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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동산 역사]‘교육 프리미엄’ 따라 집값 폭등

[강남 부동산 역사]‘교육 프리미엄’ 따라 집값 폭등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7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 아파트 1번지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한 대치동 은마아파트
강남 최고의 주거지로 떠오른 도곡동 타워팰리스
아파트가 우리나라에 등장한 것은 50년이 채 안 된다. 초가와 기와집이 즐비했던 서울에 닭장 모양의 아파트가 등장한 것은 지난 1958년. 종암동 고려대 옆에 건설한 5층짜리 종암아파트가 우리나라 아파트의 원조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준공테이프를 끊을 만큼 사회적인 관심은 대단했다. 괴상한(?) 건물을 보기 위해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뒷간을 집안으로 들여놓은 수세식 화장실과 연탄보일러, 그리고 서양 주택을 모방해 넓은 거실에 설치한 벽난로는 장안의 화제가 됐다. 60년대 들어 국민들의 도시 이주가 본격화됐다. 주거공간은 협소해졌고 박정희 대통령은 아파트 건설을 추진했다. 그래서 건립된 것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다. 마포아파트 입주자는 서구식 교육을 받고 경제적 능력이 있는 교수·문인·연예인 등이 대부분이었다. 16평형이 융자금을 포함해 62만원에 분양돼 꽃밭을 가꿀 마당도 없는 아파트가 같은 크기의 단독주택보다 비쌌다. 69년 10월 주택공사는 중앙공급식 온수난방 시설을 갖춘 5층짜리 한강맨션아파트를 동부이촌동에 건설했다. 아파트가 완공되자 규모와 마감재로 인한 사치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당시 건립되던 아파트들이 대부분 12평∼25평형이었던 것과 달리 한강맨션은 이보다 두 배 이상 큰 27평∼55평형까지 선보인 것. 한강맨션은 최초의 완전 입식아파트였다. 중앙식온수난방을 이용했고 온돌은 폐기됐다. 거기다 식탁까지 별도 설치해 모든 공간이 입식으로 설계된 것이다. 71년 초, 여의도의 한 귀퉁이에서 국내 건축사의 한 획을 긋는 새로운 실험이 시도되고 있었다. 국내 최초의 고층 단지로 지어진 여의도 시범아파트다. 박정희 대통령은 버려졌던 땅 여의도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최첨단 이미지를 갖춘 건축물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 때서야 비로소 아파트에 엘리베이터와 기름 보일러가 등장하게 된다. 이 아파트는 높이 12∼13층, 총 가구수 1천5백가구를 넘어섰다. 부지면적 3만여평에 울창한 수목을 갖춘 최첨단 대규모 아파트는 준공 후 수년간 서울의 가장 비싼 아파트로 자리잡았다. 60년대 후반부터 도시화가 진행됐고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어 강북지역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정부와 건설업자들은 모래먼지가 날리던 강남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특히 1968∼82년까지 진행된 영동제1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이 강남 형성의 시발점이 됐고, 72년 정부의 ‘특별지구개발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 제정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붇는 꼴이됐다. 강남을 비롯한 대도시 주변지역 개발을 위해 부동산 투기 억제세-영업세-등록세 등을 면제시켜준 것이다. 서울에 농산물을 공급하던 ‘깡촌’에 투기 열풍이 불었고, 이 때부터 강남에 재력가의 돈과 투기꾼이 몰려들었다. 이른바 ‘땅투기’ ‘큰손’ 등의 용어도 이 때부터 생겨났다.

