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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개매수→상폐' 상장사 7곳…소액주주 반발↑

사모펀드 등 대주주 “펀더멘털에 맞는 평가 위한 조치”
소액주주 “공개매수 가격 낮아…대주주만 배 불리는 격”

올해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가 늘었다. [사진 게티이미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올해 들어 상장 기업들의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가 유독 활발한 모습이다. 기업의 잇단 상장폐지 움직임에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7월 1일까지 공개 매수를 거쳐 자진 상장 폐지를 추진한다고 공시한 상장사는 총 7곳이다. 락앤락, 신성통상, 쌍용C&E, 제이시스메디칼, 커넥트웨이브, 티엘아이 등이 상장 폐지를 위한 공개 매수를 진행 중이다. 대양제지는 지난달 상장폐지를 마무리했다. 

유가증권시장 기준 대주주가 회사를 상장 폐지하려면 지분을 95%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이 지분율을 충족하기 위해 기존 주주로부터 공개적으로 주식을 사 모으는 과정으로 공개매수를 거친다. 공개매수란 불특정 다수인에 대해 주식 등의 매수의 청약을 하거나 매도의 청약을 권유하고, 유가증권시장 밖에서 당해 주식 등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사모펀드 자진 상폐 다수…소액주주 반발 거세 

올해 상반기에만 상장폐지 목적의 공개매수가 7건이 진행됐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공개매수 16건 중 상장폐지 목적은 4건에 그쳤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는 각각 2건에 불과했다. 

시장에서는 자진 상장 폐지 시도가 늘어난 배경으로 주주제안 남용, 최대주주에 대한 역차별 규제 등 상장사를 둘러싼 각종 규제에 대한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추진하면서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기업가치 제고 공시 등 주주환원 정책도 대주주에게 부담이 됐다는 해석이다. 

특히 현재 상장 폐지를 추진 중인 기업 가운데 락앤락(어피너티), 쌍용C&E(한앤컴퍼니), 제이시스메디칼(아키메드), 커넥트웨이브(MBK파트너스) 등 상당수는 사모펀드(PE)가 대주주다. 기업 경영과 관련한 공개를 꺼리는 사모펀드 특성상 상장을 유지하면 공시 의무가 많은 만큼 부담을 더 크게 느낀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사모펀드의 특성상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통한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상장 폐지를 전략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업계 관계자는 “보유 기간이 길어지거나 성숙한 기업 같은 경우에는 엑시트를 고민해야 된다”며 “하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괜찮고 실적도 견조하다고 생각하는 회사도 시장에서는 낮은 가격으로 평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라는 것이 제멋대로 움직일 수가 있으니까 기업의 펀더멘털에 맞게 평가받기 위한 취지로 상장 폐지를 선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에서 제 값을 못 받는 기업의 주식이 싸게 팔리면 그것을 사는 것도 또 하나의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공시 수준 높지 않아…공개매수 산정 가격 검토 필요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소액주주 중 일부는 사모펀드의 상장폐지 저지를 위한 법적 대응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공개 매수 가격이 개별 주주의 매입가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서다. 

사모펀드가 대주주가 아닌 신성통상의 경우도 최대주주인 가나안과 2대주주인 에이션패션이 주식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 상장폐지에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소액주주들은 공시 의무 등 상장사로서 받아야 하는 규제를 피하고, 상장 폐지 후 가족경영을 강화해 오너일가만 배당잔치를 벌일 것이라는 비판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부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최대주주와 같은 프리미엄을 준 사례도 있다. 지난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의료기기 전문기업 루트로닉을 인수한 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루트로닉 오너가에 제시한 경영권 프리미엄 부여와 같은 금액을 공개매수가로 결정했다. 통상 사모펀드나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오너가에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지분을 매입한 후 주가가 떨어지면 공개매수로 값싸게 주식을 사들이는 사례가 대부분인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나 대주주가 기업경영 상황에 따라 상장폐지를 결정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반발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공시 수준 등이 해외에 비해서 과도하게 높아 기업들의 상장폐지가 이어진다는 견해에는 시각이 갈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회계 정보의 투명성이라든지 공시 정보의 수준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 오히려 떨어진다는 평가들이 더 많다”며 “공시 수준 등이 부담스러워서 상장 폐지를 결정한다라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개매수 산정가격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시총 대비 상장기업 수가 너무 많다”며 “미국은 시총 규모가 한국의 25배이고, 기업수는 2.3배다. 더구나 글로벌 추세로 보면 상장회사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공개매수 후 상폐기업의 대주주는 대부분 사모펀드로 알고 있다”며 “구조조정을 위해 디리스트를 추진하는 것은 사모펀드의 전략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개매수 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데, 대개 이전 한 달 주가의 30%선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공개매수 산정가격에 대한 검토는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이전 1‧3‧6개월 주식가치 대비로 산정가격을 정하는데 주가가 기업의 본질가치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면 문제”라며 “공개매수 이전에 고의로 주가를 하락시키기도 하는데, 공개매수 가격 산정 시 주가와 함께 수익가치와 자산가치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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