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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임금 삭감

거침없는 임금 삭감

시겔은 파산 위기에 놓인 회사 사정을 노조원에게 적극 설득해 10억 달러의 임금을 줄였다.
미국 7대 항공사 US에어웨이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N. 시겔(41)이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노동조합을 상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 그가 이뤄낸 변화는 항공산업 전체를 바꿀지도 모른다.
시겔은 이렇게 말하면 질색할 것이다. 그는 11개월 동안 CEO로 재직하면서 덩치만 클뿐 속빈강정이나 다름 없는 US에어웨이의 상황을 면밀히 조사했다.

US에어웨이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매출이 16% 줄었다. 2002년 8월에는 법정관리인‘챕터11’을 신청했다. 이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퇴출됐다. 이 회사 주식은 장외 시장에서 주당 22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엔 매출 66억달러에 12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상원에서 연금기금 지불을 23년 연장하는 안건이 폐기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컨티넨털 항공, 에이비스 렌터카, 노스웨스트항공을 두루 거친 베테랑 시겔은 낙관적이다. 그는 “지금보다 낙관적이었던 때는 없었다”며 “지금이야말로 US항공이 새롭게 출발할 때”라고 말했다.
US에어웨이는 3월에 파산보호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시겔은 회사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적절한 조처에 나섰다. 그는 먼저 채권금융회사들과 협의해 총부채 80억달러를 조정했다.

직원 3,700명을 해고했고 417대였던 대형 제트기를 279대로 줄였다. 여객수송률을 71%로 2.1%포인트 끌어올리고 유료 여객 1명의 1마일당 수송 비용을 12.2센트에서 11센트로 낮췄다. 뿐만 아니라 그는 과거 US에어웨이는 물론 다른 항공사에서도 모두 실패했던 부분에서 성공을 거뒀다. 남은 직원들을 설득해 연봉과 보너스를 무려 10억달러 삭감한 것이다. 스스로도 임금을 20% 삭감하고 보너스 75만달러는 반납했다.

그는 미 전역의 조종사 6만7,000명을 대변하는 미국 민간항공기조종사협회(ALPA)의 US에어웨이 지부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4,059명에 이르는 회사의 조종사들은 32~40%에 달하는 임금 삭감을 마지못해 수용했다.
US에어웨이가 이런 일을 해낸다면 파산한 유나이티드항공과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메리칸항공을 한참 뒤로 따돌릴 수 있지 않을까? 시겔은 미안해하지 않는 투로 말했다. 그는 “돈을 벌 수 있는 비용구조를 택하든지, 업계에서 사라지든지 둘 중 하나”라고 잘라 말했다. 시겔은 직원들의 양보와 대대적인 비용절감으로 US에어웨이가 오는 2004년 이익을 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시겔은 할리우드의 영웅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붙임성과 직선적 언행, 강인한 의지로 직원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협상 테이블에서뿐 아니라 야외 파티나 복도, 그리고 휴게실에서도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중도금융 5억달러를 제공하고 있는 리타이어먼트 시스템스 오브 앨라배마(RSA) 연기금의 CEO 데이비드 브로너는 시겔을 이렇게 평가한다. “그는 직원들을 피해 옆문으로 나가는 부류의 CEO가 아니다. ” 전미(全美) 항공승무원협회(AFA)의 국제 부문 담당 패트리셔 프렌드 회장은 “시겔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훌륭한 것은 조종사들로부터 전례 없는 양보를 얻어냈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CEO로 취임한 지 한 달도 안됐을 때, 시겔은 당시 상황으로는 회사가 12개월 이내에 현금 10억달러를 다 써버릴 것이고 그러고 나면 더 이상 자금을 융통할 수 없다며 노조 지도자들을 설득했다. 이 회사 재정 고문 존 러스는 “노조원들은 충격을 받았다”며 “이전에는 아무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허심탄회하게 회사 상황을 털어놓은 뒤 강경하게 밀어붙였다. 그해 6월 시겔과 제럴드 A. 글래스 상무는 ‘제트기 대신 일자리를’(jets for jobs)이라는 프로그램에 착수, 조종사들과 협상을 벌였다. 주요 노선을 운항하다 해고된 조종사들에게는 US에어웨이에 합병된 50석 규모의 지역 노선에서 생긴 새 일자리의 절반을 할당했다.




