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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가 비만 원흉이라니요..."

"햄버거가 비만 원흉이라니요..."

요즘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예상치 못한 잇단 악재에 당황하고 있다. 지난 해부터 불기 시작한 건강 열풍이 패스트푸드 유해성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한 대 얻어 맞았다 싶더니, 최근엔 반미(反美) 감정이 패스트푸드 업체에 대한 반감으로 번지면서 난타 당하고 있는 것. 이에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으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최전선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 메뉴 개발에 여념이 없는 상품 개발자들. 그들에게 한국에서 서양 음식 패스트푸드 메뉴 개발자로 일하는 것은 어떤 어려움과 즐거움이 있을까? 패스트푸드 업계의 양대 산맥을 책임지고 있는 이승주(32) 롯데리아 과장과 이창진(33) 한국 맥도날드 대리에게서 신 메뉴 개발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30대 초반으로 스스로를 ‘분식 세대’라고 말하는 두 사람은 모두 신제품 테스트를 위해 하루 30여개의 버거를 우거적 씹어야 했던 게 가장 고역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 요즘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여기저기서 나쁜 소리만 듣는 것 같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심정은 어떻습니까? 한국맥도날드 이창진:패스트푸드가 건강에 나쁘다고 말하는 데 음식을 선택하는건 결국 개인의 취향에 따른 거라고 생각합니다. 골고루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면 문제될 게 없겠죠. 그것보다 요즘 저희는 반미 감정이 확산되면서 덩달아 외면 당하고 있어 고민입니다. 사실 좀 억울해요. 우리 회사는 전직원이 한국인인 한국 회산데. 선의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롯데리아 이승주: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원흉이라는 데 미국과 우리의 현실을 똑같이 봐선 안될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햄버거가 4억개 정도인 데 국내 패스트푸드 주요 소비층이 2천만명 정도라고 해도 이들이 1년에 20개 정도의 햄버거를 먹은 것 밖에 안 되죠. 얼마 전 문제가 된 발암성 물질이라는 아크릴알마이드도 그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탄수화물로 된 식품에서는 다 검출되는건데 마치 감자 튀김에만 있는 것 처럼 몰아 붙이더군요. 언론 등에서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습니까? *롯: 돌아다니면서 여러 경로로 시장 조사를 하죠. 인터넷도 뒤지고 잡지도 보고. 해외 출장 가서는 그 나라 패스트푸드를 먹어 보면서 색다른 맛도 경험하죠. 특히 전통 맛을 살린 필리핀 ‘졸리비(Jollibee)’의 치킨앤라이스(chicken & rice) 메뉴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 패스트푸드에서도 밥 메뉴가 많이 생길거라는 걸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맥: 원래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는걸 좋아했는 데 일을 하면서 더 그렇게 됐죠. 일단 이것 저것 많이 먹어 보는게 아이디어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다른 나라 맥도날드에 있는 특이한 메뉴를 참고해 응용하기도 하죠. 가끔 습관적으로 여러 가지 장난스런 실험을 해 보기도 합니다. 한번은 레스토랑에서 후식으로 나온 콜라와 아이스크림을 한번 섞어 봤는데 보기와 달리 맛이 괜찮더라구요. 지난 여름 ‘맥쿨’이라는 계절 메뉴로 선보였었죠.

- 보다 좋은 메뉴를 만들기 위한 자기만의 훈련 방법이 있나요? *롯: 간혹 입맛을 잃지 않기 위해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는 사람이 있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음식의 참 맛을 알려면 술도 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음식을 대할 때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려고 애씁니다. 그래야 좋은 맛을 만들어낼 수 있죠. *맥: 일단 여러 음식을 많이 먹어보고 응용하려고 합니다. 회사내의 교육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이용하죠. 예컨대 햄버거마케팅대학(HMU)이나 사상의학 관련 세미나 같은 것들이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어도 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본인이 만든 최고 히트 메뉴는 뭔가요? *맥: 3년전에 만든 불고기버거입니다. 예상보다 2배 이상 잘 팔려서 원자재가 모라자는 상황까지 발생했죠. 한 때 한국맥도날드 매출의 30%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메뉴가 이미 출시돼 있었지만 독특하게 한국적인 맛을 살린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롯: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많이 고생해서 개발한 김치버거에 가장 애착이 가네요. 시식도 제일 많이 하고, 개발 기간도 오래 걸렸죠. 특히 김치는 가열할 경우 그 풍미가 줄어 드는데다 빵과 맛이 잘 어울리지 않아서 고민이었죠. 결국 빵 대신 밥을 사용해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 이 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뭔가요? 또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어떤 건가요? *맥: 제일 힘든 건 역시 기대를 많이 한 새 메뉴가 예상만큼 잘 안 팔릴 때죠. 1년 동안 계획하고 생각하고, 한 자리에서 30개씩 먹으면서 개발해 냈는데 소비자들이 몰라주면 속상하죠. 그런 건 언젠가 다시 ‘패자부활’ 시킬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는 회사에서 밖에서 먹는 음식값 비용을 처리해 준다는 것입니다. 먹는 거 좋아하는 제겐 큰 기쁨이죠. *롯: 머리로 생각하고 실험실에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메뉴들은 참 많아요. 그런데 그걸 각 점포에서 팔 수 있도록 표준화된 메뉴로 제조할 수 없을 때 많이 안타깝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시행착오 끝에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낸다는 것은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이죠.

-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롯: 물론 맛이죠. 외국계 업체와는 다른 한국적인 맛을 살리는 데 가장 주력하고 있습니다. *맥: 개발 단계에서 내가 생각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패스트푸드는 맛 뿐 아니라 재미(fun)를 살린 마케팅도 중요하죠. 거기에 맞는 광고·홍보 전략을 짜는데도 신경 씁니다.

- 패스트푸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데 다른 업체 메뉴 개발자들에게 궁금한게 있나요? *맥: 별로… 사실 물어보지 않아도 잘 압니다. 대외비 부서라 따로 업계 모임 같은 게 있지는 않지만 대충 경쟁업체에 누가 일한다는 것 정도는 알죠. *롯: 궁금한거야 많지만 직접 물어보진 않죠. 새로운 메뉴가 나오면 찾아가서 한번 먹고 옵니다. 친분은 없지만 누가 카운터파트(counterpart: 상대편)인지는 압니다.

- 내년 계획은 어떤게 있을까요? *롯: 패스트푸드도 건강과 기능을 무시해서는 외면받기 쉽죠. 이미 출시된 라이스버거나 김치버거, 크랩버거도 지나치게 기름진 패스트푸드에 대한 대안을 개발된 것들입니다. 내년 부터는 샐러드 등 슬로우푸드 메뉴 개발에 치중할 계획입니다. *맥: 자기가 원하는 재료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버거 메뉴 출시를 건의해 볼 생각이에요. 올해는 현실적으로 상품화가 힘들지 않냐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지만 다시 한번 도전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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