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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자존심 마케팅’으로 쾌속질주

BMW, ‘자존심 마케팅’으로 쾌속질주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성공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차’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사람들이 가장 타고 싶어하는 차’ 고급차의 대명사 BMW를 두고 하는 말들이다. 전세계 어디를 가도, 국민소득이 높고 낮음을 떠나 BMW를 평가하는 이 말은 공통적으로 통한다. 벤츠와 더불어 ‘게르만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BMW가 한국시장에서 쾌속 질주하고 있다. 7월 말까지 BMW는 한국에서 2천6백89대가 팔려 수입차 시장 점유율 31%를 차지하면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포드(6백21대)·GM(2백1대) 등 자동차왕국 미국의 자존심을 뭉개버린 것은 물론 다임러크라이슬러(8백33대)마저 큰 차이로 제치고 수입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요즘 BMW를 신청하면 모델에 따라 3개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주문이 밀려 독일 본사에서 제작해 들여오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RV(4륜구동)차 X5시리즈도 국내에서 30여명이나 대기하고 있다. 이 차는 가격이 1억원을 호가하는데도 7월까지 1백60여대가 팔렸다. BMW코리아(대표 김효준)는 올 연말까지 4천3백대의 BMW를 팔아 3천억원의 매상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수입외제차 시장은 작년대비 1백%의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연말까지 수입외제차 판매대수는 1만3천대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1%를 넘어설 전망이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입차 시장은 작년에 처음으로 1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1%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 김효준 대표는 “수입차 시장이 활성화돼 오는 2010년이면 일본 수준인 10%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자동차 생산대수로 세계 5위, 수출물량으로는 세계 4위의 자동차 강국입니다. 이런 나라의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올해 겨우 1%를 넘어섰다면 자동차 무역의 쇄국정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수입차 비중이 30%에 달하고 이웃 일본도 10%를 넘습니다. 이제 우리도 국산차를 밖으로 많이 수출하는 만큼 외제차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위한 차 김사장은 국산 자동차의 품질과 경쟁력이 많이 향상된 만큼 외제차 수입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고 느긋하게 대처할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한국 자동차 시장이 개방된 이후 초창기에는 미국차가 강세를 보였으나, 90년대 중반부터 독일차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98년부터는 BMW가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금 국내 수입차 시장은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입차는 모두 고급(럭셔리)차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 판매되고 있는 외제차종은 1백60여 가지에 달한다. 이 모든 차들이 고급차는 아니다. 각종 세금과 관세 등이 합쳐지면서 수입차 차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고급차로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BMW는 다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고급차로 인식되고 있다. BMW코리아는 성공한 사람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업계 1위에 올랐다. 김효준 사장은 BMW라는 고급 브랜드 이미지에다 도전적이고 성취지향적인 한국민의 스타일이 합쳐져 BMW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외제차 하면 연상되던 비싸고 오래 걸리는 부품조달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도 주효했다. BMW코리아는 인천에 대규모 부품센터를 세우고 98%의 부품을 24시간 조달할 수 있도록 물류 시스템을 개선했다. 이 결과 수입외제차 중 부품가격을 가장 싸게 빠른 시간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 BMW코리아의 또 다른 강점은 고급인력. 본사인력 80명은 대부분이 관련분야 최고로 구성돼 있으며, 회사에서도 국제화를 위해 독일 BMW본사에 3년씩 현장근무를 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1명이 다녀왔고 현재 3명이 가족과 함께 독일에서 근무 중이다. 경쟁차종인 벤츠와의 차별성도 BMW의 빠른 성장 요인으로 지적된다. 벤츠는 이미지가 다소 보수적이고 사회 초고위층 인사들만 타는 중후한 차로 인식돼 왔다. 반면 BMW 고객은 젊고 세련되며 역동적이며 스포티한 운전과 성능을 즐기는 사람들의 차로 인식된다.

여성·장년층도 주요 고객 한국도 요즘 자동차를 자기 취향대로 고르는 카매니어들이 늘고 있다. 젊은 전문 직업인을 비롯, 성공한 직장인들은 물론 50∼60대 고객들도 벤츠를 고집하기보다 BMW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그리고 몇년 전만 해도 비싼 외제차를 타면 사람들 눈치를 보며 매국노 소리를 듣고 반사회적 시선을 받아야 했으나, 요즘은 젊은 고객층이 많아지다 보니 그런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내가 열심히 일해 돈을 번 만큼 좋은 차를 타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것. 이런 변화된 사회 분위기도 BMW 판매증가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김사장은 말한다. ‘나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차’로 많은 한국 고객들이 BMW를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BMW는 95년 수입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BMW코리아’지사를 설립했다. 이전에는 코오롱그룹이 수입을 대행했었다. 지사 설립 첫해 15명이던 인원도 현재 80여명으로 늘었다. 전시장도 전국 30개로 늘고 서비스센터도 17개를 확보했다. 물론 국내 딜러들이 마련한 매장과 A/S센터이다. 코오롱모터스 등 10개 딜러들이 판매를 맡고 있는데, 오래 전부터 거래해온 코오롱모터스가 전체 판매량의 45%를 맡고 있다. 지사 설립 때인 95년 당시 국내 시장에 굴러다니던 BMW는 7백14대에 불과했다. 올 7월 말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는 BMW는 무려 1만3천대에 달한다. IMF 때는 1년 동안 겨우 3백여대가 팔리는 등 한때 어려웠으나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입차 시장도 96년에 이어 두번째로 작년에 1만대를 넘었고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BMW코리아는 95년 지사 설립 후 비칸트·엥엘 등 독일 사장에 이어 김효준 사장이 2000년부터 3대째 사장을 맡고 있다. 김사장은 덕수상고 졸업 후 곧바로 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신텍스에 입사했다. 신텍스 입사 후 마케팅 분야에서 탁월한 성적을 보이며 승승장구, 94년 부사장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듬해 이 회사가 다른 외국계 제약사에 합병당하면서 김사장은 같이 근무하던 직원들을 다른 직장으로 알선해 주고 자신은 BMW코리아 상무로 옮겼다. 이후 BMW코리아 부사장을 거쳐 2000년부터 사장을 맡고 있다. 상고 출신의 김사장은 뒤늦게 방송통신대에 입학, 97년에야 경제학과를 졸업한 만학도이다. 현재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자동차위원회 회장과 한국외국기업협회 부회장 직함도 갖고 있다. 사장 취임 후 줄곧 현장경영을 하면서 성공한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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