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술제조업체들 ‘꿩먹고 알먹고’
공병보증금이 제대로 환불되지 않고 있는 엉터리제도를 바라보고 있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상당히 크다. 흔히 소비자들의 불만은 술 소매업자들에게 향한다. 빈병을 돈으로 잘 바꾸어주지도 않고, 바꾸어준다고 해도 일부만 준다는 불만이다. 이같은 불만을 술 제조업체 본사에 쏟아내면, 반응은 대충 이렇다. “어디서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느냐. 나쁜 사람들(소매업자들) 아니냐. 그런 사람들은 당장 신고를 해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말하자면 술 제조업체들도 공병 회수가 제대로 안되는 게 술 소매업자들 때문이라며 공격의 화살을 그들에게 돌린다. 그러나 꼭 술 소매업자들만의 잘못일까. 전문가들의 주장은 다르다. 이같은 부실한 공병 반납 시스템의 1차적 책임은 바로 술 제조업체에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공병보증금 문제가 제조업체들이 들고나오는 ‘국세청 고시’라는 것을 한번 들여다보자. 부실한 공병 반납 시스템에 대한 책임의 상당부분이 술 제조업체에게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오기출 시민정보미디어센터 사무총장은 “국세청 고시에 따르면, 분명히 술 제조업체들은 TV 같은 홍보매체를 이용해 공병보증금에 대한 홍보를 연 2회 이상 해야 하는데, 실제 이같은 홍보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술 제조업체들은 제품 광고시에 공병보증금 및 보증금을 정당하게 환불하지 아니하는 주류 판매업자들을 신고하는 전화번호 같은 신고처를 고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같은 고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술 제조업체들은 술 도매상에게 술을 공급할 때 교육을 통해서 공병보증금을 전액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라고 지도해야 하는데, 사실상 이같은 일을 일부러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것은 술 제조업체들의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내년에 정부가 시행하려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대한 실효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병보증금 제도가 흐지부지 운영되고 있는 것을 단지 소매상들만의 잘못으로 돌리고 이들에게 3백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이 법의 취지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란 얘기다. 한편 공병보증금 제도 도입 때문에 술 제조업체들이 여러모로 큰 이익을 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술 제조업체들의 ‘사회적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술 제조업체들은 공병보증금 도입으로 말마암아, 도입 이전에 비해 ‘더 싸게’ 빈병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영수 경북대 교수는 “소주병이나 맥주병의 경우 그 자체의 경제성 때문에 보증금제 이전부터 이미 70% 이상의 재활용률을 보여왔는데, 보증금 제도 이후 재활용율은 10%포인트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제도 도입 이후에 술 제조업체들은 빈병 구입가격이 더 낮아졌다는 것. 예컨대 맥주 5백㎖ 공병의 경우 소매점이 병당 55원에 도매점에 팔고, 도매점은 여기에 병당 12원의 수수료를 붙여 67원(공병보증금 50원+수수료 17원)에 다시 술 제조업체에게 팔게 된다. 그러면 술 제조업체는 병당 17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공병을 구입하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보증금 제도 도입 이전의 병당 구입가격은 30원 내외다. 술 제조업체들은 여기서 벌써 병당 13원꼴의 이익을 보게 된다. 빈병을 많이 사용하는 것 자체도 술 제조업체로서는 이익이다. 빈병을 사서 개당 40원 정도의 세척비용을 들여 재사용하게 되면 총비용은 개당 57원이다. 그런데 신병 가격은 개당 1백원을 웃돈다. 결국 술 제조업체들은 공병 재사용에 따른 이익과 미반환 공병보증금에서 발생하는 잡수익으로 ‘꿩먹고 알먹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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