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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새전략 '3社 3色'격돌

조선 새전략 '3社 3色'격돌

좌부터 최길선(현대중공업 사장), 김징완(삼성중공업 사장), 정성립(대우조선 해양 사장)


현대:내년엔 CNG선이 먹여살린다 현대중공업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 최대 조선소 규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 울산에 있는 1백80만평 규모 조선소와 현대미포조선, 영암에 있는 삼호중공업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사업을 개시한 지 불과 30년 만에 세계 어느 조선소도 달성하지 못했던 1천척의 선박을 올해 건조해 인도했다. 현대중공업은 삼호중공업을 인수한 이후 상선 영업 측면에서 탄력성을 확보했다. 울산의 7개 상선 건조설비와 영암에 위치한 삼호중공업의 2개 설비를 가동함에 따라 선주사의 요구를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우선 현대중공업은 삼호중공업 인수로 세계 조선업계에서 위상을 더욱 높였다. 연간 70만t(GT) 규모의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을 포함해 총 4백40만t의 건조능력을 갖춘 현대중공업이 삼호의 연간 1백50만t(GT) 규모를 추가함으로써 총 건조능력은 연간 5백90만t(GT)으로 늘어나게 됐다. 2000년 세계 건조량이 3천1백24만t(GT)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의 건조능력은 세계시장의 약 5분의 1(18.9%)을 차지하게 된다. 단순하게 수치상으로만 봐도 현대중공업이 세계 조선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은 분명하다.하지만 현대의 삼호 인수는 이런 외형적 측면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가 더욱 크다. 특히 유럽조선소들이 범유럽조선그룹 결성을 논의 중이고, 일본 7대 조선소들은 조선사업부 합병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는 최근의 세계 조선산업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는 이들보다 앞서 조선그룹으로 통합을 마무리함으로써 이러한 세계적 통합 경쟁에서도 한발 앞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영업적인 측면에서도 현대중공업은 수주 물량을 조절할 수 있게 돼 저가수주 등 시장교란을 방지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적정 선가와 채산성 유지가 더욱 용이해졌다. 또 선주사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이 가능하고 고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 설계비·연구비 절감과 자재 구매력이 더욱 높아져 원가절감 효과 등도 기대되고 있다.

해양원유 시추 설비 강화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월19일 자체 중량 4만7천t 적재중량 33만t(DWT)급 초대형 부유식 해상 원유저장설비선(FPSO)을 세계 최초로 도크가 아닌 육상에서 건조한 후 해상으로 진수하는 데 성공해 관심을 모았던 선박이다. 이 선박의 건조 방식은 △육상에서 2백60개의 대형 블록을 제작해 육상에서 완전 조립한 후 △스키딩(Skiding) 공법으로 바지선에 선적해 공해상으로 이동시키고 △바지선을 잠수시키면서 본선을 진수시키는 공법이 적용됐다. 이 공법은 고가의 조선 건조 도크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사비용을 절감하고 공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혁신적인 해양석유시추설비 건조공법이 가능했던 것은 현대중공업의 설계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선) 3기를 수주해 삼성중공업의 2기·대우조선해양의 2기(옵션 1척 포함)를 앞선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2만7천여명의 종업원 중 총 5천2백40명의 엔지니어링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흔히 해양석유 시추 설비의 경우 일반 상선과는 달리 표준설계가 없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능력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과는 달리 모스타입 LNG선을 주력으로 건조했던 현대중공업은 CNG(압축천연가스)선을 개발하고 있다. CNG선은 기존 LNG(액화천연가스)선이 천연가스를 액화상태에서 운반한 것과는 달리 기체상태에서 수송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 LNG선의 경우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적재·하역에 필요한 천연가스 재액화·재기화 공장이 필요했으나, 이 선박은 이러한 별도의 과정이 필요없다. 이는 LNG 터미널 설비 투자가 불필요하게 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또 기존 LNG선 1척이 수송하는 물량의 LNG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3척의 CNG선이 필요해 신조선 수주시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을 수주할 수 있다. 10억 큐빅피트 수송 능력을 보유한 CNG선의 경우 건조선가가 1억9천만 달러선으로 기존 LNG선보다는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NG 터미널 등에 대한 투자가 대폭 줄어 CNG선에 대한 투자비 증가는 충분히 상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현대중공업의 약진이 예상된다.