2004년에는 이익 기대

그 결과 US에어웨이는 오마하∼네브래스카, 메디슨∼위스콘신, 그리고 모빌∼앨라배마 같은 노선을 계속 운항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지역 노선 항공기도 교체했다. 봄바르디어나 엠브레어가 만든 소형 제트기들은 이전의 낡은 터보 프로펠러기보다 훨씬 조용하고 연료가 덜 든다.
조종사들은 감격해 하지 않는다. 지역 제트기 기장은 처음 1년간 조종석에서 1,020시간을 보내고 5만1,000달러를 받는다.

이는 비행 12년차인 에어버스 A330의 기장이 받는 19만3,000달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6개월 전이라면 이 정도 경력에 33만6,000달러를 받았다. 해고됐다가 지역 노선에 다시 채용된 조종사는 바닥에서 재출발하는 셈이다. 임금 삭감은 US에어웨이가 10억달러의 연방 자금지원을 기다리고 있던 6월에 시작되었다. A330 제트기의 일등 승무원 연봉은 22만9,000달러에서 14만3,000달러로 삭감됐다. 보잉 737 기종의 일등 승무원 연봉은 15만2,000달러에서 11만1,000달러로 깎였다.

투덜거리던 조종사들은 결국 6년 6개월 동안 임금을 동결하고 생계수당을 감면하는 데 동의했다. 8월 11일 챕터11을 신청하기 사흘 전이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이 파산 신청을 한 지 이틀 뒤인 12월 11일 US에어웨이 조종사들은 추가로 임금을 평균 8% 반납하는 데 동의했다. US에어웨이 노조의 로이 프로인들리히 대변인은 “회사가 정리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동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시겔은 “모든 사람이 희생해야만 했고 그에 따른 고통은 어마어마했다”고 말한다. 더 큰 고통이 다가오고 있다. 연금 채무 31억달러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연금 채무는 현재 일하고 있거나 일시 해고됐거나 퇴직한 조종사 7,000여명에게 영향을 미친다. 퇴직한 조종사는 연평균 임금의 50%나 7만달러를 받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시겔은 30년 동안 채무를 이행하는 대신, 연금을 보장하는 회사인 펜션 베네핏 개런티에 5억달러의 채무를 팔아넘길 예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US에어웨이 조종사들은 연간 2만8,000달러 정도밖에 받을 수 없게 된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을 비롯한 다른 항공회사 근로자들은 임금을 삭감한 US에어웨이와 맞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이 얼마나 오랜 동안 임금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안전 벨트를 풀어라



Aliya Sternstein 기자

지저분한 복장을 한 객실 승무원들의 모습에 진저리나는가? 그렇다면 손바닥만한 속옷을 입은 가슴이 풍만한 스튜어디스들이 나오는 전세기 서비스가 대안이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에 있는 전세기 서비스 회사 엑스터스카이항공은 승객들이 승무원을 선택하게 한다.

매혹적인 스튜어디스 135명은 테디나 메리 위도우 스타일, 또는 꽉 조이는 비키니 스타일의 속옷 차림을 하고 있다. 남자 승무원도 15명이 있다. 적어도 기내 서비스는 부족할수록 좋다. 승무원들은 발 마사지, 어깨 마사지, 페디큐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평균 항공요금은 4만달러고, 비용 청구서는‘RGR LLC’ 명의로 예의를 갖춰 보낸다.

리어 제트기와 걸프스트림 제트기 30대를 보유한 이 개인 회사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기내에서 총각파티를 여는 항공편이 인기다. 총각파티의 행선지는 주로 라스베이거스와 멕시코의 칸쿤 등으로 잡는다. 또 수퍼볼과 같이 남성적인 ‘마초 이벤트’에 뚱뚱한 여성들을 실어나르는 서비스도 벌이고 있다.

이런 것을 감히 트렌드라 할 수 있을까? 꼭 끼는 티셔츠와 핫팬츠 차림의 매력적인 웨이트리스로 유명한 레스토랑 체인이 소유한 후터스항공도 올해 중반 무렵에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한다. 몸에 딱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은 스튜어디스들이 기내 서비스를 맡는다.

로버트 브룩스 후터스 회장은 최근 페이스항공을 인수했다. 페이스항공은 비행기를 17대 보유하고 있으며,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톤 살렘에 있는 피드몬트 호손의 사업부문이었다. 첫번째 행선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머들비치다. 브룩스는 스포츠 팀이 최대 고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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