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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연구]“전문가 되면 곳곳서 러브콜 안 맞는 옷은 빨리 벗어야”

[사례연구]“전문가 되면 곳곳서 러브콜 안 맞는 옷은 빨리 벗어야”

전문가들은 직장을 옮길때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경력관리를 꼽는다.
[좌측]지정현(41) 지식과창조벤처투자 이사 /[중간]송재은(40) 드비어스 그룹 DTC 프로모션 국장 / 박경호(42) 모빌 C&C 재무담당 이사
중간 관리자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온라인 헤드헌팅 사이트 온오프써치는 최근 자사의 중간 관리자급 회원 중 2천24명(과장 1천50명·차장 5백26명·부장 4백48명)을 대상으로 ‘중간 관리자의 전직 성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기업의 중간 관리자들은 자신의 직장을 옮기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자는 내용이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1%는 3∼4회의 전직이 경력관리를 위해 가장 적당하다고 답했다. 5회 이상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응답자는 24%였다. 반면 전직을 안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응답자는 8%에 그쳤다. IMF 위기 이후 평생직장에 대한 꿈이 사라지며 직장인들의 의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회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회사로 옮기는 일이 일상사처럼 된 것이다. 김한석 온오프써치 사장은 “자신의 업무를 바꾸고 싶거나 업무영역을 넓히고 싶은데 사정의 여의치 않을 경우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쟁사나 업무상 관련이 있는 회사로부터 높은 연봉을 제시 받는 경우도 전직 고려 대상이 된다. 전문가들은 직장을 옮길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경력관리를 꼽는다. 자신이 설계한 인생의 로드맵을 따라 자신의 평생 커리어를 단단하게 다지는 ‘똑똑한’ 전직이 필요하다는 것. 이제는 평생직장 대신 평생직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몇 달 간격으로 자리를 옮기는 철새 직장인 생활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4∼5년 정도 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야 해당 분야에서 인정받을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 전문가들은 “직장을 옮겨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경력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업무능력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이라며 “전직을 생각하는 이들은 주변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38)씨의 사례를 보자. 그는 영업을 자신의 커리어로 결정하고 영업맨으로서의 경력관리를 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외국계 통신장비업체에서 6개월간 인턴십을 마치고 한 외국계 생활용품업체에서 마케팅업무를 1년정도 했다. K씨는 사회생활을 얼마쯤 해본 결과 활발하고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본인의 성격이 영업업무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 영업직에 자원했다. K씨는 영업직에 발을 들여놓은 후 영업분야 채용·교육, 백화점·할인점·슈퍼마켓 등 채널관리 업무를 배우고 직접 현장에서 지점장까지 거치며 영업의 ABC를 익혔다. 영업맨으로 실력을 쌓은 그는 국내 이동통신회사인 L사가 법인영업팀을 창설할 때 부장으로 들어갔다. 몇 년 후 신규 포털사이트 개설을 염두에 둔 초고속인터넷 기업 D사가 그에게 영입의사를 전해와 그는 마케팅·영업 담당 이사로 D사에 합류했다. 현재 K씨는 외국계 화장품 회사에서 영업담당 이사로 재직 중이다. 프랑스계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코리아의 기초화장품 ‘비요뗌’ 브랜드의 매니저 최경애(35) 부장은 마케팅 분야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커리어의 범위를 확대한 케이스다. 소비자경제학을 전공한 최부장은 지난 1992년 현대자동차 연구소에서 자동차 시장 관련 통계조사 업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통계조사는 본인의 성향과 잘 안 맞았다. 최부장은 그래서 94년 외국계 생활용품회사 유니레버코리아에서 도브 제품 마케팅 담당으로 회사를 옮겼다. 95년 중반 최부장은 J&B·베일리스 등의 제품을 판매하는 주류업체 IDV 코리아에 들어가 술이라는 새로운 제품 마케팅을 경험했다. 최부장이 현 직장인 로레알로 옮긴 것은 98년이다. 최부장은 첫 2년 반 동안 국내에서 화장품 브랜드인 메이블린 마케팅을 했다. 다음 2년 동안은 메이블린 본사가 있는 파리에서 메이블린 아시아 담당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최부장은 기초화장품 ‘비요뗌’의 브랜드 매니저가 됐다. 브랜드 매니저는 한 브랜드의 생산부터 마케팅·영업 등을 모두 관할하는 자리다. 로레알 비요뗌 브랜드의 경우, 몇 백억원대 매출을 내기 때문에 어지간한 중소기업과 맞먹을 정도다. 직장 생활 12년 경력인 최부장의 현재 목표는 해외에서 브랜드 매니저가 되는 것이다. 본격적인 커리어는 마케팅으로 시작했지만 마케팅을 바탕으로 브랜드 매니징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했고,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틈틈이 글로벌 브랜드 매니저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사례 연구>

