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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기류 타는 공항주식

상승기류 타는 공항주식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들은 매출감소에 허덕이는 반면 증시 상장 공항들은 주가상승으로 싱글벙글이다.
조심스러운 투자자라면 이라크전과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몸살을 앓는 항공 산업에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항공업계가 암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렇다고 하늘을 올려다볼 필요는 없다. 희망은 땅에 있다.

지난 16년 간 세계 전역의 10여 개 공항이 증시에 상장됐다. 항공사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반해 준(準)독점체제로 운영되는 공항들 가운데 꾀바른 몇몇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여행 산업이 주춤하면 항공사는 비행기 삯 인하와 판촉으로 승객 수를 늘리곤 한다. 여행객들이 값싼 좌석을 구입해도 공항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공항 이용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익은 늘기 때문이다. 항공사의 경우 테러위협 대처 차원에서 보안비용이 가중돼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공항은 이런 비용 일부를 항공사에 전가할 수 있다. 기타 비용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도 요청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공항은 독점업체다. 항공 서비스뿐 아니라 매점 ·주차 ·렌터카 ·환전 ·부동산 개발로도 수익을 올린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 증권의 애널리스트 앤드루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부지 150만 평만 있으면 여러 수입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노다지다. 디즈니랜드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거기에 호텔을 지어도 된다. 컨벤션 센터 건설로 공항에서 직접 회의를 갖고자 하는 승객들을 유치할 수 있다. 철도 가설로 인근 도시와 공항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데다 소매업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라이트는 매우 창조적으로 사업하고 있는 상장 공항기업 중 하나가 영국 공항공단(BAA)이라고 지적했다. BAA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상장 공항기업이다.

BAA는 런던 근교에 위치한 히드로 ·개트윅 ·스탠스테드,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애버딘 ·에든버러 공항들을 소유 ·운영하고있다. BAA는 버버리나 샤넬 같은 명품 매장, 런던 나이츠브리지에 있는 해롯 백화점 본점 말고 영국에서 유일하게 해롯 매장을 갖춘 호화 소매업체로도 인식돼 있다. 게다가 단거리 철도인 8억 달러 규모의 히드로 익스프레스도 운영 중이다. 히드로 익스프레스는 BAA 소유 공항 가운데 최대 규모인 히드로 공항과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패딩턴 역을 연결한다. 연간 영업이익이 1,100만 달러인 히드로 익스프레스는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지하철보다 빠른 속도로 15분 만에 승객들을 런던 중심부까지 실어 나른다. 연간 이용객은 500만 명이다.

라이트는 BAA가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체결한 한 가지 계약을 상기시켰다. BAA는 HSBC와 맺은 계약으로 비용 절감 및 수익창출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HSBC는 런던 근교 BAA 공항들에 설치된 대다수 제트웨이(여객기와 터미널을 잇는 승강 통로)를 HSBC의 로고와 색으로 도배질한다. BAA로서는 공항 유지 ·관리비용이 줄어든 셈이다. 도색 비용은 HSBC 부담인 데다 HSBC로부터 광고비까지 받을 수 있다. 1987년 세계 최초의 상장 공항기업이 된 이후 BAA 주가는 97년까지 무려 5배로 올랐다. 그러나 99년 유럽연합(EU)이 회원국 간 기내 면세 판매를 중단하면서 휘청거렸다. BAA의 수익은 줄고 그때 하락한 주가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BAA 주식은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가 최고치에 이르렀을 때 수익의 30배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현재 15배를 기록하고 있다. BAA의 주식배당률은 3.6%다. 현재 히드로 공항 제5터미널 건설계획에 착수한 BAA는 2001년 이후 두 번 더 곤혹을 치렀다. 97년 4억1,500만 달러에 인수한 월드 듀티 프리 아메리카스를 매각하면서 3억 달러나 손해봤다. 영국~프랑스 터널 터미널의 소매사업이 계속 적자로 이어지면서 유로터널(Eurotunnel)과 진행 중이던 협상도 취소됐다.

BAA 상장은 다른 공항들의 민영화를 자극했다. 여러 나라 정부가 공항을 민간에 매각했다. 그 결과 국고가 커지고 공항 확장 자금도 마련됐다. 공항 민영화는 대부분 유럽에서 이뤄졌다. 아시아에서도 일부 공항이 민간으로 넘어갔다. 미국의 경우 정부 기관들은 대도시 채권시장에서 꽤 괜찮은 수익률을 제시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상장 공항기업이 아직 없는 실정이다.

