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 고양이’ 막으려면 내부 통제 강화부터
‘생선가게 고양이’ 막으려면 내부 통제 강화부터
금융사고는 고객이나 금융기관 관계자가 비정상적인 목적으로 금융기관을 이용하려 하는 이른바 ‘혐의거래(suspicious transaction)’의 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혐의거래는 단순히 금융사고를 촉발하는 단초가 될 뿐만 아니라 자금세탁 등을 통하여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물론 사회나 국가의 안위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까지 내포한다. 따라서 혐의거래를 사전에 포착하여 금융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예방하는 것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서둘러야 할 막중대사다. 일반적으로 금융사고는 복수의 혐의거래와 상호 연관 또는 조합(combination)의 형태를 띠고 발생한다. 가령 혐의거래의 유형이 3가지라고 한다면, 이로부터 파생되는 금융사고의 유형은 7가지가 된다. 여기에 각 유형의 혐의거래가 또다시 복수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 점, 금융기술의 발전에 따라 혐의거래의 유형도 확대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혐의거래에서 파생되는 금융사고의 유형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런 사실은 금융사고 방지대책을 수립함에 있어 금융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혐의거래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혐의거래를 포착, 보고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대단히 중요함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결과(금융사고)를 적발·문책하는 데에만 초점을 둘 경우에는 엄청난 모니터링 비용이 소모됨에도 불구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끝나버려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의 예를 보면 대부분의 혐의거래는 은행에서 발생하고 있다. 증권·보험분야의 혐의거래는 은행에 비해 많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혐의거래 보고제도가 발효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체계적인 통계가 없다. 대신 1999년 1월∼2001년 6월까지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은행권 금융사고의 내역과 특징은 대략 나와 있다. 먼저 사고내역이 표준화·세분화되어 있지 않고 인터넷뱅킹 등 신종 금융거래 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고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사고내역이 거의 횡령·배임·사기·사문서 위조·수뢰 등과 같은 전형적 위법행위로 이 중 횡령은 전체 건수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또 1∼5억원의 소규모 금융사고가 전체 건수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7% 정도에 불과한 30억원 이상의 거액사고도 금액면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임직원간 공모를 통한 조직적인 범죄도 포함되어 있어 주목을 끈다. 직급별로는 실무자(56%)·경영책임자(21%)·중간관리자(19%) 등의 순으로 금융사고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고 관련자는 대부분(87%) 면직처분을 받았으나 처벌기준 등은 객관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증권사나 보험사의 금융사고도 대체로 은행과 비슷한 양태를 띠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기관들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금융사고 예방대책·준법감시인 제도·윤리강령 제정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해 왔다. 그러나 고작 시늉에 불과한 것이었고 대부분의 스스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정부나 감독기관의 지침을 기다리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어찌 보면 이번 대우증권의 금융사고는 그의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이에 비해 선진 금융기관들은 이미 2000년부터 자금세탁 등과 같은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혐의거래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구체적이고도 철저하게 대비해 왔다. 이들 선진 금융기관의 대책은 다음과 같다. 먼저 금융기관은 고객 및 자금수혜자의 신원을 확인(customer identification)해야 한다. 특히 고객이 법인이나 기금·신탁 등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경우에는 조직의 적법성 및 존재 등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청구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뱅킹 이용자에 대해서는 계좌개설 전에 정밀실사를 해둘 필요가 있으며, 모든 신규 고객이나 신규 계좌는 담당자 이외의 적어도 한 사람 이상에 의해 승인받도록 해야 한다. 혐의거래로부터 발생하는 부에 자금의 원천이 있는 고객 및 자금수혜자, 역외에 설립된 기업이나 기금 등에 대해서는 고도의 정밀실사를 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관료·공기업 선임경영자·정치가, 그리고 중요 정당관료 및 그들과 혈연·지연 등의 관계를 지닌 사람들도 포함된다. 금융기관은 비정상 또는 혐의거래를 확인하기 위한 문서화된 대책을 수립하여야 하며, 동 대책에는 비정상 또는 혐의거래의 정의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이와 같은 혐의거래는 모니터링·고객접촉·제3자 정보 및 환경 조사 등을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조사·분석을 통해서도 무혐의성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을 경우에는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기존의 거래를 지속하거나, 기존의 거래를 중단하거나, 사법당국에 거래관계를 보고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때 국내법 및 규제에 의거하여 자산동결 및 거래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 단, 사법당국에 보고를 하는 경우에는 거래 상대방의 선임경영자(선임준법감시인·최고경영자·수석감사 등)에 사전 통보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기관은 거래상의 주요한 변동 등이 있는 경우에는 고객 파일을 갱신하고 비정상·혐의거래를 모니터할 자동지원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고객을 접촉하는 직원 및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를 대상으로 부패방지 교육을 실시하고 비정상·혐의거래를 확인·추적하는 방법에 대해 훈련시켜야 한다. 한편 감독당국과 준법감시인 등은 상기 내용을 정기적으로 리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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