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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行 택시비도 세금공제

산부인과行 택시비도 세금공제

아이가 없어지는 나라 일본. 日정부는 최근 출산장려책에 1조엔을 풀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가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화급한 이슈로 부상했다. 일본여성들의 생애출산율(평생 낳는 아기의 수)은 1. 33으로 일본의 인구를 현상유지하는 데 필요한 2. 07을 크게 밑돌고 있다. 올해 일본의 15세 미만 인구는 지난해보다 무려 20만명이나 적은 1천8백17만명으로 21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평균 수명이 더 늘어나지 않는다면 1백년 후 일본의 인구는 지금의 3분의 1인 4천2백53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의 일본은 한국보다도 인구가 더 적은 나라가 된다는 뜻이다. 그럼 왜 일본여성들은 아기를 낳지 않는 것일까?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저출산의 원인을 만혼(晩婚)으로 돌려왔다. 여성의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결혼이 늦어져 자연히 출산도 뒤로 미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만혼의 추세가 한풀 꺾이면 출산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적극적인 출산장려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국립인구문제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일찍 결혼해도 아기를 낳지 않는 부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저출산의 원인을 만혼에서 찾아왔던 일본 정부의 낙관론이 산산이 부서지고 만 것이다. 그럼 일본의 정상적인 부부가 출산을 피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애 낳아 기르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일까? 일본에서 첫애를 낳는 데 드는 출산비용은 평균 73만3천엔(약 7백50만원)이 든다. 병원비·유아용품 구입비를 모두 포함한 돈이다. 만만찮은 액수다. 그러나 일본의 중산층 가정이라면 이 정도의 돈은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 돈이 출산의 결정적인 장애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장기불황이라 장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애를 안 가진다는 것도 일부 염세론자들의 얘기일 뿐이다. 최근 게이오대학의 조사에서는 기혼여성이 출산을 꺼리는 큰 이유로 출산·육아기의 배우자의 협력 부족과 직장상사의 이해부족이 꼽혔다. 한국보다 핵가족화 현상이 더 심한 일본에선 아기를 낳았더라도 시어머니나 친정 어머니에게 기대는 경우가 많지 않다. 오로지 두 부부가 육아를 책임져야 한다. 이때 남자의 지원이 결정적으로 필요한데 일본의 사회구조상 이것이 어렵다.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일본 남성들의 비율이 0.4%에 불과하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예외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직장에서 “집에 갓난아기가 있어 일찍 귀가하겠다”고 하면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결국 여자 혼자 육아와 살림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여성들에게는 과중한 스트레스가 돼 결국 출산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저출산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올해 중 1조엔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범정부적 인구대책을 처음 내놓을 방침이다. 특히 남성의 출산휴가는 정부가 수치목표를 정해 민간기업에게 이를 지키라고 독려할 계획이다. 남편의 협력이 없어서 애를 못 낳겠다는 여성들의 걱정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또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의 중견 규모 이상의 기업들에는 사내 탁아시설을 지어 운영하라고 요청했다. 탁아시설 건설비의 절반은 정부가 보조해 주기로 했다. 대신 자기회사 직원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탁아소를 공개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의 출산수당과 출산육아일시금 제도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출산수당은 건강보험법에 따라 지급받는데, 한꺼번에 받으면 30만엔이 나온다. 평균 출산비용의 40%는 이것으로 커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시금을 지급받기까지 견디기 곤란할 정도로 어려운 가정을 위해 각 지방의 사회보험협회는 일시금의 80% 범위(최고 24만엔) 안에서 무이자로 융자를 해주고 있다. 세제혜택도 있다. 임신진단이 나온 뒤부터 산부인과에서 정기검진을 받거나 출산으로 입원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의료비 공제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는 병원에 가는 데 드는 택시비까지 포함된다. 이밖에 후생노동성은 고액의 불임치료 수술에 의료보험을 적용해 주고 육아휴가 중인 직장인들에 대해서는 3년까지 후생연금보험료를 면제해 주는 등 출산부부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적어도 “애를 낳으면 경제적으로 손해본다”는 생각은 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애를 갖느냐 마느냐의 결정은 부부 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도 이런저런 저출산대책이 약발이 있을지 확신을 못한 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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