유럽 외 지역 공항들 가운데 뉴질랜드 오클랜드 국제공항이 투자자들의 군침을 당기게 하는 것 같다. 오클랜드 국제공항은 남태평양의 교통 요충지로 매우 넓다. 면적은 390만 평으로 18홀 골프코스 하나에 미니 골프코스 두 곳, 골프 연습장 한 곳까지 갖추고 있다. 미개발 상태의 76만 평 부지는 앞으로 공항 확장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98년 오클랜드 국제공항이 뉴질랜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래 주가는 2배로 올랐다. 같은 기간 다우 존스 산업 평균 지수의 상승률은 4%에 불과했다. 최근 항공업계의 대격변에도 불구하고 오클랜드 국제공항의 주당순이익은 회사의 순익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주주들로부터 주당 1.03달러에 1억20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사들여 25주당 7주꼴로 소각했기 때문이다.

BAA나 오클랜드 국제공항에 비해 내세울 만한 게 별로 없는 공항기업이 콸라룸푸르 국제공항(KLIA)을 운영하는 말레이시아 에어포츠 홀딩스다. 에어포츠 홀딩스는 항공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 공항사용료까지 인하 또는 면제해주었지만 이용률이 낮아 고통받고 있다. 그 결과 순이익은 2001년 4,7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000만 달러로 내려앉았으며 매출증가율도 4%에 그쳤다. KLIA는 소유하고 있던 포뮬러1 자동차 경주 트랙을 말레이시아 재무부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KLIA의 사업이 너무 방만하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에 굴복한 결과다. KLIA는 미상장 상태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소재 시폴 공항 경영진에 전략적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거래조건이 서로 맞지 않아 협상은 깨지고 말았다. 말레이시아가 안고 있는 문제는 다름 아닌 경쟁력이다. 싱가포르는 출장길에 나선 비즈니스맨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관광객은 태국을 택한다. 라이트는 “관광이나 출장에 나선 이들이 자연적으로 찾을 수 있는 조건부터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시폴 공항도 KLIA 못지않게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시폴 공항은 소매점 운영과 교통 편의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시폴 공항 이용객 대다수는 KLM 항공기로 갈아타기 위해 공항을 경유할 뿐이다. 라이트의 말을 다시 들어보자. “경유 승객들은 수익과 별로 직결되지 않으며 고객충성도도 낮다. 값만 싸면 어디를 경유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암스테르담을 경유한 승객이라도 다음에는 에어프랑스 항공기로 파리를 경유할 수 있고 루프트한자 항공편으로 프랑크푸르트를 거칠 수도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카스트루프 국제공항은 스칸디나비아의 항공교통 요충지로 자리 잡았다. 카스트루프·로스킬데 공항들을 소유 ·운영하고 있는 코펜하겐 공항㈜의 주가 역시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94년 상장 이래 투자자에게 돌아간 총수익률은 52%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펜하겐 공항 주식은 올해 예상순이익의 11배에 거래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공항 이용 승객 수가 0.7%밖에 증가하지 않았지만 쇼핑 구역 확장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2001년 대비 12% 상승한 1억2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소매매출은 25% 신장됐다. 코펜하겐 공항은 비교적 가까운 영국 뉴캐슬 공항,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남쪽으로 60㎞ 떨어진 과거의 공군기지 리게 시빌레 공항 지분도 갖고 있다. 코펜하겐 공항은 멀리 멕시코 ·중국의 공항들에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덴마크 밖에서 창출되는 수익은 전체 수익의 1%에 불과하다.

BAA는 멀리 오만 ·호주에있는 공항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지방 공항 운영업체 TBI도 스웨덴 ·볼리비아에서 몇몇 공항을 소유 ·운영한다.이런 다발적 사업방식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항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러지 못한 곳도 있다. 메릴린치 증권의 애널리스트 마커스 컬리는 “해외에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한 공항기업 대다수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귀띔했다.컬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운영업체인 프라포르트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3억9,500만 달러나 잃어가며 얻은 교훈을 예로 들었다. 필리핀의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대통령은 프라포르트가 전 정권과 체결한 계약을 무효화했다. 페루 ·터키에도 진출한 프라포르트는 신축 공항을 대손상각 처리해야 했다.

