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확장 본격화 불구 ‘고용 없는 회복’ 우려 커져
[미국] 경기 확장 본격화 불구 ‘고용 없는 회복’ 우려 커져
| 일러스트 : 김회룡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7월30일 경기진단보고서인 ‘베이지 북’을 통해 지난 6월부터 7월 중순까지 미국 전역의 경기동향을 파악해 본 결과 제조업을 비롯한 여러 부문이 상당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2개 연방준비은행 가운데 필라델피아와 리치몬드 연방은행은 “우리 관할 지역에선 생산 둔화가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다음날 미 공급관리자협회(ISM)는 7월의 제조업 지수가 51.8로 전달의 49.8보다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7월 지수는 올 1월 이후 최고치였다. 이 지수가 50을 웃돌면 경기확장을 의미하는데, 50선을 넘은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같은 날 매우 실망스런 지표도 나왔다. 가장 중요한 실업률 통계였다. 7월 실업률은 6.2%로 전달의 6.4%보다 낮아졌다. 이 자체로는 물론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내용은 포장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비농업 부문, 다시 말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취업자 4만4천명이 또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떨어지는데 해고자는 늘어난다? 이는 취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증가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취업 의사가 없으면 실업통계를 내는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7월 중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은 1995년 이후 가장 많은 55만6천명에 달했다. 6월 실업률이 전달보다 0.3%포인트 높아진 것도 같은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 6월 중 해고자가 늘기도 했지만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동시장으로 복귀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실업률 자체보다는 일자리 또는 실업자 증감 추이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 점에서 보면 미국 경제는 여전히 실망스럽다. 일자리 감소가 6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는 7월에 7만1천명 줄어들면서 36개월째 감소를 기록했다. 이로써 제조업 일자리는 2000년 중반 이후 모두 2백70만개(16%)나 줄어들었다. 그동안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을 위해 감세정책은 꼭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8월2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그는 “실업률이 여전히 문제이지만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4%를 기록한 것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경제 호전 기미를 자랑하는 쪽에 무게를 더 두었다. 그는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수개월 내에 경기회복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과 고용 증대는 다른 말이 아니다. 성장의 최종 목표가 일자리 확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성장률은 높아지는데 고용 사정은 개선되지 않는 것을 걱정하게 생겼다. 8월1일 스콧 맥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도 ‘고용 없는 회복’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 없는 회복’에 반론을 펴는 이들도 있다. 고용 증가는 경기회복이 상당히 가시화된 후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른바 경기후행성 지표다. 특히 90년대 긴 호황을 누리면서 불황이라는 말을 잊고 지내던 미국 기업들이 지난 3년간 고통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쉽게 직원 채용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취업자 감소는 성장률을 다시 끌어내릴 소지가 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좌우하고 있는 소비활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컨퍼런스 보드가 7월29일 발표한 7월의 소비자신뢰지수가 전달의 83.5에서 76.6으로 급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용시장 회복이 불투명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 이 조사를 주관한 린 프랑코 소비자분석실장의 분석이다. 월가의 전문가들 중에는 감세와 저금리 등으로 미국의 성장률이 점차 높아지더라도 일자리 증가 속도는 매우 더딜 것으로 점치는 이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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