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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革新, ‘다다시스템’을 아시나요?

제조업의 革新, ‘다다시스템’을 아시나요?

이광성 사장
최근 충북 청주시 용암동 아파트 단지에 들른 사람들은 방문한 집의 책상 위에 조그마한 조립기계들이 놓여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휴대폰·전자부품의 회로에서 변압기의 역할을 하는 ‘트랜스포머’와 ‘코일류’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충북 청원의 벤처기업 SH일렉트로닉스(대표 이광성·www.sh-elect.com)의 가내수공업식 생산라인 현장이다. 회사경영 21년째를 맞는 이광성 사장은 아파트 단지 등 인구 밀집지역의 주부들에게 생산설비를 나눠주고 분업조립 공정을 맡긴 뒤 중간제품을 집집으로 옮기면서 완성품을 만들어가는 ‘다다시스템’(DA.DA SYSTEM)을 이용해 30% 이상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비전문가인 주부들도 공정을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그에 맞는 설비도구도 필수죠. 저희는 공정을 15단계로 세분화·단순화시켜 유동적인 생산라인을 구축,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었습니다.” ‘다다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 회사의 청원공장에는 생산라인은 없고 최종 완제품 조립과 제품검사만을 실시한다. “어찌 됐건 비전문가들에게 생산을 아웃소싱했으니 제품검사만큼은 철저하게 합니다. 전제품을 모두 검사하죠. 덕분에 불량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이 회사의 이러한 원가절감 비법은 각종 경영관련 대회에서 국무총리상·산업자원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며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원가절감 이외에도 많습니다. 저희가 다루는 부품의 사양만 1백 가지가 넘을 정도로 이 시스템은 소량다품종에 적합할 뿐 아니라 업체에서 요구하는 납기를 정확히 맞출 수도 있죠.” 이 회사의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시작된 것만은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20여년간 트랜스포머 제조업 ‘한 우물’만을 파면서 사업실패와 동업자의 배신 등 우여곡절을 겪은 이 사장의 경험과 노하우의 결실인 셈이다. 지난 1990년 8년간 운영해 온 회사가 부도처리됐을 때 이 사장은 ‘제조업은 한 개의 라인에서만 생산해서는 어렵다’는 것을 뼈져리게 깨달았다. 동종업계의 책임자급으로 자리를 옮긴 이사장은 ‘생산라인안에서의 노동집약’을 모토로 하청업체에 ‘다다시스템’ 초기 모델을 전파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다다시스템을 3년 정도 운영하니까 1백여명의 직원이 16명으로 줄더군요. 신기한 것은 매출은 반대로 더 늘었다는 점입니다. 다시 재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때 얻었습니다.” ‘다다시스템’이란 강력한 무기를 들고 지난 96년 SH일렉트로닉스를 창업했다. 지속적으로 한 분야에서 있었던 터라 곧 대기업 등에서 찾아와 제품공급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실사를 나온 대기업 등 거래업체들은 생산라인이 없는 공장을 보고 거래중지 처분을 내리는 등 대외적으로 효과를 검증받지 못한 생산방식이 정착되기까지는 어려움도 있었다. “한 번은 상가집에 갔다가 저희에게 거래중지를 내린 대기업의 담당자를 만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일부러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 분이 달려와서 ‘이사장, 미안합니다’ 하고 사과를 하더군요. 지금은 그 업체가 저희의 큰 고객이 됐습니다.” ‘다다시스템’을 운영한 지 6년째에 들어서면서 이제는 공정에 따라 적게는 3∼4배에서 많게는 1백배 이상의 생산효율 향상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이사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다시스템’의 활용에 나서고 있다. 중국에 현지공장을 내고 이 시스템을 도입시키는가 하면 트랜스포머 개발기술을 응용한 ‘광디스크 드라이브 픽업코일’ ‘LCD백라이트 인버터 모듈’ 등 신사업 분야에도 이 시스템을 응용할 공정을 개발 중이다. “요즘 저가의 중국산 제품 때문에 부품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저희는 다릅니다. 세계시장에서 얼마든지 당당히 맞설 수 있죠. 제조업의 생명은 ‘싸게 만들면서 이익을 내라’는 명제로 귀결된다고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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