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기업인들에 美 평가 저널리즘 접목…
현재 세계 최고의 부자는 누구일까? 미국 역사상 최고의 부자는 누구며, 현재는 누굴까? 또 세계 최고의 대기업과 우량 중소기업은 어느 기업일까? 이같은 질문에 가장 명쾌한 답변을 주는 잡지가 미국 최고의 경제 잡지 「포브스」(Forbes)다. ‘자본주의가 좋다(Capitalism is good!)’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이 잡지는 스스로를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규정하면서 자본주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특집 기사들을 게재하여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포브스」는 기업 평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그 것을 저널리즘과 결합시켜 새로운 잡지 발행 형태를 선보인 성공 사례라 볼 수 있다. 포브스는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내년부터 한글판 「포브스 코리아」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 잡지는 한국판 「뉴스위크」나 「이코노미스트」와 유사하게 국내와 국제 관련 기사를 각각 절반씩 게재하고 발행부수는 5만부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여 제휴 조인식을 가진 포브스 회장인 스티브 포브스는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의 앞날에 대해 깊이 신뢰한다”면서 “「포브스」 코리아가 한국 경제계 지도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해, 「포브스」 코리아의 장래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1917년 자신의 성을 따 ‘「포브스」’를 창간한 비시 포브스(B.C. Forbes)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기자였으며, 미디어 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그는 「포브스」의 창간에 이어 「포브스 FYI」 「아메리칸 헤리티지」 「아메리칸 레거시」 등을 인수하거나 창간해 사세를 확장해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하면서 최근에는 온라인 영역으로도 진출하여 웹사이트(forbes.com)를 운영하고 있으며, 비지니스와 관련된 다양한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또 이 회사는 ‘특별한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잡지들을 발행해 흑자를 내고 있다. 비시 포브스는 창간 당시 발간사에서 “이 잡지는 실천과 이를 행하는 사람들에게 바친다”라는 권두언을 썼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을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한 잡지가 「포브스」라고 밝힌 것이다. 「포브스」를 세계적인 경제전문 잡지로 끌어올리고, 현대적인 경영시스템을 정착시킨 사람은 비시 포브스의 맏아들 말콤 포브스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서 부상을 당했고, 포브스사를 철저히 가족 소유의 경영 체제로 만들었다. 「포브스」지가 세계적인 경제전문 잡지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평가 저널리즘’를 적극 활용하면서부터다. 말콤은 49년 아버지를 설득해 세계 최초로 미국을 포함한 각국 기업들의 순위를 평가, 발표하는 획기적인 기획 기사를 선보였다. 이를 위해 그는 많은 자금과 고급 인력을 투자했고, 철저하게 과학적인 검증과 분석을 통해 누구도 의의를 제기하지 못할 고품격의 기업 평가 기사를 발표했다. 이 기획 기사는 매출·순이익·자산·주식가치·인력·경영자 등 여러 항목에 기초해 각 기업들을 평가하고 우수 기업의 순위를 매겼다. 이 기사들은 미국 증권의 중심인 월가에 큰 영향을 미쳤고, 우량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판단 기준을 제공하는 등 기업 경영의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54년 창업자 비시가 죽자 말콤의 큰아들인 스티브 포브스가 경영에 뛰어들어 아버지를 도왔고, 64년 아버지를 이어 포브스사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마침내 85년 포브스 부자는 「포브스」지를 미국 최고의 경제전문 잡지로 성장시켰고, 광고 수입과 매출액에서 경쟁지인 「포천」지를 능가하게 된다. 스티브는 86년 미국의 투쟁 역사를 주로 다루는 「아메리컨 해리테지」 잡지를 인수하여 미국 잡지 역사상 최단 시간에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기록하는 경영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그의 탁월한 경영 능력으로 포브스 미디어 기업은 날로 번창했다. 포브스사는 89년 레이건 대통령 재임시 미 국방부 장관을 지낸 캐스퍼 와인버그를 스티브의 발행인으로 영입, 더욱 탄탄하게 입지를 굳혔다. 90년 말콤이 사망한 후 맏아들 스티브가 모든 경영권을 물려받아 미디어 사업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그는 대학생 고객을 위한 잡지들을 매각하고, 카스텀 미디어그룹(Custom Media Group)을 만들었다. 이 기간 동안 스티브 회장은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고, 양질의 기사를 발굴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 독보적인 기획 기사와 탐사 기사들로 타 지를 압도했다. 대표적인 인력 스카우트의 예가 뉴미디어 사업을 위해 웨스트 코스트사의 리치 칼가아드(Rich Karlgaard)와 아메리컨 엑스프레스 트래블러스그룹의 사장이던 제임스 베리언(James Berrien)를 「포브스」지의 사장과 발행인으로 영입하여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 일이다. 「포브스」는 매년 미국을 포함한 세계 5백대 기업을 평가, 발표하는 것 외에 다양한 기획 기사와 탐사 기사를 게재하여 좋은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연예계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선정하여 발표하는 것. 이 잡지는 2001년 총 소득과 스타 파워(예컨대 신문과 잡지 보도 횟수, TV와 라디오 출연 회수, 잡지의 표지인물 등장 회수, 인터넷 웹사이트 조회 수)를 합산한 결과 ‘미션 임파서블’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의 톱스타 톰 크루즈를 2001년 최고의 인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톰 크루즈는 2000년에 4천3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11개 잡지의 표지인물로 등장했고, 인터넷 조회 수도 13만9천회에 달했다는 것이다. 「포브스」지는 또 세계 경제의 전망을 집중 분석한다. 최근 12년 간의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총제척인 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을 ‘공황이 확산되고 있다’는 커버 스토리로 다뤄 일본 경제 위기의 실체를 진단하기도 했다. 「포브스」지의 이 진단 기사는 곧 타 매체에 인용 보도되면서 세계적인 파급 효과를 갖게 된다. 한국 언론들 역시 종종 「포브스」의 평가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포브스」지는 주요 경제 인물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최근 GM의 잭 웰치를 포함해 한국의 금융계인사들을 표지인물로 다루기도 했다. 「포브스」는 기업의 규모를 평가, 세계 5백대 기업을 선정하지만, 각 산업부문별 순위도 평가한다. 2000년 매출액과 시가총액 50억 이상의 세계 기업들 중 산업 부문별로 가장 우수한 4백대 기업을 선정하면서 금속광업 분야에서 포항제철을 세계 1위의 기업으로 올리기도 했다. 또 ‘세계 3백대 우량 중소기업’을 선정, 발표하기도 했다. 컴퓨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세계 1만3천여개 기업 중에서 연간 매출액 5억 달러 미만이면서 회계연도 자기자본이익률이 8%를 넘는 유망 중소기업을 골라, 각 대륙의 은행가·펀드매니저·증권분석가들에게 해당지역 내 각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기업을 추천하도록 해 발표했다. 경제저널리즘 전공가인 안민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포브스」지의 한국 진출에 대해 “세계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고급 경제지의 발행은 한국 잡지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곽재원 중앙일보 산업 부장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들의 경영 노하우, 경영진의 리더십, 경영 시스템 등 글로벌 스탠더드를 익히는 데 한국판 「포브스」지가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WTO 체제 출범 이후 세계가 단일 시장으로 변모하고, 무한경쟁이 일상화되는 경제전쟁의 시대에 「포브스」지는 세계의 경제 흐름, 세계 주요기업의 경영 방식, 주요 경제 인물의 소개 등으로 한국 경제저널리즘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드시킬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