삼성: 배만드는 것도 이젠 디지털로 삼성중공업은 대표적인 노동집약적인 산업인 조선산업에 IT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디지털 선박 건조 시스템 개발에 본격 착수 했다. ‘디지털 건조시스템’은 선박 건조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킴으로써 선박 건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가상적인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하는 차세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가공부터 진수까지 배가 건조되는 각 공정별로 시뮬레이터를 구축해 다양한 선종의 배가 동시에 건조되거나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할 때라도 CAD 시스템과 연동해 설비와 인력배치·공법·물류흐름·자동화개발 등 모든 분야를 사전에 최적화시켜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이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조선소의 생산효율 평가와 설비 라인의 최적 배치, 생산성을 평가하는 통합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장에 적용되는 오는 2005년부터는 삼성중공업의 선박 건조 생산성이 10% 이상 획기적으로 향상돼 1, 2도크에서 1백억원·3도크에서는 2백억원씩 매년 3백억원의 원가절감과 함께 세계 최고의 생산효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자동화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3차원 곡가공 로봇·LNG선 TIG 자동 용접 로봇·탑재 자동용접 등 생산자동화 분야에서 자동화율을 60%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며, IT를 활용한 프로세스 혁신 등 생산시스템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선박을 조립하는 단위인 탑재블록의 대형화로 건조공기를 단축하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문이다. 블록 대형화를 통해 초대형 선박의 경우 약 10%정도 블록 수를 줄여 건조비용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블록이 대형화되면 선박을 건조하는 도크 내에서 건조 기간이 단축돼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된다. 이같은 생산효율화를 통해 거제에 위치한 이 회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가량 늘어난 연 2백90만톤(GT)의 선박 건조를 기대하고 있다.

셔틀탱커, 드릴쉽 세계1위 삼성중공업이 선박 건조의 디지털화를 추구하는 그 배경에는 조선산업이 3D 산업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현장 인력 확보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등의 제 3조선국의 추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의 특수기능선박 셔틀탱커와 드릴쉽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세계 최대 크기인 7천4백TEU(1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6척을 연속으로 수주해 화제가 됐다. 또한 9천∼1만TEU급 슈퍼 컨테이너선의 설계·건조기술도 이미 개발 완료했다. 특히 9천TEU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중국의 차이나조선그룹사와 계약이 성사돼 막바지 단계까지 갔지만 선가 차이로 최종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 외에도 특수기능을 갖춘 컨테이너선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독일 오펜社에 인도한 컨테이너선은 냉동컨테이너 적재능력을 기존보다 2배가량 많은 총 1천6백16TEU까지 늘려 동급 최대 규모의 냉동컨테이너 적재가 가능하도록 한 선박이었다. 고객인 선주사 입장에서는 적도지방을 횡단하는 장거리 항로 등을 감안해 냉동 컨테이너를 늘리고자 하는 욕구가 크나 기술적 문제 때문에 적재 규모에 제한을 받아 왔다. 그러나 삼성은 새로운 환풍 방식을 개발함으로써 이 한계를 극복했고 소비 전력도 기존보다 6% 이상 줄였다.또 LNG선 분야에서는 새로운 전기 추진 방식을 개발해 이부문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한 전기추진 방식 LNG선은 대표적인 고기술 선박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LNG선의 경우 기존의 스팀터빈 방식에 비해 효율이 뛰어나기 때문에 연간 1백만불 이상의 연료비 절감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중연소엔진으로 산화탄소화합물(COx)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며 엔진과 기관실배치를 최적화해 LNG 운송 능력을 기존 13만8천입방미터 보다 약 9천입방미터 증가, 운항수입도 크게 늘릴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향후 드릴쉽,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물론 초대형 LNG선·LPG-FSO 등 6개 선종을 중점 육성해 고수익 위주의 사업 구조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대우 : LNG선 분야 절대 강자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주력 설비인 1도크에서 2척의 LNG선을 동시 건조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지난 1993년 ‘이중선체’로 건조되는 초대형유조선(VLCC)을 세계 최초로 동시 건조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LNG선 2척을 동시 건조에 착수한 것은 향후 연간 8척의 LNG선 건조를 위한 신호탄이다. 이 회사의 올해 10월 말 현재 상선 부문 수주잔량(앞으로 건조해 인도해야 할 물량) 74척 중 19척이 LNG선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연속 건조를 위해 단열박스 공장·LNG선 전용안벽과 도장셀·셸터· 컨테인먼트 설비·자재물류센터 등 대규모 설비 투자를 마무리 했고 끊임없는 공법 개선과 장비 국산화를 준비해 왔다. 대우조선해양이 LNG선 신조선 수주 부문에서 대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마디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LNG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폭발성이 높은 영하 1백63도의 액화천연가스를 운송하는 LNG선의 화물창과 기관실의 모든 장비들을 중앙통제실에서 자동 제어하는 통합자동화시스템 IAS을 자체기술로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화물 이송과 운항 중 관리·화물차 펌프와 컴프레셔 등의 화물 장비와 주기관의 동력원이 되는 보일러와 발전기·기관실 장비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장비들을 5천여개의 센서·액츄애이터와 통신선 등으로 통합 관리 운전함으로써 운전 효율과 안정성을 높여준다. 또 세계 최초로 LNG선의 모든 것을 사전 경험하는 시뮬레이터가 연결돼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사전 점검, 선주에게 안정된 시스템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한다. IAS 시스템 이 외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여러가지 기술을 개발 LNG선 건조에 적용함으로써 건조 기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첫 수출 LNG선의 경우 가공·조립기간을 2∼5개월, 컨테인먼트 공사를 3∼4개월 단축하는 등 계약 후 인도까지 35∼36개월 걸렸던 종전의 건조 기간을 5∼9개월 단축시켰다. 최성락 대우조선해양 가스선 담당은 “모스형보다 멤브레인형이 경제성이 좋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요즘 발주되는 선박의 대부분은 멤브레인형”이라며 “이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선점했을 뿐 아니라 LNG-RV형을 비롯한 변형 LNG선과 대형 LNG선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등 다른 조선소와의 차별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LNG선을 수주할 당시 선박 건조 기간을 기존 LNG선과 동일한 기간으로 산정해 수주했다. 따라서 건조기간 단축으로 LNG선의 조기 인도도 가능한 상황이다.