1.김정현(41) 지식과창조벤처투자 이사/원하는 일을 찾아 대기업에서 벤처투자회사로 이직 경력 : 생화학 전공 석사. 제일제당(1990∼2000년)-미래에셋벤처투자(2000∼2002년)-지식과창조벤처투자(2002년∼현). 김정현 이사는 벤처기업 투자회사인 지식과창조벤처투자의 바이오벤처 전문 투자심사 업무를 한다. CJ(옛 제일제당)의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연구소 생활이 답답해 제일제당 특허팀에 자리가 비었을 때 자원해 옮겼다. 효소·백신과 관련된 특허 업무였다. 몇 년 후 김이사는 직접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는 사업부인 생명공학사업팀을 만들며 벤처투자 분야로 업무 영역을 넓혔다. 이후 헤드헌터를 통해 미래에셋벤처투자로 옮겼다. 그곳에서 그는 벤처 투자업무를 하며 기업 경영 전반을 익혔다. 지식과창조로 올 때는 당시 몸담고 있던 미래에셋이 증권 쪽에 사업방향 초점을 두고 다른 사업을 축소하는 분위기였다. 때마침 제의가 와서 주저없이 전직했다. 김이사는 현재 제약·화학·식품 벤처 투자를 맡고 있다. 그는 전직에 앞서 산업이 흐르는 트렌드를 주의 깊게 살핀다고 한다. 주변의 전문가 그룹도 만들고, 업계 고수들에게는 만남을 청해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2.송재은(40) 드비어스 그룹 다이아몬드 트레이드 컴퍼니(DTC) 프로모션 국장 마케팅 전문가 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일 찾아 전직 경력 : 영문학 전공. 코사리베르만(1988∼94년)-샤넬코리아(1994∼2000년)-아시아콘텐트닷컴(2000∼2001년 초)-드비어스 DTC(2001년∼현) 마케팅 전문가 송재은 국장은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비어스 계열 DTC에서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 마케팅·광고를 책임지고 있다. 영문학을 전공한 송국장은 비서로 시작, 영업실무를 하면서 차츰 마케팅 전문가로 성장했다. 그는 단순 비서였던 첫 번째와 두 번째 직장은 갈 길이 아니라고 느껴 몇 주만에 그만뒀다. 그러나 세 번째 회사인 무역상사 ‘코사 리베르만’에서는 비서였으나 마케팅 업무도 할 수 있어 남았다. 샤넬 제품 담당 자리가 났을 때 자원해 업무를 옮겼다. 패션부문 국내 영업·마케팅의 본격 시작이었다. 94년 샤넬 부서가 한국지사로 독립할 때 함께 갔다. 2000년 아시아콘텐트닷컴의 패션사이트 담당팀장을 거쳐 2001년에 드비어스로 왔다. 다양한 분야의 실무를 경험한 그의 최종 목표는 전문경영인이다. 목표를 정한 후 리더십과 인화력 키우는 데도 열심이다. 송국장은 “평생의 커리어를 찾으면 본인이 희생할 건 희생하며 실력과 인화력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3.박경호(남·42) 모빌 C&C 재무담당 이사 경력: 경영학 전공. 현대그룹 기획실(80∼89)-한국IBM(89∼92)-유니레버코리아(92∼96)-GM코리아(96∼2000)-모빌 C&C(2000∼현) 전문경영인 되기 위해 다양한 기업형태 경험 기업용 모바일 솔루션기업 모바일 C&C의 CFO(최고재무책임자)인 박경호 이사는 재무·회계 분야 전문가로서 전문경영인이 목표다. 첫 직장에서 재무를 맡은 것이 재무전문가가 된 계기였다. 운 좋게 적성과도 맞았다. 89년께 IBM 재무팀에 들어갔다. 유니레버와 GM은 헤드헌터를 통해 옮겼다. 그는 사회 생활 12년차였던 92년 쯤 본격적인 경력관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문경영인을 염두에 둔 그는 국내 대기업·다국적 기업·벤처기업 등 다양한 회사 형태를 경험했다. 박이사는 전직 제의가 오면 우선 새 업무 내용을 체크한다. 회사마다 재무담당자의 일은 비슷하지만 성장기냐 유지기냐에 따라 업무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의 내용을 보고 도전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면 다음으로 그 회사의 성장가능성을 본다. 그 다음에야 연봉과 복리후생을 생각한다. 박이사는 아무리 높은 연봉을 제의받아도 일이 자신의 적성에 안맞을 것 같으면 옮기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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