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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70% 받고는 장사 못한다”

“이자 70% 받고는 장사 못한다”

‘70% 이자상한선 도입’,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최근 이자상한선 70%를 골자로 한 대금업법이 통과되자 대금업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국내 토종 대금업체들은 이 금리로는 도저히 먹고살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고, 국내 대금업 시장을 선점한 일본계 대금업체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연 70%’라는 금리 수준은 분명 고리(高利)임에도 대금업계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얼까. 먼저 토종 대금업계의 입장부터 들어보자. 이들은 전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는 반응이다. “연 90%를 받더라도 연체율과 각종 비용을 따져보면 남는 게 없다. 70%까지만 받으라는 소리는 한마디로 장사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 대금업체 사장은 말한다. 실제 국내 대금업체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일본계 대금업체에 비해 업력이나 자금력을 볼 때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 수준. 자본금도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아야 수십억원 안팎에 불과해 이자상한선을 둘 경우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법은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계 대금업체들의 대출 금리는 연 1백% 수준. 단순계산으로 70%의 이자상한선에 따르게 되면 지금보다 30%가량 수익이 줄게 된다. A&O크레디트의 박진욱 사장은 “사실 이자상한선은 대금업체에겐 아픈 결정”이라며 “어느 정도 순익이 감소할지 정확히 따져보지 않았지만 최소 30%가량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본계 대금업체들은 국내 토종업체들과 달리 크게 반발하지는 않는 모습. 박사장은 “대금업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어야 생존할 수 있는 업종”이라며 “70% 이자상한선이라는 법적 가이드 라인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소한 대출잔고가 3천억원은 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자상한선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채업자 양성화라는 취지로 도입된 대부업법이 반대로 음성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국내 대금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소비자금융연합회가 지난 7월31일 회원사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회원사의 59%가 90% 이상의 금리로 현행처럼 등록하지 않고 불법영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이들이 불법영업을 할 경우 단속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도지사에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들의 자발적인 신고 외에 마땅히 이들을 관리·감독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대금업체를 통해 연명하던 신용불량자의 파산이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금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제도권에서 더 이상 추가 대출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맨 마지막에 찾는 곳이 바로 대금업체라는 얘기다. 이자상한선이 발표되자 대금업체들은 한결같이 현재는 신분증과 주민등록 등본만 있으면 즉시 대출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사장은 “이자상한선이 도입되면, 대금업체들은 지금보다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연체관리를 보다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금업체들의 자금조달 패턴도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 대금업체들은 대출재원을 주로 은행과 상호신용금고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조달하고 있다. 연 15∼17%대로 자금을 조달해 연 90∼1백%로 대출을 하고 있다. 이자상한선이 도입되면 대출 조달 금리도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 상호신용금고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대금업체들에 손쉽게 대출을 해주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며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영업구조를 갖춘 대금업체들 위주로 대출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 토종 대금업체들의 설 자리는 더욱 없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채시장은 1972년 사채동결조치, 82년 장영자·이철희 사건, 93년 금융실명제 도입 등 10년마다 큰 변화를 겪어 왔다. 93년 금융실명제 이후 다시 10년만에 대금업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사채시장은 이런 가운데서도 면면히 자신의 생명을 이어왔다. 이번 이자상한선 결정이 향후 사채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결국 ‘이자상한선 70% 룰’이 실시되면 생계형 소규모 대금업체들은 지하로 숨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대금업을 하고 있는 5천여개 대금업체 중 상당수는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역시 문제는 ‘규모’다. 누가 규모의 경제를 먼저 실현했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일본계 대금업체와 일부 대형 국내 대금업체를 제외하곤 모두 제도권에서 사라질 게 자명하다. 제도권이든 비제도권이든 역시 금융업의 화두는 여전히 ‘대형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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