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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노믹스 두얼굴]‘재벌 개혁, 노동·환경단체도 나서야’

[盧노믹스 두얼굴]‘재벌 개혁, 노동·환경단체도 나서야’

김대환
“임명장이나 받고 얘기 합시다.” 지난 12월26일 오후. 이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로 뽑힌 김대환(53) 인하대 경제학 교수는 지친 모습이었다. 하루 종일 언론의 취재 공세에 시달린 탓이었다. 헤비 스모커인 그가 담배 필 시간도 없을 정도였다. “일 시작하면 더 자세히 말하겠다”고 말한 그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김교수는 임채정 인수위원장이 인선 내용을 발표하기 직전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교수는 오전까지도 “노당선자를 대선 때 도와준 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며 겸손해 했다. 건교·농림·정보통신 부문을 맡은 김교수는 정치권과 관가(官街)에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인선 결과가 알려지자 당장 과천 정부청사에서는 ‘김대환이 누구냐’는 말부터 나왔다. 심지어 민주당쪽에서도 반응은 비슷했다.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조차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교수는 그러나 지금껏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해 왔다. 특히 노동과 복지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노총 자문위원과 참여연대 정책위의장 등을 맡아 왕성하게 일해온 진보 성향의 학자다. 또 노사정위원회·규제개혁위원회·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등 정부쪽 일도 많이 맡아왔다. 논문과 저서를 낼 뿐만 아니라 몸으로 직접 부닥치며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전파해온 셈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68학번인 그는 재경·통상 등을 맡은 경제1분과 간사인 이정우 경북대 교수와 대학 동기다(68학번 50명 가운데 12명이 교수가 됐다).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중학교를 나온 김교수는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그래서 장학금을 받으려고 계성고에 들어갔다. 입학·졸업 모두 수석이었다. 그래서일까? 김교수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김근태·장기표·이태복·최열씨 등과 더불어 1971년 위수령에 항거, 제적·징집됐던 학생들이 중심인 ‘71 동지회’ 멤버로 대학때부터 이 분야 글을 많이 썼다. 그와 대학 동기인 권태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학교 다닐 때 시위에 많이 나가 군대에도 일찍 끌려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다른 대학 동기인 박봉흠 기획예산처 차관은 “조용한 성격의 김교수는 평소 말이 없었지만 학생운동에 관심이 많았다”며 “특히 ‘이경회(이론경제학회) 멤버로 이론에도 밝았다”고 회고했다. 김교수의 지인들은 그를 한결같이 ‘가난한 사람 편에 서고 개혁 마인드가 투철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절저한 원칙론자로 충분히 존경을 받을 만한 인물이란 것. 사실 김교수는 대학에 몸담으면서도 진보적 성향을 견지했다. 예컨대 노사정위에 참여해서도 주로 노동계쪽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김교수의 경제관은 노무현 당선자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 규제 완화와 재벌 개혁이다. 그래서인지 노무현 당선자와의 인연도 깊다. 김교수는 80년대 노동 분야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에 참여하면서 노당선자를 여러차례 만났다. 옛 민주당 시절에는 지방 토론회와 강연도 같이 다녔다. 기회가 날 때마다 정책 조언을 많이 했고, 이번에 대선 공약을 만들 당시 경제와 노동 분야 쪽을 도왔다. 특히 정책별로 별도의 자문 보고서를 노당선자에게 제출해왔다는 후문이다. 새 정부 경제정책의 골격을 짠 셈이다. 그는 옥스포드대에서 경제발전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 주제는 ‘성장과 분배를 어떻게 조화시켜 사회를 통합하고 발전시킬까’였다. 여기서 파생된 주제가 재벌 개혁·노사 관계·공기업 민영화 문제 등이다. 먼저 재벌 개혁과 관련, 기본적으로 ‘재벌과 대기업과 구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목은 노당선자가 지난 12월20일 기자회견에서 “재벌은 재벌이고 대기업은 대기업이다”라고 말한 것과 상통한다. 그에 따르면 재벌은 ‘대기업 집단’ 또는 ‘그룹’이다. 그것도 독과점적 시장 지배력을 가진, 가족 중심의 소유와 경영 구조란 것. 그는 재벌은 이런 구조에서 남의 돈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하며 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재벌 시스템’의 폐해다. 재계에서는 김교수가 평소 재벌 체제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해온 만큼 DJ정부 때보다 더욱 강력한 재벌 규제 드라이브를 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벌써부터 집단소송제 관철· 출자총액제한 유지·사외이사 확충 등의 정책이 거론되고 있다. 