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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美·브,"FTAA로 시장 확대" 목소리는 하나, 속셈은 따로

[미국]美·브,"FTAA로 시장 확대" 목소리는 하나, 속셈은 따로

미국과 브라질은 시장 확대를 위해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주 대륙 34개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을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미국이 주도하는 이 협상의 공동대표는 미국과 남미의 맹주(盟主) 브라질이다. 두 나라 정상이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지난 6월20일 워싱턴에서 만났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FTAA를 예정대로 2005년 1월부터 출범시키는데 이견이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이날 공동성명을 위해 부시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에게 선물도 하나 건넸다. 룰라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빈곤퇴치 정책과 에너지 사업을 미국이 적극 지원키로 약속한 것이다. 룰라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간 관계에 새로운 틀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는 인사로 답했다. 부시를 만나서는 일(FTAA 출범)이 이렇게 잘 될 것처럼 말했지만, 남미의 절반을 차지하는 대국을 이끄는 룰라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룰라는 며칠 뒤 남미와 브라질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 6월28일 룰라는 콜롬비아 리오네그로에서 열린 안데스 공동체(ANCOM)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 “FTAA 도입을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남미의 두 개 무역블록을 통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개의 블록이란 안데스공동체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이다. 안데스 공동체란 안데스산맥을 끼고 있는 콜롬비아·베네수엘라·페루·볼리비아·에콰도르 등 5개국간 경제협력체제로 1969년 결성됐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를 정회원국으로, 칠레와 볼리비아를 준회원국으로 95년 출범했다. 룰라 대통령은 우선 남미 국가들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협상력을 높인 뒤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내 통합을 강화하면 향후 외부와의 협상에서 남미의 이익을 지켜내는데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룰라를 특별 손님으로 초청했던 안데스 공동체는 결국 룰라의 제안을 받아들여 두 경제블록의 통합을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늦어도 연말까지 FTA를 체결하고 2005년부터는 실질적 통합을 이룩해 미국과의 FTAA 협상에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안데스 공동체와 메르코수르 간 통합을 위한 합동 정상회의는 이달이나 8월에 열릴 예정이다. 두 경제블록의 통합 추진에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역할도 컸다. 차베스는 그동안 메르코수르 가입을 적극 추진해 왔다. 자국이 속한 안데스 공동체에 비하면 엄청난 시장인 이 지역으로 석유 수출을 늘리기를 원했던 것이다. 메르코수르 내 결속을 다지는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6월17∼18일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열린 메르코수르 공동시장위원회(CMC) 제24차 정기회의에서는 2006년까지 모든 통상현안을 해결하고 관세동맹을 완성하기로 결의했다. 현재 메르코수르는 정보통신 제품과 자본재 등 민감한 품목에 대해 국가별 무관세 원칙을 온전하게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안데스공동체와 남미공동시장이 합쳐진다 해도 돈과 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뜻을 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현재 지리적으로 미국 바로 아래에 있는 중미 5개국(코스타리카·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니카라과)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통상정책을 책임지는 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졸릭 대표는 올 1월 5개국 장관들과 회담을 갖고 올 연말까지 이 무역협정을 체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가 힘을 합쳐 미국에 대항하려 하자 중미 국가들을 지렛대로 할용하기 위한 복안이었다. 미국이 미주자유무역지대를 추진하는 배경은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의 공산품을 이곳으로 더욱 많이 실어내기 위한 것이다. 하나의 나라로 더욱 굳건한 틀을 잡아가고 있는 유럽에 맞서 미주 대륙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속셈도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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