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 오른 물가 경기부양 최대 걸림돌
벌써 4% 오른 물가 경기부양 최대 걸림돌
최근 소비나 부동산 등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물가오름세가 4%대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 2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까지 상승했다. 이는 2001년 8월(4.7%) 이후 최고치다. 장바구니 물가상승률도 전체 지수물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금년 들어 4%대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물가오름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공산품가격 상승과 개인서비스 요금 상승이 가장 큰 요인이다. 올해 2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 3.8%에 대한 각 상품별 기여도를 보자. 공산품이 1.45%포인트로 가장 크고, 개인서비스 1.11%포인트, 농축수산물과 집세가 각각 0.60%포인트를 차지하고 있다. 공산품과 개인서비스의 가격 상승이 1∼2월 전체 물가상승에서 67.1%나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공산품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기름값이 ℓ당 35∼40원 인상되면서 2월 공산품가격도 1월보다 0.9%, 지난해 1월보다는 4.5%나 올랐다. 그리고 신학기를 맞아 참고서나 학원비 등 2월 개인서비스 요금도 1월보다 0.3%, 지난해 1월보다 4.1%나 상승했다. 그나마 공공서비스 요금은 아직까지는 안정돼 있다.그러나 향후 공공요금의 인상이 본격화되고 국제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정부는 목표치인 3%대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제유가(두바이 기준)는 이라크 전쟁설로 인해 30달러 내외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국내물가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소비자물가는 0.15%포인트 상승압력이 발생하게 된다. 만일 미·이라크 사태가 단기간에 마무리돼 국제유가가 안정세로 전환되면 물가는 올해 연평균 3%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이라크전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35달러 이상으로 급등하게 되면 물가상승률은 4%대 이상으로 높아질 수도 있다. 또한 공공요금도 2002년에는 인상이 억제됐지만, 올해에는 요금 현실화 등의 이유로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처럼 경기하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물가마저 불안해지면 정책 선택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안정성장을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필수적인데, 이는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나 재정확대 정책과 배치된다. 지금 당장은 소비와 투자의 부진을 고려할 때 경기부양이 필요하지만 물가불안으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구사하기가 어렵게 된다. 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될 경우 물가상승 요인이 적은 품목들의 가격이 함께 오르는 ‘고비용 고물가’의 악순환이 발생하거나, 주거비·교육비·문화비 등 전반적으로 생활비가 상승하면서 서민생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늘 소비 등 실물경제상황과 더불어 국제유가 동향 등 국내외 물가여건을 점검하고 공공요금의 안정적 관리를 통해 시중에 물가불안 심리가 빠르게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물가불안 심리가 확산되면 개인서비스요금 등 상승요인이 낮은 품목들의 가격도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공요금의 경우 원가절감과 경영혁신 등 공공부문의 경영효율을 개선해 비용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하고, 개인서비스 부문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격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제유가는 사실 우리가 통제하기 힘든 변수다.그렇지만 전쟁 발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비축유를 방출하거나 유가완충준비금을 활용하는 등 사전대비책을 마련해 석유수급과 석유가격 안정 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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