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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필요없다, 매출만 늘려라”

“이익 필요없다, 매출만 늘려라”

지난해 할인점 업계2위에 오른 홈플러스(왼쪽)와 사업 초기 시행착오를 딛고 업계 2우를 목표로 출점 경쟁에 나선 까르푸
‘가격파괴는 기본, 영업 시간은 늘리고 휴무일은 줄인다.’ 삼성테스코(할인점 홈플러스)·롯데마트·까르푸·월마트 등 대형 할인점들이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달부터 10월 말까지 전국 31개 모든 점포의 마감 시간을 점포별로 30분에서 1시간 가량 늦춰 오후 10시30분 또는 11시까지 연장한다. 이에 맞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최근 1천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10% 일괄 인하하는 ‘프라이스 컷’제도를 도입해 가격파괴 마케팅에 나섰다.‘가장 싸게 판매한다’는 영업전략을 펴온 이마트도 경쟁업체들의 공격 경영에 자극을 받아 주요 생필품 70여 가지를 최고 50%까지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처럼 할인점 업체들이 제살깍기식 가격파괴 마케팅을 벌일 정도로 혈안이 돼 있는 이유는 향후 2∼3년 내에 국내 할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직면하면, 경쟁력을 상실한 업체는 도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 발표한 ‘대형 할인점의 출점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보고서에서 “경쟁격화로 할인점들의 이익률이 하락하면서 향후 2∼3년 안에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말 현재 국내 대형 할인점의 점포당 인구 수는 16만명으로 미국(4만명)의 4배에 달해 아직 여력이 있지만 2008년께 할인점 시장이 포화시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업계에서는 모 할인점 최고경영진이 임직원들에게 “영업이익 여부는 따지지 말고 일단 매출을 늘려 2위를 차지할 것을 지시했다”란 얘기도 나돌고 있다. 할인점 업계에서는 2위까지가 안정권이고 나머지 업체들은 구조조정의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목표는 업계 1위지만 현실적으로 선두 업체인 이마트의 독주를 따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강원도의 경우 할인점이 들어설 부지를 모두 이마트가 매입, 경쟁사들이 들어설 부지가 없다”고 말했다.

“곧 포화상태 된다” 위기감 높아져 이마트는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할인점들과 달리 일찌감치 전국 주요 상권에 부지를 확보해 놓은 상태. 최근 이마트의 모기업인 신세계는 노른자위 영업점으로 각광받고 있는 역사에 위치한 매장을 독식, 부지확보에 나선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신세계는 최근 1년 4개월간 4개 민자역사의 쇼핑시설 운영권을 따냈다. 신세계는 지난 98년 부천역사 내 이마트 부천점을 오픈한 이후 2001년 11월 용인 죽전역사 복합쇼핑몰 사업권을 따냈다. 또 지난해 1월 왕십리역과 10월 의정부역까지 줄줄이 사업권을 독식하며 역사 출점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 했다. 내년 10월 1차 오픈할 고속철도 용산역사 복합몰 내 할인점 운영권도 확보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민자역사 내 쇼핑시설은 교통 중심지로서 막대한 유동인구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5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는 올해 13개 점포를 추가, 64개의 전국 점포망을 구축 독주체제를 굳혀나갈 계획이다. 이마트는 현재 확보한 부지에 점포가 모두 들어서면 국내에서의 경쟁을 마무리 짓고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선두업체로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 이마트와 달리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롯데마트·까르푸·월마트 등은 2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출점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2조1천4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롯데마트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오른 홈플러스는 연말까지 11개의 매장을 추가, 32개의 매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3조8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2위 굳히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홈플러스는 매장 확대를 위해 부지 매입에 적극 나섰다. 홈플러스는 오는 6월부터 동대문·금천·의정부·경기 시화점 등 4곳을 오픈할 예정이며, 하반기 수도권 2∼3개 지역에 대한 추가 출점도 검토 중이다. 홈플러스에 2위 자리를 내준 롯데마트는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외식업계의 달인’이란 평을 받고 있는 이철우 롯데리아 부사장을 롯데쇼핑 마트사업본부장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 할인점 사업을 독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8∼10개의 매장을 열어 연말까지 41개의 매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조8천9백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매장을 추가하면 매출 규모가 3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자본력을 앞세워 수도권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수도권이 인구밀도가 높아 고객몰이가 수월할 뿐 더러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어 영업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의 경우 전체 51개 점포 중 서울에 11개, 인천·경기에 14개 등 수도권에 총 25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연내 오픈하는 8개 점포중 5곳을 수도권에 세울 예정이다. 2004년에도 서초와 안산 등 2곳을 오픈, 수도권 공략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외국계 할인점도 출점 경쟁 이에 맞서 외국계 할인점도 사업 초기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다시 출점 경쟁에 나섰다.프랑스계 할인점 까르푸는 5월 말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월드컵몰에 국내 26호점인 상암점을 오픈한다. 상암점은 경기장 지하1층, 지상1, 2층에 연면적 1만4천여평으로 3천여평의 할인점과 3천2백평의 쇼핑몰, 2천평에 이르는 스포츠센터로 구성된다. 이 점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할인점·스포츠센터·엔터테인먼트 등이 연계된 복합쇼핑몰로 만들어진다. 까르푸는 또 할인점 매장면적 3천2백평, 임대 패션 쇼핑몰 면적 6천평에 이르는 대전 유성점을 오는 6월 개장하고 7월에는 서울 방학점을 열 예정이다. 이들 매장은 유명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키는 등 고급화 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31개국에 7백6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까르푸는 월마트에 이어 확고한 세계 2위를 달리는 다국적 유통업체다. 까르푸는 프랑스를 비롯, 스페인·그리스·벨기에·아르헨티나·브라질·타이완·중국·인도네시아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할인점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까르푸는 이런 명성에 걸맞지 않게 그동안 극심한 사업부진에 허덕였다. 오는 6월에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부산 사상점을 폐점하고 땅과 점포를 모두 매각키로 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외국계 할인점이 점포를 폐쇄하고 부지마저 매각하는 것은 까르푸가 처음이다. 까르푸는 지난 96년 7월 한국에 1호점 중동점을 개점한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에 이어 한국 4위의 할인점에 머물러 있다. 까르푸는 올해 들어 안양점 등 6개 기존 점포를 새로 단장하고 앞으로 오픈하는 매장은 창고형 할인점이 아닌 백화점풍의 고급 할인점으로 꾸미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매장 리뉴얼 작업 결과 매출이 예전보다 30% 정도 신장했다”면서 “신규 점포도 매년 5개 정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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