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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전매 규제, ‘약발 안 먹힌다’

분양권전매 규제, ‘약발 안 먹힌다’

최근 아파트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분양권전매제한 같은 초강수를 두면서 집값 규제에 나섰다. 그렇다면 과연 아파트 값은 장래에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아파트·주택 값의 흐름부터 짚어보고 넘어가자. 작년에 주택 가격은 전국 평균으로 9.8%가 올라 1990년대 초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10년 주택 가격 안정기가 끝난 것이다. 올해 2002년 2월의 아파트 가격지수는 1백27.2로 그동안 最高點이던 91년 4월 1백17.6을 훌쩍 넘어섰다. 이러한 주택 가격 상승은 내수 활성화 차원을 넘어 국민 경제에 부담을 주는 수준으로까지 오른 것으로 보여진다. 공급이 한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 버블이 확산돼, 향후 가격 하락시 개인파산·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민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염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작년 연말부터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한 강남 지역을 투기 과열 우려 지역으로 고시하고, 기준시가 상향·양도세에 대한 세무 조사·재건축 기간 조정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이번에는 강북·수도권 지역의 가격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의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최근에 들어 분양권 전매 제한 부활, 25.7평 이하 분양 물량의 무주택자 우선 공급 정책, 주상복합 및 오피스텔·조합아파트의 선착순 분양 억제 대책을 밝혔다. 또 기존의 일시적인 2주택 보유시 양도세 면제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시키는 대책도 아울러 발표하였다. 동시에 과열 지역의 분양권 및 주택 거래시 양도세에 대한 세무 조사 및 떴다방(이동 중개업소)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고, 향후 추가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시에는 더 강력한 조치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은 효과가 있을 것인가? 부작용은 없는 것인가? 효과와 부작용이 있다면 우리 주택시장은 또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가?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입주량 분석을 통해 작년부터의 상황을 설명하고 정부 정책의 효과를 분석해보자. 부동산 가격은 금리나 주식·증권 같은 대체 투자 시장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근본적으로는 수급 요인이 가장 중요하다. 작년의 아파트 입주량은 9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IMF 경제 위기시에 실업증가·소득감소라는 구매력 감소 요인과 함께 건설업체들의 대량 도산과 신용위기로 아파트 신규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건설 기간이 2년 6개월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때 분양된 물량들이 대략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주하였다. 99∼2000년에는 97년 이전 대량으로 분양되었던 아파트들이 입주해 공급이 충분해 가격도 안정세를 보였다. 이 시기에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시키기 위한 대책 수립에 집중했다. 즉 등록세·취득세 25% 감면, 임대사업자 세제 감면 등 부양 조치가 이어졌다. 그런데, 2001년에 들어서 입주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상황은 역전되었다. 이러한 공급 부족 여건하에 저금리와 금융권의 담보 대출 및 개인 대출 확대가 가격 상승폭을 더 키웠다. 그러나 2001년 연말로 가면서 입주량이 급격히 늘어나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가격 상승폭은 둔화되었다. 동시에 다세대·다가구 주택 공급도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주택 가격의 상승폭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2002년 초에 들어 또다시 서울 지역의 아파트 입주량은 다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4월까지는 대형 건설업체와 주공 물량 기준으로 월별로 1천 가구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2월달은 수도권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2월에는, 국민의 절반이 살고 있다고 하는 서울·수도권에서의 입주량이 1천 가구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건 결국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흔히 강남을 잡으니까 강북과 수도권이 떴다는 말을 많이 한다. 과연 그런가. 필자가 보기엔, 투기꾼들이 단속 지역인 강남을 피해 강북·수도권으로 돌아다녔다기 보다는, 이들 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전역이 2월에는 신규 입주 물량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본다. 이게 옳다. 3월부터 수도권은 입주량이 크게 늘어나지만 서울 지역은 4월까지도 입주량이 부족하다. 현재 정부가 분양권 전매를 비롯한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정책들이 현시점에서 효과가 의심스러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도, 규제 정책 강도가 약해서라기보다는 시장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정부의 규제 정책은 주택가격 상승기에 일어날 수 있는 과도한 거품 형성을 방지하고, 무주택자들의 불안심리를 억제하여 주택 시장이 극도의 불안정한 상태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중도금 2회 납부 후에 허용되는 전매 제한 조치는 ‘묻지마 청약’이나 분양권 거래 차익을 노린 가수요를 방지하는 데에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올해 서울 지역은 아파트 입주량이 작년보다도 적다. 다만, 상반기가 최저점이고 하반기에는 입주량이 증가한다. 수도권 지역은 2월을 제외하고 총량적으로 작년보다도 많다. 다만, 서울 지역도 작년부터 공급되기 시작한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연간 활기를 이어간다면 작년 입주량 수준보다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하반기 이후에는 주택 가격 상승폭이 둔화될 것이다. 작년에 실질적으로 71만호가 공급이 되었고 올해에도 이 정도의 공급은 무난하다고 볼 때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 효과는 상반기에는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해 가격 상승세는 지속되지만, 입주량이 늘어날 하반기부터는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것이다. 또 이때부터는 부분적으로 주택 수요를 위축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의 주택 가격 상승에 따라 더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주택 수요를 위축시켜 공급 확대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의 높은 주택 가격이 장기화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무리한 주택 시장 위축 정책을 펼 경우에는, 완만하지만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높은 주택 가격이 계속 유지될 것이란 얘기다. 이는 정부가 가장 원치 않는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는 항상 건설 기간이라는 시간적인 변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 경기와는 달리 움직일 때가 많다.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시장 여건에 맞추어 규제 정책의 강도와 타이밍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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