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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먼 민영화의 역사]60∼70년대 11개사 매각,87년엔 국민주 방식 도입

[멀고도 먼 민영화의 역사]60∼70년대 11개사 매각,87년엔 국민주 방식 도입

1969년 3월6일,김포공항에서 거행된 대한항공공사 인수식, 대한항공공사 민영화로 오늘의 대한항공이 첫발을 내디뎠다.
“대통령 재임 중에 국적기(國籍機)를 타고 해외 나들이를 해보고 싶습니다.” 1968년 여름. 느닷없는 부름을 받고 청와대로 달려간 조중훈 한진그룹(당시 한진상사)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이어 박대통령은 정부로서는 골칫덩어리였던 대한항공공사를 맡아달라는 말을 했다. 30여년의 대한항공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조회장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항공공사의 누적적자는 이미 27억원에 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회장이 내심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감히 대통령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공기업이었던 대한항공공사는 대한항공이라는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민간보다 공기업이 많은 경제 체제로 움직여왔다. 해방 이후 상당 기간 민간경제 부문이 경제개발을 위한 자본력이나 경영능력 면에서 너무나 취약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철도·도로·항만 등 기간산업은 물론 전기·통신·가스 등 민간기업이 할 수 있는 일까지 떠맡아 경제 전반의 자원배분에 관여했다. 우리나라 공기업 민영화의 역사는 50년대 초까지 소급된다. 이때부터 일부 국유 기업을 민간으로 이양시키는, ‘공기업 민영화’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그러나 실제로 민영화가 본격화된 것은 60∼70년대라고 할 수 있다. 이때의 민영화는 주로 주식매각과 시중은행에 현물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당시 항공·제조·운수분야 11개사가 민영화됐다. 한국기계·해운공사· 조선공사(이상 68년) 등은 주식매각 방법으로, 인천중공업(68년)·대한항공(69년)·광업제련(70년)은 다른 공기업에 현물 출자를 통해 민영화됐다. 이때의 민영화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민영화 당시 적자상태로 있던 대부분의 기업들이 흑자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운·조선 등 일부 기업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민영화 이후 무절제한 신규참여를 허용해 과당경쟁을 불러일으킨다는 폐단을 지적받았다. 70년대 말∼80년대 초에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자율화의 여건 조성이 추진됐다. 한일(81년)·제일·서울신탁(이상 82년)·조흥은행(83년)이 대상이었다. 이때 이뤄진 시중은행의 민영화는 일반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유지분 한도를 5%로 설정하는 등 대주주에 의한 독점의 폐단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4개 시중은행 민영화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민영화 조치였다고 평가받았으나 문제의 소지를 남겨놓기도 했다. 금융산업의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정부가 경영에 간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고 금융산업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것이다. 이 외에도 석유산업과 관련해 대한석유공사(80년) 등 3개사가 민영화 됐으며 이 과정에서 대한석유공사(현 (주)SK) 인수에 성공한 SK그룹은 일약 재계 5위가 됐다.87년에는 처음으로 국민주 방식이 선을 보였다. 한국전력공사·한국전기통신공사·국민은행·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 등 우량 공기업의 주식을 국민에게 배분, 국민의 호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부와 산업은행 보유주식 69.1% 중 34.1%를 88년 4월 국민주로 매각한 뒤 같은 해 6월 상장된 포항제철은 국내 처음으로 ‘국민이 소유한 회사’가 됐다. 이어 한국전력이 89년 5월 정부지분 중 21%를 매각해 증시사상 두번째 국민주로 보급됐다. 그러나 공기업 주식이 증권시장으로 대량 유입되면서 증권시장이 침체되는 부작용을 일으켜 민영화의 효과가 반감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때인 93년 당시 58개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10개 공기업은 통폐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임기 내 실제 민영화를 이룬 곳은 21개에 불과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추진도 공기업 민영화에 맞선 조직적이고 거센 저항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국민은행·기업은행·주택은행 등 3개 국책금융기관이 대상에 포함됐다. 87년 민영화 계획에 포함됐으나 실시되지 못했던 국정교과서·담배인삼공사도 대상이었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 달리 지분매각 22개사, 통·폐합 5개사에 그쳐 실적은 미미했다. 그러던 것이 97년 8월 ‘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공기업 민영화는 급물살을 탄다. 이때부터 담배인삼공사·가스공사·한국통신·한국중공업 등 거대 공기업에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체제 및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제도가 도입됐다. 공기업의 소유권은 유지하되 경영은 민간이 담당하도록 하는 ‘관리의 민영화’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국민의 정부가 추진했던 민영화는 이전과는 전혀 상황이 달랐다. 외환·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급박함이 있었고 외자를 유치한다는 과제가 시급했다. 과거와 달리 기존 정부조직이 아닌 개혁을 전담하는 범정부기구인 ‘공기업 민영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게 된 것도 그같은 이유에서였다. 국민의 정부는 모두 1백8개의 공기업(모회사 26개, 자회사 82개)을 민영화하거나 통폐합 또는 내부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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