김교수는 특히 재벌 해체와 관련 전후 일본 모델을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노동 부문을 비롯 시민사회 스스로 재벌 체제의 횡포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성과를 거둔 소액주주운동과 더불어 노조의 경영 참여를 통해 재벌 경영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 환경 오염과 관련해 재벌 체제의 폐해를 고발하고 시정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교수는 개발 독재 시대를 재벌을 키운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박정희 등이 정치엔 문제가 있었지만 경제에선 성공했다는 논리를 반박한다. 그는 지난해 5월 학술토론회에서 “박정희식 경제 개발은 외형 성장만을 추구하고 대기업 위주의 불균형 성장을 고착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대외 종속적 경제성장으로 세계 자본주의에 깊이 빠져들면서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심화시켜 결국 외환위기를 맞게 됐다”고 강조했다.그는 재벌 문제 못지 않게 노사 관계에도 관심이 많다. 스스로 가장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분야라고 밝힐 정도다. 노사 문제는 노당선자도 대선 유세에서 지대한 관심을 보인 분야다. 김교수는 DJ정부 들어 노동 관련 제도가 꽤 개선됐지만 관행으로 뿌리내리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사 관계에선 원칙과 신뢰가 중요하며, 둘 사이가 민주적으로 정착돼야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부당 노동행위와 노조의 불법 파업을 명확히 규제하는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사 관계가 안정돼야 근로자에게도 득이 된다고 말했다. 노사 갈등이 노당선자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그가 주5일제 근무 등의 문제를 어떻게 풀지 관심거리다. 그는 공기업 민영화 문제에서도 노조의 입장을 많이 대변했다. 특히 평소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반대표를 던져 DJ정부의 정책 방향과 시각차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가스·발전·철도 등의 공기업 민영화 문제와 주택공사·토지공사의 통합 문제는 새 정부로 넘어 온 상태다. 김교수는 공기업 민영화는 기간 산업 여부와는 관계 없으며, 산업의 특성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공기업들은 대부분 독점적이지만 자연 독점은 아니기 때문에 민영화를 통해 국민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것. 다만 공익 산업이고 이른바 네트워크 산업이기 때문에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특히 경쟁체제 도입과 소유지배 구조, 공익 확보 부문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것. 더불어 굳이 민영화를 반대하진 않지만 재벌 아니면 외국 회사로 넘어가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그의 생각과 주장은 다소 과격하게 들린다. 또 학자 출신이라 현장 감각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다. 김교수는 이에 대해 “위원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관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겠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 규제개혁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 노사정위원회 공공부문 특위위원장,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노동분과 위원장 등을 맡은 경험이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변에서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권태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새로운 마인드를 가진 사람 필요했다”며 “어차피 예상한 일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은 “인수위 간사 대부분이 현실 정책을 만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라 터무니없는 이상론을 펴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과 정책을 조정하고 완급을 조절하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교수가 풀어야할 숙제도 만만찮다. 대표적으로 그는 노무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에 포커스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분배를 통해 균형 성장을 달성한 뒤 다시 분배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얘기다. 이문제와 관련 그와 일을 함께했던 후배격인 김균교수 (고대·경제학)는 “분배와 성장 중 하나를 김대환씨 보고 찍으라고 하면 마지막엔 어쩔수 없이 성장쪽을 택하지 않겠느냐”며 “그것은 어쩔수 없는 본능일것”이라고 평했다. 이른바 ‘현실 경제’에 적극 참여해온 그가 줄담배를 끊고 ‘현실 정치’에서 수완을 발휘할지 담배를 더 피워댈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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