체인 프로텍, 자동차 차체 생산라인을 제작하는 우신시스템 등 7개업체가 오랜 업력과 기술 경쟁력을 지닌 굴뚝벤처다. 무한기술투자 역시 지난해 전체 투자규모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전통 제조업체에 배정하기도 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첨단업종의 경우 중복된 기술로 시장에 신규참여하는 업체가 늘어난 데 따른 과잉경쟁으로 투자를 요청하는 초기 벤처기업의 미래 전망성이 낮게 평가되는 사례가 많다”며 “이에 따라 수익률과 사업역량을 갖춘 전통 제조업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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