연간 4,800만 명이 오가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승객 수에서 유럽 제2의 공항으로 루프트한자가 자주 이용한다. 그러나 프라포르트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할 때 현재 계획 중인 프랑크푸르트 공항 확장은 위험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내년 새 활주로 공사에 착공해 오는 2006년 완공할 계획이다. 미심쩍은 확장계획을 갖고 있는 또 다른 곳이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이다. 빈 국제공항 주식은 예상순이익의 10배라는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매출이 하락한 데다 순이익 역시 2000년의 최고치 6,400만 달러에 못 미치고 있다. 빈 국제공항은 중동부 유럽의 항공 교통 요충지다. 하지만 그것이 공항 확장의 합당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라이트는 “정말 필요할 때 자본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그는 빈 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오스트리아 항공이 약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공항을 가장 많이 사용하던 항공사가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리면 공항 시설 이용에 큰 구멍이 생기게 마련이다. 경유 공항일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스위스 취리히 공항이 바로 그런 경우다. 2년 전 취리히 공항은 스위스 항공의 도산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취리히 공항 소유 ·운영업체인 유니크 취리히 공항㈜은 2001년 2,2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600만 달러다. 이밖에 상장을 앞둔 공항기업으로 시폴, 아에로포르 드 파리, SEA 밀란 그리고 태국의 여러 공항이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규제, 취약한 현지 기업공개(IPO) 시장, 필요 법안 입법화 지연 같은 여러 이유로 이들 공항이 상장되는 데 몇 달 아니라 몇 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본다.

가장 최근 IPO로 상장한 공항이 중국의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廣州白雲國際機場)이다. 광저우 바이윈은 지난 4월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거래 첫날 광저우 바이윈의 주가는 50%나 폭등했다. 지금도 그 수준에 머물고 있다. 98년 상장된 상하이 국제공항(上海國際機場)과 마찬가지로 광저우 바이윈 주식도 중국인만 보유할 수 있다. 2000년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北京首都國際機場) 주식이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홍콩 증권거래소를 통해 외국인 투자가도 베이징 서우두 주식 매입에 나설 수 있었다. 현재 베이징 서우두 주식은 예상순이익의 12배에 거래되고 있다. 상장 이후 투자수익률은 42%다.

코펜하겐 공항이 전체 지분의 5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난 메이란 공항(海南美蘭機場)은 지난해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메이란은 사스로 큰 타격을 입어 주가가 공모가 대비 12% 하락했다. 그러나 메이란의 연간 매출은 99년 9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400만 달러로 증가했다. 메이란은 8개월 전 국제공항 지위를 획득해 그에 걸맞은 막바지 확장공사까지 진행하고 있다. 확장공사가 완료되고 사스도 완전히 잠잠해지면 일본 ·한국의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게 될 것이다.



공항에 투자하는 펀드

여러 공항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경영 지원도 받는 공항기업이 필요한가.그렇다면 폐쇄형 펀드를 운용 중인 호주 시드니 소재 매쿼리 은행(Macquarie Bank)에 눈을 돌려볼 만하다.매쿼리 공항 주식은 호주 증권거래소(티커:MAP)에 상장돼 있으며 여러 비상장 공항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다.

매쿼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항 중에는 시드니 공항(45%),아에로포르티 로마(28%)등이 있다.매쿼리는 영국 브리스틀과 버밍엄 공항 지분도 갖고 있으며 선진국,특히 서유럽 국가로 진출할 계획이다. 매쿼리 뱅크 펀드는 지난해 4월2호주달러에 상장됐다.상장 첫해 실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50%정도 하락한 것이다.올들어 사스와 이라크전 때문에 투자대상 공항들을 이용하는 승객 수가 줄면서 주식매도는 계속 이어졌다.주가는 0.90호주달러 밑을 맴돌았다.

그러나 지난 3월 하순 이후 상황과 주가가 호전되기 시작해 현재 1.18호주달러에 거래되면서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도이체 방크의 애널리스트 클린턴 우드는 지난 4월말 보고서에 이렇게 적었다."공항 자산 자체가 강한 회복력을 갖고 있는데다 저비용 항공사들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 있어 매쿼리의 성장가능성은 매우 높다.

게다가 매쿼리는 비용 절감에 차중하고 있어 공항 이용객 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는 매쿼리의 주가반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4월 하순 매쿼리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한 윌슨 HTM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매쿼리가 장기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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