70년대 개발 붐 ‘강남시대’개막 69년 말 제3한강교(현 한남대교)가 개통될 당시 허허벌판이었던 강남 지역은 남서울 개발계획에 따라 집중적으로 개발되면서 신도시의 원조가 됐다. 옛 명문 고교들마저 강남으로 이전하자 강북은 단독주택, 강남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차별화되면서 강남특별시-강북 보통시로 뒤바뀌어 생활의 중심지가 빠른 속도로 강남 지역으로 이동했다. 71년에는 주택공사가 한강을 매립해 얻어진 반포지구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강남시대가 개막됐다. 처음부터 강남 지역이 최고의 인기를 누린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기업체들이 강북에 있던 터라 출퇴근이 불편하다는 것이 큰약점으로 작용했다. 이런 문제는 한강에 다리가 하나둘 놓이기 시작하면서 차츰 줄어들었다. 이 때 들어선 것이 ‘압구정 현대아파트’다. 압구정 현대는 1979∼82년에 82개 동, 6천2백여가구 규모로 지어지면서 한국 주택 시장에 아파트의 본격적인 확산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故 정주영 회장의 지시로 현대건설은 심혈을 기울여 아파트를 짓기 시작한다. 그것이 지금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다.현대아파트는 강북에서 제3한강교(한남대교)를 건너 왼쪽으로 꺾어지면 나오는 허허벌판 위에 지어졌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불모지에 세워진 48평형대 대형 아파트 단지는 당시 건설사 측이 사회 저명 인사에 대한 로비용으로 이용됐다고 한다. 최고의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둘씩 아파트에 입주했고, 상류층 사람들이 사는 좋은 아파트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압구정동에 들어선 현대아파트는 서울에 살았던 사람에게는 선망과 시기의 대상이었다. 이후 강남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상업 ·사무기능이 강북에서 이전해 오면서 경제활동의 새로운 중심지로 성장했다. 송파구는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림픽에 쓰던 메인 스타디움을 비롯한 각종 경기장과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거주하던 최고급 아파트 촌이 들어서 갑자기 개발된 지역이다. 특히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대형 평수 위주로 (38, 52, 57, 66평) 지어졌고 1만㎡당 85세대로 세대밀도가 낮아 쾌적하고 살기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문화공간과 휴식공간이 아파트 선택의 큰요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지하주차장이 만들어졌다.

강남 속의 강남 된 파워팰리스 90년대 말 수능시험이 어려워지자 학원이 많은 강남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대치동 지역 아파트들이다. 대치동의 경우 재테크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주변 학군과 학원 등 교육 여건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폭등했다. 대치동의 은마 아파트는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건물이 노후한 데다 주차 시설이 부족하고, 재건축 여건이 나쁘다는 이유로 강남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로 인식돼 왔다. 그랬던 것이 교육 여건이 좋다는 프리미엄이 작용,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대치동에서는 술집이나 여관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전국적으로 소문난 유명 입시학원·보습학원·외국어학원·교습소 등이 대치역사거리, 도곡역사거리, 대치사거리를 중심으로 밀집해 있다. 밤 10시 이후가 되면 대치동 거리에는 학원간판만 현란하게 번쩍거리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없앤 고교 평준화정책 결과 경제적 여건이 우수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새로운 명문학군이 생겼고, 그 중에서도 학원이 밀집한 대치동은 ‘대치동신드롬’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교육특구로 부상했다. 시공사 삼성이 ‘최고’만을 선택해 지었다는 타워팰리스는 최고 1백12평 34억원이라는 집값도 화제였지만, 분양대상자와 입주상점도 “최고에 어울리도록 최고만 선별했다”는 차별적 마케팅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원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부지 2만3천평은 삼성이 태평로 삼성본관을 대신할 신사옥을 짓기 위해 94년에 매입했던 자리다. 1백층 이상으로 계획됐던 사옥이 인근 주민의 반발로 무산돼 아파트를 짓기로 결정이 났다. 삼성의 경영진은 당시로서는 최고층이었던40층짜리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으나, 이건희 삼성회장이 “최고의 사람들이 모이는 최고의 아파트를, 최고의 높이로 지으라”고 주문했다. 결국 타워팰리스는 국내 최고 높이였던 63빌딩보다 10m가 높도록 설계,66층 높이로 쌓아올렸다. 재벌·연예인·벤처사장 등 특수계층이 거주하는 만큼 분양 당시는 물론 입주자까지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화장실까지 이탈리아 대리석으로 마감하는 등 초호화 자제를 사용했다. 입주 이후 타워팰리스는 ‘강남 속의 강남’이라고 불리며 최고의 주거단지로 떠올랐다. 타워팰리스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존중되는 ‘익명의 공간’이다. 철통같은 보안시스템을 통해 외부로 노출이 되지 않고, ‘검증 받은’ 입주자들도 서로의 사생활을 최대한 존중해 준다. 거래가 없어 시세파악이 힘들지만 평당 3천만원∼3천5백만원선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워팰리스는 ‘新귀족들만의 리그’를 만들며 최고의 주거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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