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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화·자동화로 “세계 최고 생산성”

과학화·자동화로 “세계 최고 생산성”

에이스침대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이 사람이 잘 때 어느 정도의 압력을 받는지 측정하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군소업체들이 난립한 침대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강조한 광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이스침대는 영세한 한국 침대 업계에 과학화를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국에 침대가 보급되기 전인 1963년에 창업, 40년간 침대 외길을 걸어온 에이스침대는 그만큼 자부심도 있다. 현재 에이스침대는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국내 침대시장의 33%(계열사인 아트레 침대 부분 포함)를 장악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 2위인 시몬스침대와 무려 2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침대시장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에이스 군단의 파워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국내에서 침대 전문기업을 꼽으라면 에이스침대·시몬스침대·대진침대 등을 들 수 있는데, 에이스침대는 창업자인 안유수(73) 회장의 큰아들인 안성호(35) 사장이 경영하고 있고 시몬스침대는 작은 아들인 안정호 이사가 경영하고 있다. 국내 침대시장을 두고 형제간에 ‘에이스 다툼’을 하는 형국이다.

▶사장은 연구원, 공장은 연구소=에이스침대는 광고 카피처럼 침대를 과학적으로 생산한다. 창업자인 안유수 회장 시절부터 추진해 온 공장의 과학화·설비의 자동화는 지금까지 추진되고 있다. 70, 80년대까지 외국 기술을 들여오거나 라이센싱을 하는 데 주력한 에이스침대는 92년 공학연구소를 세우면서 자체 기술 축적에 나섰다. 다양한 실험 도구를 갖추고 있는 ‘에이스침대과학 연구소’는 이제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있을 정도다. 이 연구소를 통해 침대의 내구성과 안락성은 물론 인체공학적으로 편안한 침대를 만들고 있다. 스프링에서 발생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2억원을 들여 만든 ‘무음실(無音室)’은 에이스가 침대를 얼마나 까다롭게 만드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안회장의 뒤를 이어 올해 초 대표로 취임한 안사장은 스스로를 ‘연구원’이라고 부른다. 에이스침대에서 12년간 일한 안사장은 줄곧 연구·개발팀에서 근무한 엔지니어다. 에이스침대 음성 공장에 가면 안사장이 자체 개발한 설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의료용 침대 등 생산품 개발에서 침대용 스프링 제조 공법, 침대를 생산하는 설비들까지 안사장이 직접 개발하고 개선시킨 제품들이다. 세계적인 침대 설비회사인 미국의 레겐앤플랫사의 관계자도 “침대 설비를 에이스침대만큼 까다롭게 요구하는 곳은 없다”고 할 정도다. 지난 5년간 에이스침대는 기존 침대 설비를 그대로 사다가 쓴 경우가 거의 없다. 설비회사에 직접 설계도를 그려 주문하거나 기존 설비를 응용해 공동 개발하기도 한다. 사장이 연구원이니 공장이 연구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자동화로 이룬 세계 최고 생산성=가구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경기에 민감한 반면 거대 설비가 요구돼 재고를 잘못 관리할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침대업계 3위인 대진침대조차도 2001년에 영업손실을 냈을 정도다. 에이스침대가 힘들었던 IMF 위기 때도 적자를 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브랜드에 걸맞는 품질과 생산력 덕분이다. 95년 충북 음성에 무인생산공장을 만들면서 품질과 비용 면에서 타사를 크게 앞질러 가기 시작했다. 영세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침대시장에서 확실한 규모의 경제로 타사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음성에 있는 1천9백여평의 메트리스 공장에는 총 2백억원 어치의 설비가 들어서 있다. 평당 1천만원이 넘는 투자인 셈. 이를 통해 종업원 78명이 하루 1천여개의 매트리스를 생산한다. 1인당 하루 생산량이 13개에 육박한다. 이는 침대업계의 평균치(1인당 6개)는 물론 미국 최대의 침대업체인 씰리침대(1인당 9개)보다 뛰어난 생산성이다.

▶세일 대신 브랜드로 승부=에이스침대는 창사 이후 40년 동안 단 한번의 세일도 없었다. 안사장은 “한번 세일하기 시작한 브랜드는 절대 제값을 받지 못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앞으로도 세일을 마케팅 전략으로 쓰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대신 품질은 물론 브랜드 가치를 계속 키워왔다. 침대시장을 이끄는 기업답게 매출액에 비해 비교적 많은 광고비(2002년 약 1백50억)를 지출한다. 브랜드 파워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시장을 리드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빚 없는 기업=에이스침대의 부채비율은 23%정도. 장치산업인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사실상 국내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에이스침대의 당기순이익이 꾸준히 증가되는 것은 바로 탄탄한 재무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매출액보다 이익 증가율이 높은 것은 바로 탄탄한 재무구조에 덕분이다.

▶중국 진출 본격화=에이스침대가 중국에 진출한 것은 95년. 중견기업치고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하지만 안사장은 “중국 법인이 제대로 자리잡은 것은 3년 정도 됐다”고 했다. 중국의 광저우(廣州) 법인에서는 메트리스만 연간 2만5천개를 생산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우리 돈으로 50억원 정도. 한국과 비슷한 가격을 받기 때문에 아직은 고가품에 속한다. 광동성 내에서는 브랜드 인지도도 상당히 높다. 현재 전매점(한국의 단독대리점)을 1백50개 정도 가지고 있다. 올해부터 상하이와 베이징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아직 침대 중 전국적 브랜드가 없는 중국에서 에이스침대는 5년 내에 연간 30만개를 판매해 전국 브랜드가 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안사장은 중국으로 매달 한차례 이상 출장을 간다. 포화상태가 된 국내시장의 대안으로 중국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포화상태 내수시장, 2세 경영은 위험요소=지금까지 에이스침대는 내수시장을 석권하는 동시에 재무구조를 개선시킴으로써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침대 내수시장은 3천5백억원으로 이미 포화상태다. 진입 장벽이 거의 없는 가구업종의 특성상 영세업체의 저가 공세도 마케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급 소비자들의 외국 제품 선호 현상도 에이스가 극복해야 할 난제다. 현재로선 중국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지만 고가품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도 브랜드 파워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또 다른 리스크는 2세 경영인이다. 통상적으로 2세 경영인은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 신규사업에 대한 욕심이 큰 경향이 있다. 아직 다른 곳에 한눈을 팔고 있지 않지만 좀 더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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