LNG-RV 개발과 수주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LNG선에 부유식 해양플랜트의 개념이 접목된 새로운 개념의 LNG-RV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벨기에 엑스마사로부터 1척, 현재 건조 중인 LNG선 5척 중 3척을 LNG-RV로 변환하는 계약을 수주했다. LNG-RV는 LNG선이 LNG 터미널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 현재는 육상이나 해상에 LNG 터미널을 건설해 LNG선이 수송한 액화 상태의 LNG를 기화해 공급하는 형식이었다. 즉, LNG를 필요로 하는 회사들은 환경·안전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된다. 또 터미널 건설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 9·11테러 이후 미국은 LNG 터미널도 테러리스트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미국내 LNG 터미널 안전을 강화한 바 있다. 그 결과 LNG선 신조선 시장이 상당히 둔화됐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대우조선의 LNG-RV는 기존 LNG선 시장의 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LNG-RV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LNG-RV 개발로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신조선 시장 분야에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조선해양은 2개의 선박 건조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주력 설비는 1도크이다. 1도크에서 주로 건조되는 선박은 LNG선과 VLCC다. 1도크 건조 물량의 경우 LNG선의 경우 이미 2005년까지는 확보된 것으로 분석되며 나머지 부분은 VLCC로 채워나갈 전망이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2도크에서 건조할 물량만 확보하면 조선소 가동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2도크의 경우 폭이 81m로 수에즈막스 탱커(또는 대형 컨테이너선)과 파나막스급 선박 2척을 동시에 건조할 때 매출이 늘어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이 2002년 사업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및 플로터(Floater : 원유시추관련 설비 중 떠다닐 수 있는 구조물)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이 회사가 2도크에 건조될 선박으로 대형 컨테이너선과 플로터 등을 목표로 하고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향후 대우조선해양은 VLCC·대형 컨테이너선·플로터 시장의 영업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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