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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진단]반독점 제소 직격탄 맞은 반도체업계는 지금…

[국내진단]반독점 제소 직격탄 맞은 반도체업계는 지금…

지난 6월19일 반도체업종 주가는 해외에서 날아든 직격탄으로 크게 출렁거렸다.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시장의 메이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는 물론이고 반도체 장비와 소모품을 제조하는 반도체 연관업체 주가가 급락했다. 주가 급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배경은 미국 증시에서 애플컴퓨터와 CPU 제조업체인 AMD가 어두운 실적전망 발표로 그날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데다 미국 법무부가 자국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대해 독점금지법 위반혐의로 조사에 나선다는 뉴스가 증시에 급속도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미 법무부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조사 배경이 무엇일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인피니온·일본의 NEC 등 굴지의 D램 제조사뿐만 아니라 대만의 난야 테크놀로지·모젤 바이텔릭 등 군소 D램 제조업체들이 모두 함께 피소된 것이 확인되었고, 제소자는 대형 PC업체로 D램 제조사들의 가격담합 행위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으로 밝혔졌다. 아직까지 그 대형 PC업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업체인지 정확히 파악은 되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델 컴퓨터가 확실하다고 믿고 있다. 지난 4월 말 델 컴퓨터의 회장인 마이클 델은 메릴린치 증권사가 주최한 기술 심포지움에 참석하여 D램 제조사들의 가격담합 행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이를 반드시 근절시키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지난 80년대 중반과 90년대에 걸쳐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악화될 때마다 D램과 S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의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저가판매로 자사에 대해 큰 피해를 입혔다고 미국 공정거래위원회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꾸준하게 제기해 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PC업체의 D램 제조사 제소는 D램을 구매하는 수요자가 생산자를 제소의 직접 대상자로 삼았다는 점에서 과거 D램 제조업체들간의 반덤핑 제소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는 그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 왔던 D램산업의 생산자와 수요자(구매자) 간에 보이지 않는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그 배경에는 다름 아닌 2년째 지속 중인 IT산업의 불황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PC업체들은 최근 들어 시장상황이 다시 악화되자 재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한편 HP와 컴팩이 합병하여 거대 PC회사가 탄생함으로써 PC업체들 간에는 시장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PC회사들은 인원삭감·공장폐쇄 등 내부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품가격 인하를 통한 비용 축소에 혈안이 되어 있다. IBM은 년초에 수립한 구매예산을 10% 더 삭감하는 수정계획을 실시 중에 있으며 CPU·D램·TFT-LCD 등 부품업체들에게 고통 분담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CPU제조업체인 인텔과 AMD는 지난 4, 5월에는 CPU 가격을 인하하여 이러한 PC업체들의 호소에 동조하였으나, 당시 D램업체들은 현물가격 대비 지나치게 높은 고가격 받기를 고수하여 PC업체들로부터 강한 불만을 샀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D램 가격(128메가 기준)이 2달러대까지 다시 떨어져 있으나, 지난 3, 4월만 해도 지난해 11월 초의 저점 대비 4배 이상 폭등한 상태였다. 이번에 제소한 PC업체는 이 때의 가격급등에 대해 문제 삼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말의 D램 가격 급등에는 일정부분 수요의 증가 등 실질적인 시장의 힘에 기인한 것도 있으나, 적자 상태를 벗어나려는 D램업체들 간의 가격담합과 출하량 조절이 가격급등에 일정 역할을 했다는 점은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지난 2000년 7월 이후 가격폭락으로 호된 고생을 경험한 D램업체들 입장에서 보면 가격 주도권을 다시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할 수 있다. D램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갈 때 최대 수혜자는 단연 D램 제조업체들이다. 그러나 PC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D램 가격의 급등세가 지속된다면 PC제조사들은 잠재적 피해자에 속한다. D램 가격이 급등하면 당장 구매비용이 증가하나 시장상황이 나빠 이를 모두 PC 가격에 반영하여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 자칫 PC 가격의 인상이 PC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더 멀리 보면 PC 판매 부진으로 PC회사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되면 부품에 해당하는 D램의 구매량이 감소하여 결국은 D램업체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IT불황 속에서 PC업계와 D램업계의 힘겨루기가 계속된다면 사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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